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N 수첩/홍준표] 가상화폐 혼선에서 느낀 정부의 아마추어적 행태
[PenN 수첩/홍준표] 가상화폐 혼선에서 느낀 정부의 아마추어적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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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PenN 산업경제부 기자

장관급 고위 인사의 발언에 아무런 무게감이 없다. 진지함도 보이지 않고 부처간의 혼선도, 대책도 너무나 아마추어적이다. 가상화폐(암호화폐)가 좋든 나쁘든 새로운 산업의 태동기 단계에 대해 통찰력없이 너무 쉽게 얘기 하는듯 보인다. 이번 가상화폐 파문은 그러한 현 정부의 종합적인 문제점이 그대로 표출된 사건이었다.

내용을 잠깐 요약해보자. 가상화폐와 관련된 정부의 최종 입장을 내놓기 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독단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데 관계 부처 간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힌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그 발언 하나로 가상화폐 시장은 일대 혼란을 겪게 되었고, 이에 분노한 20대~30대 위주의 젊은 층들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을 통해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 들었던 사업주들과 가상화폐 전문가들 또한 이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자 청와대가 아직 ‘의견 조율’ 중이라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불과 며칠 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파장과 그에 대한 현 정부의 대책을 통해 경제와 산업에 대한 아마추어적 이해 수준을 엿볼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현재 정부는 가상화폐를 새로운 산업으로 편입하려는 국가들과 달리 이를 바다이야기 사태 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세계 선진국들이 가상화폐에 대해 제도적인 완비를 하는 단계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한국 정부는 아직도 오락가락하며 새로운 산업에 대한 인식 수준 뿐만 아니라 행정 프로세스 또한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고 있다.

이와 비교하여 미국의 정부 입장 발표는 그리 가볍지 않다. 전 세계를 주무르다 보니 발언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한다. 한 가지 사안에 주무처 장관과 대통령의 의견이 충분히 조율된다. 그리하여 조율된 최종합의는 전문성이 있는 부처가 발표하지, 경제·금융과 관련된 문제를 법무부 장관이 갑작스레 발표하지 않는다.

잠시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11일 날짜로 암호화폐 기사와 관련된 국가는 세 나라였다. 미국, 중국 그리고 한국이다. 미국은 가상화폐에 대해 이미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는 구비해 놓은 상태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메이저 증권사와 투자의 귀재인 워렌버핏으로부터 가상화폐에 대한 생각을 다듬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기사들을 냈다. 그러나 중국은 ‘가상화폐 채굴금지’로, 한국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로 정부 발표만을 연일 퍼다나를 뿐이었다.

박 장관은 11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고, 산업자본화 해야될 자금이 가상화폐 거래로 다 빠져나가고 해외로도 빠져나간다”며 폐쇄의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어지는 “해외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염두를 안하고 있다”는 기자의 반박에 “중국은 거래소가 없지 않냐”라고 답변했다.

해외 각국들이 제도적인 완비를 구축할 시점에 중국은 지금 ‘가상화폐 거래 전면 금지’ 조치로 인해 가상화폐와 관련된 자금이 중국 산업으로 편입되지 않고 모두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 장관의 말마따나 산업을 키워야 할 돈들이 바로 가상화폐 시장을 형성하며 굴러다니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가 좋든 나쁘든 국가가 이를 양성화하여 좋은 에너지로 치환시키려는 노력은 못할지언정, 아예 산업 자체를 뿌리 뽑자는 발언이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전 세계가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동안 한국은 그동안 넋놓고 방치해두다 결국 폐쇄하자는 입장으로 가는듯 하다. 이러한 신산업에 대한 추격국의 행태인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 정부가 미리 각 정부 부처와 의견을 조율하고 여러 전문가들과 상의했다면, 그리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할 능력을 갖추고 시장을 하루 빨리라도 성숙시켰더라면, 지금처럼 정부 발표만을 언론이 퍼나르지 않고 가상화폐의 제도적 문제에 대한 생산적 토론이 이뤄졌을지 모른다.

새로운 산업의 발전은 항상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돈이 몰려 거품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화폐로서 통용될지 여부를 떠나 산업 자체를 아예 죽이려 하면 500만으로 추정되는 모든 암호화폐 거래자들은 졸지에 범법자가 되고 만다. 국가는 새로운 산업에 뛰어드는 모험가들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를 구비해 놓는 역할만 담당할 뿐이다. 아무리 바다이야기처럼 어둡고 튤립처럼 투기적 성격이 짙더라도 자본이 몰리면 몰리는 대로 시행착오를 겪고 성숙하여 새로운 산업이 꽃을 피운다. 새로운 산업은 태동 후 거품기를 거쳐 거품제거기, 재조명기 그리고 안정기로 접어들며 비로소 자리잡는다는 사실은 신산업을 주도하려는 나라가 견지해야할 태도다. 언제까지 새로운 산업에 대해 이런 저런 연유로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아마추어적이고 사회주의적인 행태를 계속할지 모르겠다.

*각주: 사실은 정확히 말하면 가상화폐 혹은 비트코인보다는 세계적으로 통일된 암호화폐(Cryptocurrency)라는 용어가 적합할지 모른다. 가상화폐는 기존 온라인 화폐와 동일한 개념으며 보안에 취약함으로(암호화되지 않았음으로) 지양되며, 비트코인은 시중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한 종류일 뿐이다. 다만 이미 국내에서 가상화폐란 용어가 굳어져 이 글에서는 일단 가상화폐라고 썼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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