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 공동 개소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수품목으로 지정한 정유 제품 약 80톤을 북한에 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관세청 등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7월에 석유와 경유 8만 2918kg이 북한으로 반출됐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는 금액으로는 약 1억 300만원 상당이다. 이 가운데 남측으로 다시 반입된 양은 1095kg로 100만원 상당에 불과하다.

해당 품목은 국제상품분류 기준인 HS코드 2710 ‘석유·역청유(원유 제외)’로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서 북한으로 반입이 금지됐다. 안보리 결의에 따르면 정유제품의 판매, 공급, 이전도 제재 위반에 해당된다. 2397호는 한 해 북한에 공급할 수 있는 정유제품의 상한선을 한 해 500만 배럴로 제한했다.

미국은 북한은 올 상반기에 이미 해당 양 이상을 들여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엔 전문가 패널은 이달 초 북한의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극비 보고서에서 “2018년에도 해상에서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선박 간 정제유와 석탄 거래를 대량으로 증가시킴으로써 유엔 안보리 결의를 계속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으로 넘어간 석유와 경유는 발전기를 돌리는 데 사용됐다. 6~7월 교류발전기(75kVA~375kVA) 여러 대 등 4만 9445kg 상당의 발전기(HS코드 8501)도 북한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 역시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으로 보낼 수 없는 품목이다.

정부는 남북 간 군 통신선 복원, 이산가족 면회소 수리를 위한 금수 물자 반입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로부터 제재 면제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개성 연락사무소와 관련한 제재에 대해선 아직 미국과 협의 중이다. 북한으로 보낸 정유 제품 중 이산가족 면회소용은 180kg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개성으로 갔다.

22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개선 연락사무소로 향한 물자는 북한에 체류하는 우리 인원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재 대상이 아니다. 북한에 어떤 경제적 이득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양성 의원은 “우리 인원이 쓰더라도 연락사무소가 북한에 있기 때문에 문제”라며 “제재 관련 협의가 끝나기도 전 성급하게 먼저 집행부터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는 20일(현지시간) 남북 관계 개선은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 진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은 한반도 비핵화 진전 과정에 발맞춰 이뤄져야 한다"며 "이 때문에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남북관계의 개선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문제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은 개성 연락소 개소를 빌미로 제재를 풀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2일 “(판문점 선언이 이행되지 않는 원인은) 미국의 대조선(대북) 제재 책동과 그에 편승한 남측의 부당한 처사에 있다”며 “공동연락사무소 작업에 필요한 몇 kW 용량의 발전기를 들여오는 것도 제 마음대로 결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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