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임종석·장하성·김의겸 입모아 "원래 모르는 분, 통화 안했다"며 '코드 통계' 부인
野 김병준 "대통령 앞에서 사실 얘기할수 있겠나…정보왜곡, 정부 죽음에 이르는 병"
통계청장 자질 두고 "소득재분배 전문가를 청장으로, 통계도 재분배하려는 의도" 논란

황수경 전 통계청장의 이례적인 조기 경질과, 후임 강신욱 통계청장의 '코드 통계'가 우려되는 자질 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2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통계청장 경질 논란에 대해 "집권 2기와 정기국회를 앞둔 통상적인 인사"라고 했다. 또 "차관급 인사를 지난주 처음 발표하고 현재 진행 중"이라며 "차관의 임기가 보통 14~15개월이고 집권 2기와 정기국회 앞둔 시점인 7~9월 사이에 차관 인사가 단행 되는게 일반적"이라고 주장했다. 2009년 이후 황수경 전 통계청장 이전 통계청장들의 임기가 2년 안팎이었다는 점을 애써 외면한 주장으로 보인다. 

그는 앞서 차관 임기가 '보통 14~15개월'이라고 전제해놓고도 "공교롭게도 정부의 인수 시점이 5월이었고 이 때문에 지난 정부의 평균보다 3~4개월 정도줄게 된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임종석 실장은 "이전 청장이 계실 때 (청와대가) 통계에 개입한 흔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책임지겠다. 그런 일 없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28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8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황수경 전 청장의 재임 기간에) 통계청의 독립성을 훼손할 만한 지시를 내린 적도 결코 없다"며 "문재인 정부는 통계청 독립에 개입·간섭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황 전 청장이 '제가 말을 잘 듣는 편은 아니었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그건 그분의 생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임 실장의 경우 운영위에서 "전임 통계청장을 잘 모른다. 통화한 적도 없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고, 장하성 실장은 "(황 전 청장과) 통화한 적 없고 원래 모르는 분"이라고 거들었다.

김 대변인은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마련하기 위해 통계청장을 교체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면서 "(이번 인사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신된 모습을 갖추기 위한 인사"라며 "특정 이슈 때문에 특정인을 집어서 인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실 것"이라고 강변했다.

야권에선 통계청이 지난 23일 발표한 가계 동향 조사에서 상위 20%와 하위 20% 계층간 소득분배 격차가 2008년래 최악으로 나타난 것이 황 전 청장의 경질 사유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야권은 당시 조사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이 같은 폐해를 낳았다"고 맹공을 펼쳤다. 당시 여권에서는 표본 가구가 지난해 5500가구에서 올해 8000가구로 늘면서 고령층 가구 비율이 증가했는데, 지난해 지표와 올해 지표를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맞비판이 나왔었다.

황수경 전임 통계청장이 지난 8월27일 청장직 이임식을 가지면서 눈물을 보였다.(사진=연합뉴스)
황수경 전임 통계청장이 지난 8월27일 청장직 이임식을 가지면서 눈물을 보였다.(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당사자인 황 전 청장이 27일 언론 인터뷰 등에서 "내가 썩 말을 잘 듣는 편은 아니었다"고 털어놔 논란이 증폭됐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한국당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통계가 마음에 안든다고 통계청장을 경질해버렸다.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데 대통령 앞에서 진실을 진실답게, 사실을 사실로서 얘기할 수 있겠나"라며 "이 정부의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서의 정보 왜곡 현상이 이미 심각하거나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할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정보가 왜곡되지 않도록 저희 한국당 의원 많은 분들이 하나 하나 챙겨갈 것"이라며 "신임 통계청장이 심지어 '조사 표본을 바꾸겠다'고까지 얘기했다. 이것은 아예 정보를 대놓고 조작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전부 바꾸겠다는 이야기"라고 상기시했다.

그러면서 "이래서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겠나"라며 "(통계 조작이 일어나면)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성공이라고 자평하는 일들이 생길지 모르지만 국가 전체의 의사결정의 질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국가는 결국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국민적인 감시를 호소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황 전 청장 경질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통계자료를 내민 통계청에 대한 정권의 탄압이고 압력"이라며 "국가 경제에 불이 났는데, 불낸 사람이 아니라 불이 났다고 소리 지르는 사람을 나무란 꼴이다. 정부가 통계를 조작하려고 작정을 했다"고 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표본에 오류가 없었다면 이번 통계청 인사는 문재인 표 통계를 만들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통계를 왜곡하는 것은 여론조작과 같은 심각한 범죄행위로, 혹여라도 소득주도경제 성과를 내기 위해서 통계에 손을 대려는 어떤 시도가 있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28일 대전정부청사에서 취임식을 갖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28일 대전정부청사에서 취임식을 갖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좌파성향 소득분배 연구가 출신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의 자질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야당에서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근거 자료를 강 청장이 작성했다고 본다.

실제로 강 청장은 전날 '좋은 통계로 보답' 발언에 이어, 이날 정부대전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저희(통계청)가 생산하는 경제활동인구 분석 등이 최저임금 효과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한계와 동시에 또다른 장점도 있기 대문에 어떤 방식으로 통계가 발전해나갈지는 좀 더 고민해볼 문제"라고 통계산출 방식 변화를 시사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전임 통계청장은 눈물의 퇴임식을 가졌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한 죄밖에 없다"며 "신임 통계청장은 소득재분배 전문가라고 한다. 통계도 '재분배'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야당은 또 강 청장의 박사학위 논문('존 로머의 분석적 맑스주의 경제이론에 대한 연구')를 봤을 때 통계 전문가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일종 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 청장은 청와대가 요구하는 대로 자료로 디펜스(방어)해주는 분으로 통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지적했고, 이에 임 실장은 "강 청장도 통계분석을 전문으로 해온 사회경제학자"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진태 의원은 "그나마 청와대 일자리상황판에는 늘어난 일자리 5000개를 1만개로 슬쩍 반올림해놨다"고 지적한 뒤 "정직하지 않은 정권이 통계를 속이기는 식은 죽 먹기다. 오죽하면 디즈레일리가 '세상엔 세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나쁜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말했겠나"라고 경종을 울렸다.

그는 문재인 정권을 겨냥해 "국민을 속이려고 하지 말라. 너나 할 것 없이 먹고 살기 어려운데 더 이상 증명이 필요한가"라며 "소득주도성장이 옳다고 우기더니 이젠 통계를 주도해서 성장했다고 우기려고 한다. 얼마나 더 망해봐야 정신차리겠나"라고 경고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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