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소장에 드러난 불법 재취업자 실태
삼성‧기아‧롯데‧SK 등 대기업 압박해 퇴직자 17명 재취업
억대 연봉에 자녀학자금, 골프회원권까지 챙겨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간부들이 대기업을 압박해 ‘황제 취업’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최근 전‧현직 공정위 수뇌부 12명을 재취업에 넘기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을 통해서다.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금까지 총 17명을 16개 대기업에 특혜 취업시켰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카드, 기아자동차, 현대건설, 롯데쇼핑, 롯데제과, 현대백화점, SK하이닉스, LG경영개발원, 포스코건설, GS리테일, 신세계페이먼츠, KT, CJ텔레닉스, 하이트진로 등의 기업이 대상이었다.

이들 기업에 특혜취업한 17명의 평균 연봉은 1억 5,000만원으로, 두 명을 제외하곤 모두 ‘억대’를 상회했다. 이들은 여기에 매달 수백만원의 현금을 업무추진비와 판촉비 등의 명목으로 챙겼다.

예를 들어 국내 3대 대기업 중 한 곳에 재취업한 한 퇴직 간부는 '1년차 연봉 1억9000만원, 2년차 연봉 2억9000만원, 3년차 연봉 2억4000만원, 월 업무추진비 500만원'이라는 조건에 연봉 계약을 했다. 2016년 6월 정재찬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 국내 대기업의 고문으로 취업시킨 한 공정위 퇴직자는 '연봉 2억6000만원, 차량 및 매달 400만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제공받았다. 연봉 외 복지 혜택까지 더하면 이 간부는 연간 3억6000만원 정도를 받은 셈이다.

또 다른 재취업자는 연봉 1억2000만원 외에 성과급 4000만원과 차량, 차량 보조비(월 75만원), 건강검진, 의료비, 법인카드를 받았고, 한 유통 대기업에 입사한 퇴직자 3명은 1억원이 넘는 연봉에 각각 골프회원권과 차량 유지비 외에 월 50만~350만원을 쓸 수 있는 법인카드를 받았다.

일부 전직 공정위 간부는 업무를 볼 사무실을 제공받지 않는 대신 ‘출근할 필요가 없다’는 취업조건을 보장받기도 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최대 1억9,000만원에 이르는 연봉을 받았다.

한편 검찰은 지난 16일 퇴직자들의 대기업 재취업 자리를 봐준 혐의(업무방해)로 정재찬 전 위원장과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 등 3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전‧현직 공정위 수뇌부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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