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2개월간 큰 과오 없이 청장직 수행…통계, 정치적 도구 되지 않도록 심혈 기울여"
"저는 (사유) 모른다. (청와대) 인사권자 생각…(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 아니었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통계청 제공)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지난 1년 2개월 동안 큰 과오 없이 청장직을 수행했다"고 말하며 부실 통계 책임을 반박했다.

이데일리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황 전 청장은 '가계동향조사 소득 통계 신뢰도 문제 때문에 경질된 것인지' 묻는 질문에 "저는 (사유를) 모른다. 그건 (청와대) 인사권자의 생각이겠죠. 어쨌든 제가 그렇게 (청와대 등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며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날 황 전 청장은 정부대전청사 후생관 대강당에서 열린 이임사에서 "지난 1년 2개월 동안 큰 과오 없이 청장직을 수행했고 나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며 "통계청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통계청의 독립성, 전문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왔고 그것이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는 올바른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취임하면서 '비록 제가 공무원 생활을 처음으로 해본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청 일원으로서 올인할 것'을 약속 드린바 있다"며 "다른 건 몰라도 확실히 그것을 지킨 것 같다. 저는 최선을 다했다. 모두가 도와주셨다. 한 방향으로 힘을 합치니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황 전 청장은 이같은 이임사를 밝히면서 이임식 내내 눈물을 흘렸다. 앞으로 황 전 청장은 휴직 중인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작년 7월 취임한 황 전 청장은 1년 2개월 만에 교체됐다. 통계청장이 이렇게 단기간에 바뀌는 것은 11대 청장(2008년 3월~2009년 4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황 전 청장이 갑자기 경질되며 통계청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 내부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의 정책 효과와는 어긋나는 통계 수치가 발표된 뒤 인사가 단행된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정책 실패를 드러내는 통계를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26일 17대 통계청장에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임명했다. 강 신임 청장은 홍장표 청와대 전 경제수석과 같은 성향의 학파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강 신임 청장과 홍 전 수석은 학현학파 출신이고 '학현'은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인 변형윤의 호(號)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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