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관계자 "8월24일쯤 국방부 발표할 것…수도꼭지 자체 없앨 필요 있나"
민주당, 체결 전 "이완용의 매국" "日자위대에 기밀 헌납" "최순실 관여" "안보 팔아먹어" 궤변
文도 "朴대통령 사임 의결했어야" 비난…집권후 두차례 연장할 동안 與는 '조용'

야당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근거없는 '친일·매국 몰이'까지 서슴지 않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비난, 반대하던 문재인 정권이 이 협정에 대해 '조용히' 2년째 연장 결정을 내렸다.

22일 복수 언론에 따르면 정부 고위관계자는 "국방부와 외교부, 청와대가 (한일 GSOMIA 연장을) 계속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라며 "8월24일쯤에 국방부가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GSOMIA를 1년 더 연장하는 쪽으로 결정하는 게 유력하다"며 "수도꼭지가 있으면 잠그고 열 수 있는데 수도꼭지 자체를 없앨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GSOMIA 연장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아직 있고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파기는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일 GSOMIA 2년째 연장 결정에도 과거사를 '싹 잊은 듯' 조용하다.

민주당은 지난 2012년 6월 민주통합당 시절 한일 GSOMIA 협정 체결이 임박한 가운데 "이완용의 매국행위"(이종걸 당시 최고위원), "일본 자위대에 모든 군사정보를 제공하는 일"(이해찬 당시 대표), "정권 후반기에 안보주권을 내주려 한다"(추미애 당시 최고위원), "군사기밀을 일본에 헌납했다"(박지원 당시 원내대표)며 불안 여론을 조성, 이명박 정부가 '협정 보류'를 결정하기까지 압력을 가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11월23일 국방부가 한일 GSOMIA를 4년 만에 재추진, 체결하기 전후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 모두가 반대하는 잘못된 협정을 강행" "국가안보를 팔아먹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이재정 당시 원내대변인은 야권이 불을 지피던 '국정농단설'의 장본인인 최순실씨가 관여했다는 근거없는 의혹마저 제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의원들도 일제히 "일본 자위대와도 군사기밀을 공유하겠다는 매국적 망동"이라는 비방부터 앞세우고 "국민 배신행위", "일방적 졸속협정 추진 즉각 중단"이라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2016년 11월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안 국무회의 의결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정청래 전 의원 소셜미디어 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민주당 전 대표 자격으로 "오늘(협정 체결 하루 전 11월22일) 국무회의가 의결할 것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아니라 박 대통령에 대한 사임 건의였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폄하한 바 있다.

친(親)민주당 좌파진영에서도 한일간 '군사적 정보공유'와 무관한 위안부 집회,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 등이 무조건 반대를 표명하면서 자극적인 반일(反日)·반(反)박근혜정부 여론을 부추겼었다. 일부 좌파언론은 '군사정보보호협정' 용어를 임의로 '군사협정'으로 줄여 사용하면서 

하지만 정작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나서 여권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 대응으로 일관했다.

2016년 11월23일 한일 정부간 서명과 동시에 발효된 GSOMIA는 운용 기간을 1년으로 하되 효력 만료 90일 전까지 양국 중 어느 한쪽이 파기 통보를 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1년 연장되는데, 지난해 협정 만 1년이 도래하기 석달 전(8월24일)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는 협정을 파기하지 않고 1년 연장 결정했다. 문 대통령이 국방부의 한일간 정보교환 현황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파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표 시절 당내 회의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계기로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던 모습.(사진=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표 시절 당내 회의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계기로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던 모습.(사진=연합뉴스)

야당 시절 "매국협정" "안보주권 포기"라며 대통령 자격까지 문제삼던 민주당 진영에서는 정작 한일 GSOMIA 연장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앞서 거론된 이해찬 의원은 민주당의 8.25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주자로서 다시금 당권을 쥘 가능성이 높은 인사로 꼽히지만, 문재인 정부 하에서 두차례째 이뤄지는 협정 연장 결정을 두고는 비난한 사례가 없다.

한편 대부분 현안에서 민주당 진영과 같은 목소리를 내 오던 북한정권과 극단적인 친북진영은 전혀 '톤 조절'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일 GSOMIA 체결 전부터 이를 비난해 온 북한은 지난해 9월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협정 1년 연장을 결정한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민화협은 당시 "남조선과 일본의 군사적 결탁을 강화하고 미국 주도의 3각 군사동맹 구축을 본격적으로 다그치기 위한 전주곡"이라고 했다. 이후에도 북한은 다수의 관영 선전매체를 총동원해 한일 GSOMIA 폐기를 종용해 왔다. 

북한 체제 비판은 없이 '평화' '통일'이라는 구호만 앞세운 친북단체들도 협정 폐기여부를 결정할 올해 8월이 다가올 무렵부터 "한일 GSOMIA는 군사분야 적폐 1호"라며 시위·집회를 전개해오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지난 5월 15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친북단체들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15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친북단체들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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