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석 한국당 의원 "정부 6~7月 철강·구리·보일러 등 115t 北에 반출"
美가 제재면제 동의하지 않자 ‘전기 공급’ 우회 수단 선택해 개성연락사무소 개소 강행

문재인 정부가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개소 등 남북 교류 사업을 추진하면서 앞서 알려진 석유와 경유 외 10억 원 상당의 유엔 대북(對北)제재 금수품을 북한에 추가로 반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남북사무소 운영 물자 제재 면제에 동의하지 않자 ‘전기 공급’이란 우회 수단을 선택해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개소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연락사무소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미국측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정양석(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관세청 등 관계기관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6~7월 사이 총 115톤(10억 원 상당) 가량의 철강, 구리, 니켈, 보일러 등을 북한에 반출했다. 이는 앞서 정부가 북한에 반입한 것으로 알려진 석유와 경유 80톤(1억 300만 원 상당)과는 별개의 물품이다.

지난해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는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공금 한도를 연 50만 배럴로 제한했다. 또한 산업기계, 운송수단, 철강 등 금속류의 대북 수출을 금지한다.

정부는 7월 초 남북사무소 공사를 개시하던 시점부터 미국과 대북 제재 예외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벽에 부딪힌 상황에서 남북사업에 제재 면제를 남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난색을 표하자 제재 면제가 무산됐다.

이에 정부는 북한에 전기를 직접 보내는 우회로를 선택해 연락사무소 개소를 강행했다.

정부 당국자는 23일 “전자 관련 장비는 제재 대상이지만 우리측이 개성공단 폐쇄 전까지 전력공급을 해왔기 때문에 새로 장비를 들일 필요가 없고 전기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이날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에 대한 물자 공급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인지 여부를 직접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정부가 공동 연락사무소에 석유와 전기를 공급할 예정인데, 유엔 제재 위반이냐'라는 질문에 "제재 위반인지 아닌지 분명히 들여다보겠다"고 대답했다.

앞서 미 국무부 관계자는 또 남북 관계 개선은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 진행돼야 한다며 유엔 대북제재뿐 아니라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 위반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20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남북관계 개선은 한반도 비핵화 진전 과정에 발맞춰 이뤄져야 한다"며 "이 때문에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남북관계의 개선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문제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17일에는 개성 남북공동 연락사무소에 대해 “유엔 대북제재뿐 아니라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 행정부 고위관리는 이날 국내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문을 연다는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한국정부가 개성에 연락사무소를 연다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제재를 한국이 위반하는 위험에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가 미국을 곤란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며 “공동 연락사무소 개소를 위해 한국이 에너지(전력), 건설 자재, 기술장비, 기타 물품을 북한에 공급하는 것은 유엔 대북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독자 제재를 준수하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도 미국법에 따라 조사할 의무가 있다.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처벌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설치는 지난 4월 27일에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의 합의사항이다. 정부는 연락사무소의 개·보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최근 남측의 전력을 공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와 관련해 “며칠 후면 남북이 24시간 265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16일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의 2018년 운영경비 34억 7300만 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에도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시설 개보수 경비 8600만 원을 의결했다. 그러나 제재 면제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 우리정부가 당초 17일로 추진했던 개소식 일정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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