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개성 남북 공동연락소에 물품을 반출하기에 앞서 유엔안보리의 ‘제재 예외’ 승인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북 제재에 저촉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미 공조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면제 신청을 했어야 했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남북연락사무소의 개소가 개성공단 재개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자문관을 지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24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문재인 정부가 개성에 반출한 유류 80톤과 철강, 구리 등 대북제재 물품 116톤은 “경제적 자원이며 북한과의 교묘한 무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튼 변호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는 이런 행위에 허가를 맡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1718대북제재위원회가 제재 예외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탠튼 변호사는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가 개성공단 재개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개성 연락사무소에 누가 상주할 지가 관건”이라며 “개성공단을 가동시킬만한 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나 남북 철도 연결 전문가가 개성에 들어간다면 연락사무소 개소 목적과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 목적을 위한 연락사무소라면 왜 수도인 평양에 설치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 대학교수는 “한국이 제재 대상 물품을 북한에 반출하기에 앞서 정치적인 이유에서다로 ‘제재 면제’ 신청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예외 요청 필요성을 느끼는 지와는 별개로 적어도 ‘제재 예외’ 요청을 함으로써 국제적 제재 체제를 준수할 의지를 보여줬어야 했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 대북지원 감시단 등으로 활동했던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개소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면서도 “한국정부가 전력 공급을 위해 북한에 보냈다는 유류량에 놀랐다”고 말했다. 브라운 교수는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내 한국 직원을 위한 목적으로 보냈다는 유류 80톤은 상당한 양”이라며 “한국이 오해의 소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대북제재 예외 신청을 했으면 바람직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고든 창 변호사는 미북관계가 진전되지 않는 가운데 한국정부가 독자적으로 북한과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이 자칠 한미 공조에 균열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창 변호사는 “한국은 남북 연락사무소를 또 다른 대사관 개소 정도로 주장하지만 개성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개성공단에 위치한 만큼 그렇게 볼 수 없다”며 “더군다나 더 큰 문제는 공조를 이뤄야 하는 미국과 한국의 관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의 입장과 달리 연락사무소 개소 방침을 정했지만 두 나라는 한 노선에 있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는 영국의 매튜 무디 대변인은 개성 남북 공동연락소 개소 준비를 위해 북한에 물자를 공급하는 것이 대북제재에 저촉되느냐는 VOA의 질문에 “제재위원회 회원국이 해당 사항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위원회국가는 이를 규제 위반으로 제기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앞서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3일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의 설치와 관련해 유류 80톤 반입 등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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