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지원司 잔류인원 확정 하루 앞두고 靑에 "再판단" 청원…찬성 1900명↑
"조직과 국가 위해 충성하던, 죄없는 선후배 부대원들은 살려달라"
"언론은 '기무사 특권의식' 사실인양 자극적 기사로 누군가 인생 망치지 말아달라"

문재인 정부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를 독단적으로 해체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재창설과 기무요원의 원대복귀를 명령한 가운데 이를 '원점 재검토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올라와 눈길을 끈다.

자신을 기무사 현역 중사라고 밝힌 A씨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기무사령부 장교 및 준, 부사관 원대복귀(8.24.) 추진 중단 요청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국가의 안보와 군대의 기능이 살아있다면 안보지원사 창설과 이에 따른 원대복귀 및 인사명령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청원은 오후 5시30분 기준 찬성자 수가 1900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글 캡처.

A씨는 "이렇게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까지 수도 없는 고민 끝에 결국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인 이전에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글을 게시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이산가족 상봉과 GP, GOP 철수 등 평화 국면에 이르는 현 시점에서 군인으로서 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자신이 경기도 전방에서 군 복무를 수행하다가 두번의 기무사 시험을 치르고 기무사와 국군기무학교에 들어갔다고 소개하며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YTN 등 각종 언론에서 기무사 요원들의 불법적인 행태를 고발하며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더니 그 짧은 사이에 조직이 해체돼 훌륭하신 대선배들이 눈물을 머금고 각자의 군으로 원대복귀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저는 아무 힘이 없는 일개 부대원이지만 오늘 결심했다. '이렇게 안보지원사라는 큰 틀의 개혁이 추진되다가는 사랑하는 내 선배, 후배 부대원들이 배신감을 느낀 채 각 군으로 원복되겠구나' 생각했다"면서 "'댓글 사건, 세월호 유족 동향 관찰, 계엄령(절차 검토 문건 작성)' 등 일련의 불법적인 기무사의 행태에 많은 국민들과 가족들이 실망한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인간은 태어나 누구나 실수를 하고 후회하며 또 실수한다"며 "이렇게 글을 쓰는 요지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며 "수도 없는 (숫자의) 인재이자 요원들이 이번주 금요일 자신이 해고될까 두려움에 술로 밤을 지새우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또한 본인의 가족에게는 힘든 내색하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며 이 해편의 과정을 묵묵히 완수해나가는 부대원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님, 우리 부대가 잘못한 점이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된다. 허나 조직에 소속돼 있는 아무 죄없는 선후배들을 원대복귀라는 미명하에 해고 통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A씨는 "제 동료들 중에는 이제 세 아이의 아빠도 있고, 이제 100일이 된 아들의 아빠도 있다. 국군이기 전에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누군가의 가족, 친구, 지인"이라며 "눈물을 머금고 한숨과 한탄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은 국가에 대한 충성 일념으로 살아온 그들에게는 능지처참 그 이상의 기분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민간 회사에서 누군가 잘못된 처신을 했다하면 그 인원만 해고된다. 그 인원이 속해있는 부서, 회사의 모든 인원이 해고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는 국군기무학교가 요원들에게 특권의식을 가르쳤다고 사실인양 떠들고 있다"며 "저는 학교에서 배운 것은 오로지 국가와 조직에 '절대 충성 행동으로!!!', '국기보전의 최후 보루, 세계 일류 군 정보수사기관' 이 두가지를 명심하며 지원하는 작전부대의 선후배들 누구에게나 깍듯하게 대하고 예의를 갖추라는, 누구보다 요원된 모습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발 언론에서는 자극적인 기사로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거짓 정보들이 모여 죄없는 부대원들이 자의든 타의든 원복, 전역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씨는 "선배들은 제가 이러한 글을 쓰는 것에 만류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라고 한다. 소나기는 피해가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가족들 앞에서 떳떳하게 기무사 요원이자 한 아이의 아빠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A씨는 안보지원사 창설과 이에 따른 원대복귀 및 인사명령 재검토를 촉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는 눈물을 머금고 가족들과 이사 준비를 할 것이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조직과 국가에 배신감을 느끼며 평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우리 조직과 국가를 위해 충성하는 기무사였던, 이제는 안보지원사 선후배 부대원들을 살려달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제발 명령 발표 하루 남은 이 시점에서 인사 심의 관련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저는 군에서 전역하여 새로운 시작을 하려합니다. 조직에 대한 배신감 또한 느끼지 않는다"고 알렸다.

한편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은 이르면 오는 24일 현 기무사 요원 중 새 사령부에 남을 인원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위수령·계엄령 절차 검토문건 작성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 댓글공작 등에 연루된 기무사 요원 200~300명도 육·해·공군 등 원래 소속부대로 돌아갈 예정이다. 나머지 기무사 요원에 대해서는 창설준비단이 대대적인 내부 감찰을 벌여 선별작업을 거친 후 원대복귀시킬 전망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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