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국회 기재위서 "연말 고용회복 어렵다" 장하성 전망 이틀 만에 반박
靑고위관계자 "정책 힘 못받는다"며 '장-김 갈등 프레임' 보도 자제 요구
"과거 70년 패러다임" "10년간 대기업 중심" 경제실패 아닌 "변화 과정" 주장
"고용충격 원인 통계로도 안 드러나…불확실성 커져 예산확장 불가피" 시인
'소득주도성장 원인이면 수정할 가능성' 묻자 "열려있다" 했다가 "그건 아냐"
최저임금 실패는 인정? "소득주도성장과 등치 말라" 견강부회…"목표 불변"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21일 사실상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타겟으로 청와대가 주도하는 '소득주도성장'에 회의적인 발언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으나, 파열음이 끊이지 않아 정권 핵심부는 속을 끓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의 관련 질문에 "연말까지 고용회복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 불과 이틀 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7월 고용 대참사' 계기 당정청 회의에서 "연말까지 고용상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으나 공개적으로 이견을 노출한 것이다.

(왼쪽부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분(장 실장과 김 부총리)은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을 끌고 가는 '투톱'으로서 목적지에 대한 관점은 같다고 본다"면서 "다만 그것을 실행해나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차가 있을 수 있다"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면서 "다만 그것이 갈등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져 버리면 그 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정책 그 자체보다는 그와 대척점에 있다고 보는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관점이 생길 것"이라며 "그런 관점으로 가게 되면 정책의 응집력이 힘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장하성-김동연 갈등상(像)' 보도를 자제하라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장 실장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경비원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해고 위기에 놓였다는 한 언론 보도에도 "개인의 신상이나 가족관계 등이 노출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고위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이 과거 70년 간 지속해온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과정에 있다"면서 경제실패 논란에 '과거 70년간'까지 끌어들였다. 이어 "그 과정은 굉장히 어렵고, 의견차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며 "우리가 왜 그 정책들을 바꾸려고 노력하는지에 대한 인식은 충분히 공감하리라 생각한다"며 동조를 호소했다.

부의 양극화를 '대기업 탓'으로 돌리는 현 여권의 흔한 패턴도 빠지지 않았다.

관계자는 "지난 10년 또는 그 이상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운영해왔고, 그 낙수효과를 통해서 상당히 발전했고 한국경제가 단시간 내 성장할 수 있는 요인까지 왔었다"면서 "그러나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과 서민들의 가계소득은 정체상태 또는 실질임금은 떨어지는 그런 상황까지 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자리와 고용부분에서 생각했던 것만큼의 효과가 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리뷰를 하고 있다"며 "다만 이런 부분들이 객관적 통계상으로 보이면 좋겠는데, 통계상으로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많더라"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정책을 실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통계를 통한 정확한 분석이 필수적인데 그런 부분에서 '사인'이 아직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들이 지금의 불확실성을 좀 더 키우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에 대한 대책들로는 확장 예산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경제정책 실패는 드러나는데 객관적 통계로 그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가 어려워, '주먹구구 식' 정부재정 확대로 기우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관계자는 '원인 분석 결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이 나면 수정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일단 "당연히 열려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소득주도 성장도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큰 목표가 있는 것이고,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인데 그 이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소득주도성장에는 여러가지 정책이 있는데 그 중에서 모든 근원이 최저임금 인상 하나로 귀결되는 부분은 저희로서는 선뜻 동의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만일 정책수단의 한계점이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입증되면 소득주도 성장의 정책기조를 바꿀 수 있는가'라는 거듭된 질문에도 "그건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을 최저임금으로만 좁혀서 보고 있기 때문에 '기조를 바꿀 것이냐', '유지할 것이냐'에 질문이 집중되는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고용회복에 직(職)을 걸라'는 문 대통령의 주문도 있었던 만큼, 언제까지 고용 회복이 되겠느냐는 물음에는 "글쎄요, 그건 좀 봐야한다. 어떻게 제가 그 얘기를 할 수 있겠나"라면서도 '장 실장이 연말이라고 하더라'라는 지적에는 "그건 장실장님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관계자는 자신의 발언을 두고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정책에 대한 기조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오자 출입기자단에 메시지를 보내 거듭 부인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의 변경을 얘기한 게 아니다"라며 "소득주도성장을 최저임금으로 등치(等値) 시키고 있는데 소득주도성장의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은 유연하게 본다는 뜻이었다. 소득주도성장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태도로 미루어 청와대는 모든 비판을 '소득주도성장을 최저임금 인상으로만 봤기 때문'으로 치부하고, 당장 드러난 정책 실패에 대한 판단을 거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비판진영에서는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친(親)노동계 일변도의 법정최저임금 일률·대폭 인상뿐만 아니라 ▲법정근로시간 52시간으로 강제단축 ▲법인 법정최고세율 인상 ▲개인소득에 대한 부자증세 ▲노인 기초연금 수혜대상 확대 및 아동수당 인상 등 '무차별 세금살포 식' 복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와 같은 반(反)기업적 정책 등을 통틀어 판단하고 있어, 청와대 입장은 견강부회(牽强附會·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어 자기 주장의 조건에 맞도록 함)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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