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지표 결과가 안 좋게 나오니 마치 표본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
"소득주도성장에서 뭔가 성과를 빨리 입증해보이려는 조급증에서 비롯된 것"

유경준 전 통계청장<br>
유경준 전 통계청장

유경준 전 통계청장(현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이 최근 통계청장 경질 사건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유 전 청장은 2015~2017년 통계청장을 지냈다. 그는 2016년 가계소득 현황과 인구 변화를 더욱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가계소득 통계 집계방식을 지금처럼 바꾼 인물이다.

28일 한국경제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유 전 청장은 “바뀐 통계의 표본에 오류가 있어 분배 지표가 왜곡됐다는 주장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입증해보려는 조급증이 통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청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계소득 통계와 관련해 "올해부터 바뀐 두 번째 조사방식과 집계방식에 문제는 없다. 그걸 갖고 분배지표 결과가 안 좋게 나오니 마치 표본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에서 뭔가 성과를 빨리 입증해보이려는 조급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통계청이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유리한 방향으로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황수경 전 통계청장을 경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 관계자는 "청와대는 이렇게 보는데, 통계청은 왜 다르게 보느냐는 시각 차이가 있었다"고 언급하는 등 청와대와 통계청 간 지표 해석을 놓고 이견이 많았다는 증언이 속출하고 있다.

유 전 청장은 청와대와 통계청 간 갈등의 원인이 된 통계 방식에 대해 설명하며,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 성과를 강조하고 싶은 조금함으로 인해 통계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면접 방식으로 바꾸고 2017년부터 처음 적용했다. 연령·성별 표본 수도 2015년 인구통계조사에서 나타난 인구 변화를 반영해 새로 조정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조사방식이 달라진 데다 분기별 지표는 추세적으로 봤을 때 정확도가 떨어지는 만큼 참고 자료로만 하고 일반에 공개하진 않기로 했다. 하지만 작년 4분기 소득분배 지표가 좋은 것으로 나오자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약속을 깨고 언론에 공개해버렸다. 이것이 문제가 꼬이게 된 발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개 안 하기로 한 분기 조사를 발표했으니, 올 들어서도 발표를 안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1분기 분배지표는 예상과 달리 매우 악화된 것으로 나왔다. 통계청도 발표를 안 할 수가 없으니 보도자료가 아닌 참고자료만 언론에 뿌리고 간담회도 생략했다고 한다. 언론에 소득분배 악화가 대서특필되자 청와대가 뒤늦게 화들짝 놀라 통계청 데이터 가운데 임금 근로자 가구만 추려내 ‘소득주도성장 긍정적 효과 90%’라는 엉뚱한 자료를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유 전 청장은 황수경 전 통계청장의 경질에 대해 "통계청의 공식 데이터를 정부가 믿지 않고 표본 오차를 걸고넘어지면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로 가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가 통계는 그 나라의 재정과 복지, 분배정책 전반의 기초가 되는 만큼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시도조차 있으면 안 된다. 통계 논란으로 청장을 교체하는 것 역시 통계청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중대하게 훼손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미국은 10년 (통계청장의) 임기를 보장한다. 대부분의 다른 선진국도 임기제를 두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기재부 외청으로 종속돼 인사는 물론 관련 법 제정 권한이 없다. 기재부를 통하지 않고선 아무것도 못하게 돼 있다. 정권의 입김을 쉽게 탈 수 있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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