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취소한 이유는 ‘빈 손 귀국’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미국의 전직 관리들이 지적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로버트 아이혼 전(前) 국무부 비확산 군축담당 특보는 24일(현지시간) VOA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신호를 받길 원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에도 또다시 빈손으로 평양을 떠나야만 한다면 정치적으로 너무 수치스러울 수 있다고 느꼈을 것 같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前)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VOA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폼페이오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줄 수 없다는 경고를 들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냈던 그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중국을 비난했다. 그러나 북한은 현 시점에서 폼페이오에게 줄 것이 별로 많지 않다”며 “지난번처럼 북한을 방문한 뒤 빈손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막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략살상무기 담당 조정관도 VOA에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이 어떤 진전도 이루지 못한 채 다시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난 번 방북에서 미국이 제시한 제안이 거절당했기 때문에 새로운 제안을 들고 갔어야 했고 이런 제안에 대한 내부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일부 비핵화 진전을 보이면 평화 선언을 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을 수 있지만 평화선언 문제는 미국 정치권에서 매우 논란이 많은 문제이기 때문에 합의를 이루지 못했을 것 같다”며 “방북 전 진행했던 북한과의 물밑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계속 긍정적인 평가를 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현실을 직시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이혼 전 특보는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이를 더 이상 숨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김정은의 책임으로 몰기로 결정했을 수 있다”고 했다.

마이클 푹스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이번 결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한 차례 취소했던 사례와 비교하면서 “당시처럼 지금도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행정부 내 일각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왔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큰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뒤 이런 상황을 우려했을 가능성 혹은 과거 정상회담을 취소한 뒤 다시 만나기로 했던 전술을 다시 사용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북핵 문제 해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이 나왔다.

푹스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 “따뜻한 안부”와 “곧 만나고 싶다”는 말도 전했기 때문에 강경 정책으로 선회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외교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일 수 있다며 언전가 김정은과 또 한번의 회담을 열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힐 전 차관보는 “상황이 악화될 것 같다”며 “미국은 중국과 만남을 갖는 등 역내 전략을 구상하는 데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고 VOA는 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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