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소득분배 악화 국정책임자로서 송구하나 소득주도때문 아냐"
양극화 심화에 "소득주도 포기 아닌 '속도감있게 추진'하란 역설"
'새 경제패러다임' 운운, 국민에 "고통 따르지 않는다고 말 못해"
정책 구체적 개념설명 없이 "비판은 이해부족때문…1년도 안됐다"

문재인 정권 2년차에 성장률, 고용, 소득분배 모두 휘청거리는 가운데 26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청와대 참모진, 집권여당 원내대표, 대통령에 이어 논란된 정책 사령탑까지 기조 불변을 선언한 것이다. 아직도 소득주도성장의 정체(正體)를 다 밝히지 않은 채로다. '경제 독재(獨裁)'를 기정사실화했다는 해석마저 나온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출신인 장하성 실장은 지난 1월 최저임금 인상 대책발표 이후 7개월 만인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런 입장을 밝혔다. 간담회에는 윤종원 경제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참여연대 출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참여연대 출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장 실장은 간담회에서 "취업자 증가 수가 급격히 둔화하고,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이 감소해 분배가 악화됐다는 결과가 발표됐다"며 "국정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우선 사과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경제 상황 악화는 소득주도성장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정 책임자의 일원으로서 사과는 했지만 정책 부작용은 인정할 생각이 없다는 '유체이탈 식 화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은 가계소득을 높이고 지출비용을 줄이며 안정망을 확충하는 것"이라며, "최근의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언급된 "최근의 지표"는 1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달은 양극화 지표를 가리킨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분기 가계소득 통계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하위 20% 가구간 평균소득 격차가 5.23배까지 벌어진 것.

그는 "하반기에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정책 추진에 더욱 체계적이고 과감하게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비판을 두고는 '이해 부족'이라고 치부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소득주도 성장은 가계소득 증가, 생계비 감소를 통한 가처분소득 증대, 사회안전망·복지를 통한 실질소득 증대 효과 등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산과 정책이 실행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하는데 고통이 따르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25일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 축하 영상을 통해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기조로 가고 있습니다"라고 공언, '경제노선 불변'을 재확인한 바 있다.(사진=MBN 방송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25일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 축하 영상을 통해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기조로 가고 있습니다"라고 공언, '경제노선 불변'을 재확인한 바 있다.(사진=MBN 방송화면 캡처)

가계소득 증가든 사회안전망·복지든 모두 이미 창출된 국민소득에서 걷는 혈세(血稅) 또는 부채 증가를 기반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자명한데도, 소득 증대를 도출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모습이다. 

또 국민에게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검증된 바 없는 '경제실험'을 강행할 태세로 보인다.

장 실장은 정책 추진 명분으로 "대기업·수출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은 과거 압축성장 시대에 효용을 다했다는 게 입증됐다"는 좌파진영의 '클리셰(진부한 표현)'를 되풀이했다.

그는 또 "경제정책은 기획·입안에도 시간이 걸리고 실행에도 시간이 걸린다"며 "국민을 살리는 경제, 경제를 키우는 정책을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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