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영철 편지 읽고 나서 폼페이오 방북 전격취소”
"美, 한국과 공동보조 취하는데 큰 문제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보낸 편지를 읽은 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WP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더욱 강화하면서 독자적으로 행동하려는 데 대해 미국 정부 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한 것은 북한의 고위관리가 그에게 보낸 비밀 편지 때문으로 알려졌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그 편지를 읽고 나서 이번 방북이 성공하지 못 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이 네 번째 방북을 위해 평양으로 떠나기 불과 몇 시간 전 트위터를 통해 그의 방북이 취소됐다고 알렸다.

WP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24일 아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고 두 명의 선임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편지의 정확한 내용은 불분명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가 폼페이오의 방북을 취소하기에 충분히 적대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대변인 사라 허커비 샌더스는 CNN에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하는 트위터를 날렸을 때 그가 방안에 함께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보를 만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 언론은 이날 CIA의 최고 아시아인 고위 관리이자 폼페이오와 함께 북한을 방문했던 앤드류 김이 웨스트 윙을 방문했던 사실도 확인했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김영철의 편지가 어떻게 폼페이오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히길 거부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뉴욕 채널’로 알려진 UN주재 북한대사관을 통해 점점 더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개인적으로 몇 차례 편지를 교환해왔다. 이 가운데 일부는 폼페이오 장관을 통해 직접 전달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서 비핵화에 있어 더 많은 진전을 이루도록 김정은을 격려하는 한편 과거의 나쁜 행실로 돌아가지 않도록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이미 그의 편지에 답장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트위터에서 북한문제에 협력하지 않는 중국을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가 잘 되지 않고 있음을 공공연히 밝혔다는 사실은 대통령 자신에게 커다란 오점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핵협상이 계속 진보하고 있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12일 김정은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시작했던 외교를 완전히 폐기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평양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층 강화된 제재 또는 다른 방법을 통해 김정은 체제를 더 압박하고자 하는 고위관리들 예를 들어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의 편을 들 수 있다”고 했다.

익명의 선임 행정관은 WP에 “대통령이 스스로 '끝났다'고 인정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북한이 공을 앞으로 굴리지 않으면 볼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약속을 지키도록 강요하기 위해 그들을 상대로 압박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폼페이오의 이번 방북은 평양과 단계적 협상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북한은 미국이 먼저 종전선언을 하길 원한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먼저 신고하기 원한다.

행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들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미국이 더 많은 양보를 하기 전에 평양의 양보는 검증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볼튼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날릴 때 같은 방에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이번 방북에 반대했다. 볼튼은 면대면 만남을 포함해 어떤 양보도 북한에게는 유약함의 표시로 간주되고 따라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매티스 장관은 섣부르게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한반도에서 미국과 한국의 군사적 준비태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종전선언은 단지 정치적 절차일 뿐 평화협정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WP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서는 대북 정책에 대한 기관 간 논쟁이 진행 중이다. 북한이 정확하게 핵미사일 프로그램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일치된 평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의 기관들은 북한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악화되고 있는지에 관한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후퇴를 평가하는데 어떤 측정방법을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워싱턴이 찬성하든지 말든지에 관계없이 평양과 평화를 데탕트를 추구하면서 점점 혼자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에 평양을 방문할 계획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남북 간 협력의 표시로 개성 내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개소할 생각이다.

미국의 선임 행정부 관리는 WP에 “우리는 남한과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남한은 혼자서 가기로 결심한 지점에 이르렀다. 그들은 더 이상 우리와 함께 동행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WP는 일부 관리들은 김정은이 정말로 비핵화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외교적 관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만약 북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이 정말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이러한 시도는 지속될 것이라는 광범위한 동의가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북핵 협상가 조엘 위트는 WP에 “트럼프 행정부가 단계별 행동과 같은 가능한 한 발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특사가 북한과 협상을 타결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트는 “북한과 관여가 필요한 순간이 오면 폼페이오 장관이 행동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누가 먼저 시작하는가는 어리석은 일이다. 미국은 북한이 먼저 시작하기를 원한다. 북한은 미국이 먼저 시작하기를 원한다. 그리나 우리는 둘 다 그 중간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P는 “만일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특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발전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훨씬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며 “평양 및 서울과의 긴장이 더욱 증폭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WP는 “현재로서는 다음번 행보를 만드는 것은 김정은에게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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