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대신 '제23차' 올림픽…파견목록서 '참관단' 빠져
南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北 '우리 민족끼리' 고집
北, 이산상봉 거부·'비핵화'에 신경질…후속회담 '안갯속'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 1월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회의에 공동보도문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 1월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회의에 공동보도문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힌 뒤 성사된 첫 남북 고위급 회담 공동보도문부터 남북이 서로 '딴소리'를 하는 양상이다. '공동'보도문이라는 명칭이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매체가 회담 종료 3시간여 만에 타전했다'며 국내 언론이 호들갑을 떤 북측 공동보도문에서 정작 동계올림픽 명칭에서 '평창'은 빠지고 '제23차'가 들어갔으며, 북측의 파견 목록에서 '참관단'이 빠져 의문을 낳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한다"고 발표했지만, 북측은 '우리 민족끼리의 원칙에서'로 아예 치환했다.

지난 10일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평양방송,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가 남북 고위급 회담 타결 사실을 보도하면서 공개한 남북 공동보도문 전문에 따르면 이같이 나타났다.

지난 9일 남북이 합의해 발표한 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 1항에는 '북측은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에 고위급 대표단과 함께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기로 하고, 남측은 필요한 편의를 보장하기로 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북측 대표단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도 9일 밤 회담 종결회의에서 한국보다 먼저 북측 공동보도문을 낭독할 때도 '참관단'을 입에 올린 바 있다. 참관단 파견은 회담에서 리 위원장이 기조발언을 통해 먼저 제안한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후 10일 새벽부터 나온 북한 매체의 관련 보도에는 올림픽에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한다고만 나왔다.

이를 두고 ▲북한 매체가 공동보도문 보도 과정에서 실수했을 가능성 ▲북한이 회담 이후 참관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바꿨을 가능성 ▲북한이 내부적으로 참관단 파견을 알리지 않으려고 일부러 뺐을 가능성 등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도 10일 북측에 보도된 공동보도문에 '참관단'이 누락된 점을 확인했으며, 추후 북측에 그 이유를 문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북측의 '우리 민족끼리 원칙에서'라는 용어 차이는 아예 남북 대표단의 공동보도문 낭독 단계에서부터 드러났다. '우리 민족끼리'는 미국 등 한국의 동맹국가들을 배제하자는 의도가 깔린 표현으로, 북한이 그동안 회담이 있을 때마다 고집해 왔다. 이 표현을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이 고집하면서 회담이 막판에 진통을 겪었다는 전언도 있다. 

북한은 또 평창 동계올림픽을 '제23차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라고 표현하면서 한국 측 지명을 입에 올리지 않으려고했다. 미묘한 신경전이 연속된 탓인지, 당시 회담에서는 후속 회담 계획이 잡히지 않았다. 통일부가 11일 오전 "20일로 예고된 로잔 회의 이전에 남북 실무회담이 열릴 것"이라면서도 "현재까지는 남북간에 판문점 연락망을 통해 협의된 내용이 없다"고 밝혀둬, 남북 간 교감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밖에 정부는 9일 회담에서 북한에 설 명절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지만, 공동보도문에 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남측 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비핵화'를 거론한 것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표출하기도 했다. '남북 대화가 곧 화해 무드라고 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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