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많은 동성애에 대한 비판-반대도 어려워질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이른바 '젠더폭력 추방'을 범정부적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동학대, 청소년폭력, 젠더폭력을 추방해야 한다”며 이를 범정부적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해에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성폭력’이란 익숙한 용어 대신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포함하는 ‘젠더폭력’이란 용어를 생소한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젠더폭력 추방을 새해 범정부적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 이른바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김영길 바른군인권연구소 대표는 “‘젠더폭력’이란 용어는 여성가족부가 처음으로 쓰기 시작해 지금은 경찰에서 ‘성폭력’ 대신 사용하고 있는 용어”라며 “일반적으로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의미하나 페미니스트나 동성애 옹호자들은 이를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키백과는 젠더폭력에 대해 ‘특정 성(性)에 대한 혐오를 담고 저지르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라고 정의한다. 여성을 공격하는 여성폭력, 남성을 공격하는 남성폭력, 그리고 소수 성(性)을 가진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 등이 있으며, 대표적인 젠더폭력의 형태는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강간 등), 가정폭력, 성매매라고 쓰고 있다.

정소영 미국 변호사(세인트폴고전인문학교 교장·도서출판 렉스 대표)는 “젠더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 이른바 성소수자를 포함해 다양한 성적지향을 가진 사람들을 포함하는 용어”라며 “젠더폭력을 근절하겠다는 것은 흔히 생각하듯 여성에 대한 육체적, 사회적 폭력을 근절하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른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발언 등을 법적으로 금지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젠더’라는 용어를 언급했다는 것이 놀랍다”며 “대통령의 발언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준하는 수준까지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에서 현재 추진 중인 정책들로 미루어보건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젠더폭력은 단순히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를 원천 금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심히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건강한사회를위한시민연대 한효관 대표는 “젠더는 여성과 남성뿐만 아니라 수십 가지 종류의 사회적 성을 지칭하는 용어”라며 “젠더폭력을 추방하겠다는 것은 동성애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금지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공약 내용은 ▲젠더폭력 전담기구 마련 ▲스토킹, 데이트폭력, 디지털범죄 등 3대 신종 젠더폭력방지 대책 강구 ▲젠더폭력 가해자 처벌 강화 ▲젠더폭력 피해자 보호 및 지원 강화 ▲성평등 및 인권교육 확대 등이다.

한편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5분 자유발언 시간을 활용해 "문재인 대통령은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며 첫번째 공약은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에는 젠더폭력 전담 기구 설피, 가해자 처벌에 대한 확실성 증대, 피해자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 강화 등이 들어갈 예정이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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