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건국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진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제작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김태업 재판장)는 ‘백년전쟁’을 제작한 감독 김모씨(51)와 프로듀서 최모씨(51)에 대한 이른바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29일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에게는 배심원 9명 중 1명이 유죄, 8명이 무죄 평결을, 최씨에겐 2명이 유죄, 7명이 무죄 평결을 내렸다.

백년전쟁은 강성 좌파 성향의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들어 지난 2012년 11월 공개했다. 백년전쟁은 이 전 대통령을 ‘악질 친일파’라거나 ‘A급 민족반역자’, ‘하와이 깡패’ 등으로 묘사하고, ‘이 전 대통령이 기회주의자며 친일파로 사적 권력을 채우려고 독립운동을 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이 전 대통령이 비서 노디 김과 192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Mann Act·성매매나 음란행위 같은 부도덕한 목적으로 여성과 주 경계를 넘으면 처벌할 수 있는 당시 미국 법률) 위반으로 체포돼 기소됐다는 허위사실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맨법 위반으로 체포돼 기소됐다는 부분은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하고, 2017년 11월 김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의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다소 과장이나 공격적인 표현이 있었더라도 형사 처벌의 영역이 아닌 평가 또는 의견 표명에 해당하고,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기 검찰이 ‘봐주기식 기소’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 대목이다.

백년전쟁의 변호인 측은 로버트 장이 쓴 ‘하와이와 한국인들’이라는 책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이 맨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당시 예정됐던 샌프란시스코 환영회를 갑자기 취소했다는 ‘신한민보’ 기록이 있어 정황상 맨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았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제작자들이 근거로 제시한 ‘하와이와 한국인들’이 공식 출판된 책도 아니고, 책에는 이 전 대통령의 맨법 위반 관련 내용에 대해 주석을 달아 출처도 표시돼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1920년 8월 미국 이민당국에서 작성한 공문을 제시하며 이 전 대통령이 기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하와이 이민국에서 내용을 확인한 뒤 (맨법을 위반했다고 신고한) 제보자의 신빙성이 없다며 더 이상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이 기소됐다는 것은 허위사실임이 명백히 입증된다"며 "또 최씨는 이메일로 시사회 직전까지 맨법 위반 사건을 입증할 원사료를 계속 찾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영상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는 걸 알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결과적으로 김 감독과 최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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