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아르헨티나 요청 구제금융 500억 달러 조기 지원 수락
터키·브라질·남아공·러시아·인도·인도네시아 통화가치도 하락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30일(현지시간) 페소 가치 급락세가 이어지자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본 유출과 연간 31%에 달하는 물가상승 등을 막으려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45%에서 60%로 전격 인상했다.

이날 페소화 가치는 장 초반 전날보다 4%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가 장중 한때 15.6% 하락한 달러당 39페소까지 추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전날에도 7.62% 빠져 달러당 34.20페소였다. 아르헨티나는 중앙은행 보유 외환을 내다 팔고 금리를 인상하는 등 시장개입을 단행해왔지만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 52.2%나 하락했다.

통화 가치 하락이 지속되면서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아르헨티나는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에 500억 달러(약 55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앞당겨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IMF는 구제금융을 조기에 집행해달라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요청을 수용했다. 이는 아르헨티나가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부채를 적절히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였다.

아르헨티나는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249억 달러(약 27조6500억 원) 규모의 외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페소 가치 하락으로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재정적자는 74억 달러(약 8조21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구제금융 조기 집행 요청을 수용하면서 아르헨티나에 자국 통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한층 강력한 통화·재정 정책을 취해달라고 주문했다. 아르헨티나는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작년 3.9%에서 올해 2.7%, 내년 1.3%로 각각 낮추기로 IMF와 약속했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5월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IMF 구제금융은 외화가 부족해 외국에 진 빚을 갚을 수 없는 나라에 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다. IMF는 지난 6월 아르헨티나에 구제금융으로 3년 동안 차관 50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수년 간 경제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가장 높다. 아르헨티나가 IMF의 구제를 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2000년에도 IMF에서 400억달러(약 44조원)를 지원받았다.

1990년대 칠레와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남미지역 좌경화 흐름에 동조한 아르헨티나는 2000년대 빈부격차 해소를 내건 좌파가 정권을 잡으면서 반미·친중 경제 정책을 고수하다 2001년부터 1000억 달러의 부채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는 등 여러 차례 금융 위기를 겪고 있다. 

한편, 아르헨티나 외에도 터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의 통화가치도 고꾸라졌다.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다. 

아르헨티나 다음으로는 터키 리라화(44%), 브라질 헤알화(20%),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16%), 러시아 루블화(15%) 순서로 낙폭이 컸다. 

터키는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고 경기신뢰지수를 비롯한 경제지표가 악화돼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가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브라질은 인접국 아르헨티나의 위기가 가중하자 이날 헤알화 가치가 장중 한때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가 달러당 4.146헤알에 거래를 마쳤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집권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토지개혁안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커지면서 랜드화 변동성이 커졌다. 이날 랜드화는 달러당 14.733랜드로 전날보다 2.6% 절하됐으며 FTSE/JSE아프리카 지수도 2.3% 하락했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도 31일 신흥국 통화는 크게 출렁였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이날 장중 한때 달러당 14,725루피아로 전날보다 0.3% 떨어져 2015년 9월 이래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에도 근접한 수준이다. 

인도 루피화는 이날 사상 처음으로 달러당 71달러 선에 닿으며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인도는 유가 상승으로 물가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데다 신흥시장 투자심리가 악화된 영향을 바로 받았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일본 엔화는 전날보다 0.5% 절상된 달러당 111엔 수준에 거래되고 있지만, 한국 원화는 0.38%, 싱가포르 달러는 0.14%, 대만 달러는 0.08% 절하됐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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