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중국, 베네수엘라 등 정부의 잘못된 정책 숨기기 위해 '통계조작'
통계조작은 정부 정책에 대한 경고음의 의미를 없애기 때문에 위험

정부의 통계조작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통계는 정책이 입안되고 법안이 형성되는 근거이기 때문에 '통계는 권력의 원천'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중요하다. 

통계조작에 대한 우려는 정부가 최근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불리한 통계가 나오자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을 새로 임명하고 난 뒤부터 확산됐다. 강 청장은 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해 '정부의 입맛에 맞는 통계 발표'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최근 대표적으로 통계를 조작한 국가를 꼽으면 그리스, 중국, 베네수엘라다. 일각에선 부패로 망한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정부의 과도한 지출로 인해 경제가 기울어지자 통계를 조작해 진실을 숨긴 국가들이다.

그리스의 경우 2010년 그리스가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을 당시 총리직을 수행했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는 전 정부의 사회주의 정책을 개혁하기 위해 공무원 급여와 연금을 30% 이상씩 삭감했다. 그러나 당시 정치권과 노동조합 등의 반발로 버티지 못하고 2011년 스스로 총리직을 사임했다.

이처럼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가 정부의 지출을 줄이고 구조조정 정책을 시행하기 전 그리스의 상황은 건강보험 혜택을 전 계층으로 확대하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 경제가 이미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공무원도 2000부터 10년 간 약 2배 늘어났었던 상황은 우리나라가 현재 추구하는 방향성과 비슷한 점이 많다. 

그리스가 통계조작을 시작한 것은 2000년 6월 유럽연합(EU) 가입 여부가 중요했던 시점부터다. 정부의 입맛대로 통계를 조작하기 시작했던 그리스는 이후 포퓰리즘 정책을 마음대로 구사하며 정권을 유지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2009년 집권하자 통계가 그동안 조작됐음을 알아내고 바로 잡기 시작했다. 당시 그리스의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6.5%로 알려져 있었지만 통계조작을 걷어내고 보니 그 두 배 이상인 15.7%나 됐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동안 쌓여온 그리스의 고질적인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개혁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중국에서도 통계조작이 드러난 바 있다. 중국의 지방정부인 원난성에선 2014년 GDP 수치를 '새로운 집계방식'이라는 명목으로 7.5%에서 12%로 부풀려 발표한 것이 들통난 바 있다. 올해 초에도 중국의 네이멍구 자치구 등은 부채조달 등에 유리한 신용등급을 받기 위해 경제통계를 조작했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

'통계조작'을 통해 신용등급을 좋게 평가받아 정부의 지출이 늘어나면 부채가 쌓여 끝내는 국가 파탄의 위험에 직면한다. 최근 중국의 지방정부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거나 기존 추진하려고 했던 지하철 사업, 고속도로 사업 등이 보류·취소되기도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S&P 사는 이러한 부채 급증 등을 이유로 지난해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춘 바 있다.

베네수엘라는 도저히 통계조작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가 파탄나자 아예 정부가 통계발표를 스스로 중단했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부의 과도한 지출, 공무원 숫자의 증가 등으로 국가 파탄에 직면하자 야당 국회의원들이 자체적으로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100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경제학자들은 통계의 역할은 우리나라의 경제가 기울어지는 현상에 대한 경고음의 의미도 있다고 말한다.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은 지난 5월 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이었을 당시 청와대 지시를 받아 통계청 가계소득 동향 자료를 분석해 청와대에 제출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통계조작'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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