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월부터 임신이나 육아 등의 사유로 일시적 시간제 근로를 선택하는 정규직 근로자들은 ‘비정규직 근로자 통계’에서 제외된다. 결과적으로 통계에서 비정규직은 줄고 정규직으로 파악되는 근로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황수경 전 통계청장의 이례적인 조기 경질에 이은 정규직 일자리 통계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비판과, 현실과는 괴리된 착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자리위 대회의실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 통계개선을 위한 노사정 토의 및 결과보고’를 채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일자리위원회는 모든 시간제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집계하는 현행 통계 방식이 시간제 근로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겠다는 설명이다. 이목희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모든 시간제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분류돼 국민에게 좋지 않은 일자리란 인식을 심어줘 일·가정 양립 확산 추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왔다”며 “시간제 근로자의 다양한 특성이 파악될 수 있도록 문항을 보완해 내년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부터 시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행 통계 방식은 노동자에게 전일제인지 시간제인지 물어 시간제 여부를 판단하고 응답자가 답을 못하면 면접원이 '동일 직장 동일 직무 종사자와의 근무시간 차이 여부' 등을 확인해 판단하고 있다.

일자리위는 "정규직 특성이 강한 시간제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조사 단계에서 이를 선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간제 노동자는 2008년 123만명에서 지난해 266만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고 이 가운데 정규직 성격을 가진 상용직 비중도 같은 기간 1.8%에서 12.6%로 급증했는데도 현행 통계는 모든 시간제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분류하는 문제가 있다는 게 일자리위의 설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8월 기준으로 시간제 근로자 중 정규직 특성이 강한 상용직은 약 33만5500명으로 전체 상용직 근로자의 2.5% 규모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임신, 질병 등 일시적 사유로 시간제 근로를 하는 정규직으로 파악된다. 통계청이 이번 합의를 받아들인다는 방침을 세운만큼, 향후 조사 방식 변화만으로도 이들을 정규직 통계에 편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자리위는 이와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의 세 범주로, 기간제를 포함한 '한시적 노동자', '시간제 노동자', 파견·용역 등 '비전형 노동자'가 일부 겹치는 현행 통계 방식도 손질하기로 했다.

작년 8월 기준으로 기간제 노동자 372만5천명 중에도 파견(11만명)과 용역(43만9천명)이 포함되는 등 중복이 발생한다고 일자리위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은 모두 658만명인데 세 범주를 합산하면 850만명이 된다. 이 때문에 고용 형태별 비정규직 규모의 정확한 파악이 어렵고 기간제와 같은 특정 비정규직 규모의 '과다 추정' 위험이 있다고 일자리위는 보고 있다.

또한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이른바 '특고' 노동자를 집계하는 통계 방식도 개선된다. 특고 노동자는 디지털 기술 발달 등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기존 통계로는 특고 노동자가 2008년에는 60만6천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9만7천명으로, 오히려 줄어 현실과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조치에 대해 정규직 일자리 통계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좌파 성향 소득분배 연구가 출신인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 임명 또한 이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통계청 공무원노동조합은 전날 성명을 통해 “청장 교체는 통계의 신뢰성 확보를 담보하기 어렵게 하고 공정성과 중립성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탄생한 정부의 인사가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지 참담하다”고도 비판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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