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보상법 일부 조항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
과거사피해자 국가배상청구권에 소멸시효 적용도 위헌 결정

헌법재판소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어도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해 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헌법재판소는 30일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 등에 대한 38건의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일부 위헌을 결정했다.

민주화보상법 해당 조항은 보상금 지급 결정에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동의하면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면 판결이 확정된 것과 같은 효과가 있어 피해자는 더 이상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헌재는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배·보상이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에 해당한다"고 했다.

다만 손해배상 청구권은 '정신적 손해'에만 제한했다. 헌재는 "보상금 등엔 적극적·소극적 손해(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보상 성격이 포함돼 있다"며 "보상금 성격과 중첩되는 적극적·소극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 제한은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아 해당 조항은 합헌이며, 국가배상청구권 침해 여부에 대해 검토한 결과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지난 2015년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해당 조항에 따라 보상금과 생활지원금을 받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는 국가와 법률상 화해한 것이므로 정신적 손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의 헌재 판결은 8대5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헌재 판결 내용이 달라졌다.

또한 헌재는 과거사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에 민법상 소멸시효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중대한 인권침해 및 조작의혹사건'이나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등 과거사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은 일반적인 국가배상청구권과 근본적으로 달라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이모씨 등이 소멸시효제도를 규정한 민법 166조 1항 등이 과거사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에도 적용되는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 등 9건에 대해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는 국가가 오히려 국민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이를 사후적으로 회복·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과거사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을 희생할 정도로 국가배상청구권의 시효소멸을 통한 법적 안정성 요청이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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