[정규재 칼럼] 평화쇼 끝나고 안보재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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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8.08.31 14:50:51
  • 최종수정 2018.09.02 11:05
  •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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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에 속았거나 과소평가 했거나
싱가포르 공동선언은 김정은 말이 맞지 않나
김정은에 속은 트럼프, 중국을 대신 두들겨 팬다
대북 강경선회 때 반미 세력 발작적 반발 할 수도
트럼프는 6.12 실패 인정하고 새로운 계획 세워야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

이별은 버겁고 같이 살자니 짜증스런, 그런 '한미 관계"라는 애매한 상황이다. 도처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애써 모른 척해주고 언젠가의 이별을 위해 서로 간에 조용히 독자노선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지금의 상황은 다음의 명제들로 정리될 수 있다.

1-문재인 정권은 북한과의 밀회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분위기다. 석탄을 사주는 등 북한에 대한 퍼주기 지원을 기정사실로 만들고 싶어 한다. 미국은 애써 모른척하고 있지만 한국은 어떻게든 미국의 공식 비공식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밀회를 공개적인 연애관계로 바꾸고 싶어 안달이다. 문 정권의 이 허망한 연애는 성공할 것인가.

2. 문 정권은 북한 핵에는 관심조차 없다. 내심 '북한은 핵보유국!'이라고 소리쳐 대신 외쳐주고 싶어 한다는 인상이다. 몇 개인가의 핵 폭탄(60%?)을 공개리에 폐기해주면 그 뿐 아닌가 하는 북한의 전술을 잘 알고 있고 내심 그것도 좋겠다고 동의해주는 듯하다. 핵을 내려놓는 순간 북 정권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문 정권과 김정은은 공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

3-트럼프는 싱가포르 미.북 회담에서의 오류를 바로 잡고 싶어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여전히 김정은을 포용하는 척한다. 이런 이중 플레이는 괜히 중국을 두들겨 패는 기묘한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북한을 중국에서 떼어내 미국 진영에 두려고 한다는 것은- 만일 그런 계획이 존재한다면 - 순진한 착각이다.

4. 트럼프는 6.12 미북회담 당시 공동성명 1항에서 '미국과 북한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열망에 따라 새로운 미북 관계를 수립할 것을 약속 한다'고 언명한 것을 후회한다. 2항은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에 영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보기에 따라 이 조항은 미국에 부여된 '의무'에 속하는 언명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제3항으로 내려서 있다. 미국과 북한은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완전한 한반도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이 4항에서 약속했다. 판문점 선언은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장황한 약속으로 성명서 거의 전부를 채우고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 레토릭에 속았거나 과소평가했거나

공동선언문의 이 순서대로 하자면 종전선언 등 남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그리고 미북 간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과정이 한반도 비핵화보다 우선한다고 북한은 당연히 주장할 수 있다. 어떤 논리구조로도 1항이 있고 2항, 그리고 3항이 순차적으로 성립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속은 것이거나 북한을 형편없이 과소평가 한 것이다. 지금 그 순서의 이행과 조건들의 순차적 충족 여부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이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남한은 아무 생각 없이 북한의 주장을 성실하게 추종하고 있을 뿐이다.)

김정은에 속은 트럼프, 중국에 분풀이 하고 있다

트럼프는 언제쯤 북핵 폐기를 분명히 하는 올바른 노선으로 복귀할 것인가? 트럼프의 평화쇼가 대결을 불사하는 ‘북핵 폐기 노선’으로 돌아오기는 할 것인가. 이는 물론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고 한국 정부의 지원 여부에도 영향을 받는다. 트럼프가 다시 북폭! 식의 강경노선으로 복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꺼내고 있다. 최근 중국의 대미 수출에 대해 전방위적 관세를 매기면서 북한 문제를 여기에 연결하고 있는 것은 북한 문제 해법의 실패를 중국을 두들겨 패는 것으로써 보상받으려는 얄팍한 심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중국이 숟가락을 들고 한반도 문제에 중재자로 뛰어든 것은 이미 싱가포르 이전의 상황이다.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부당한 개입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트럼프로서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장면일 수밖에 없다.

대북 강공선회 땐 반미 세력 발작 일으킬 수도

북핵을 제거하려면 근본적으로 전쟁을 불사하는 결의가 필요하고 이는 남쪽의 전폭적인 지원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문 정권은 절체절명인 선택의 순간으로 밀려들게 된다. 문 정권의 지지자, 즉 반미세력들이 미 대사관을 에워싸거나 평택 미군 기지를 인간띠 운동 식으로 포위해서 무력화시키는 일도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 결과 반미가 클라이맥스로 치솟고 위기는 한국 정치구조 속에서 내전적 갈등으로 재연된다.

트럼프는 싱가포르 회담 실패 인정하고 새로운 계획 세워야

트럼프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트럼프는 이 실패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김정은을 좀 더 달래보겠다는 계획은 다소라도 체면을 지켜보겠다는 비열한 계산이다. 더듬수로 시간을 버는 것도 이제 거의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핵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남북관계 개선에만 올인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점이 명확해지기 시작하면 국내에서 더는 정치적 에너지를 얻어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결국 소중한 시간만 허비한 꼴이다. 문재인 정권은 이 문제에 책임을 져야한다. 대통령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낙관론을 퍼뜨리고 그 국민들을 평화쇼에 도취하게 만들어 북핵 해결에 절대로 필요한 절체절명의 1년 남짓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다. 진실에 직면해야 하는 순간이 오고 있다.

정규재 대표 겸 주필 jkj@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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