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석 부장판사 "김경수 혐의, 공모관계 성립여부 다툼 여지 있다"
"주거와 직업 등 종합해 구속 필요성 인정 어려워" 주장
이명박 전 대통령·신연희 전 강남구청장 구속 영장은 발부한 판사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된 혐의를 받은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댓글 추천수 조작 의혹과 관련해 특검이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김 지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18일 새벽 기각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에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모씨 일당과 공동으로 메크로(반복작업) 프로그램을 통해 네이버 덧글 공감수를 조작하는 등 네이버에 대해 업무방해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메크로를 활용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여론조작 작업에 대해 인지했고, 이를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킹크랩(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회를 참관하며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을 한다는 걸 알게 됐고, 이후 드루킹 김씨에게 조작할 기사의 인터넷주소(URL)를 보내는 등 사실상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날 박 부장판사는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피의자의 주거, 직업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이전 드루킹 김씨가 김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도모 변호사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김 지사 구속영장을 기각한 박 부장판사는 전남 영암 출신으로 광주(光州) 인성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군법무관을 거쳐 2000년 서울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지법 북부지원과 광주지법, 전주지법, 서울고법 등에서 근무했다.

이번 영장 기각에서 박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주거, 직업’ 등을 종합해 구속 사유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그는 지난 2월에는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3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또 박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도 기각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지난 2일 특검팀이 김 지사의 집무실과 국회의원시절의 증거 수집을 위해 국회사무처와 의원회관을 압수수색했을 당시 업무용PC가 복구 불가능 수준으로 포맷돼 있어 드루킹과의 공모 관계를 증명할 핵심 단서가 사라진 바 있다.

당시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전 의원과 보좌진이 사용했던 컴퓨터는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해 데이터를 완전 삭제하는 로우 포맷을 적용한다"며 "김 지사가 사용했던 컴퓨터도 같은 규정으로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특검팀은 조만간 활동기간 연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검법에 따라 특검팀은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한 차례(30일)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만약 특검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한다면 문 대통령은 오는 25일까지 연장 승인 여부를 특검 측에 통지해야 한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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