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우 칼럼] 문재인 정부의 對北정책 무엇을 겨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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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8.08.18 11:26:17
  • 최종수정 2018.08.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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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시찰서 일군들 꾸짖은 김정은, 고르바초프 말기 소련 붕괴 연상시켜
그간 韓정부 대응은 공산권 몰락 '역사적 필연성'에 인식부족 드러내
文정부는 김정은 정권에 '평화' 명분 구원 손길…北 또 개혁개방없이 위기 넘기나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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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어느 나라든 국력이 쇠퇴하고 주민단합이 무너지고 시스템이 망가지면 망할 수밖에 없었다. 위대하던 로마제국도, 20세기를 뒤흔들던 소연방도 예외가 아니었다. 소연방의 마지막 지도자 고르바초프가 군사력 이외에는 소련의 실체가 엉망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과감하게 개혁·개방을 선언하였다. 그럼에도 공산당의 노멘클라투라의 기득권 고수와 석고화된 시스템 속에 허위보고가 만연하였다. 최고지도자 고르바초프가 발트 연안 3국의 분리움직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얼마 전 김정은이 함경도 어랑발전소 공사장을 비롯한 사업현장들을 시찰하면서 “뻔뻔하다”, “틀려먹었다”고 호되게 경제일군들을 꾸짖었다. 북한에서 금기시되어 있다는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까지 질책하였다. 당 중앙위원회, 내각 등 북한의 당과 행정기구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일면을 보여준 것이다. 고르바초프 말기의 시스템 붕괴를 연상시킨다.

지금 북한 정권은 두 번째 위기에 빠져 있다.

1990년 전후 세계 공산주의 몰락시기의 첫 번째 위기에서 북한‘정권’의 생존전략과 한국의 대응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격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1985년 소연방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개혁·개방 정책의 결과는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에서 터져버렸다. 1989년 6월 폴란드에서 바웬사가 이끄는 자유노조가 선거에서 공산정권을 무너뜨렸다. 반년 만에 동 유럽 공산권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김일성의 제도를 모방하던 루마니아의 차우세스크 대통령부부도 12월 25일 성난 군중과 합류한 군인들에 의해 즉결 처형되었다. 종주국인 소연방도 1991년 12월 말 해체되었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정권을 장악한 소련 공산당의 70년 역사가 실패로 끝난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만이 이러한 역사의 흐름에서 벗어났다. 1978년 12월 덩샤오핑 주도의 개혁개방 정책, 1986년 베트남의 도이모이 정책 추진 덕분이다.

북한정권은 중국과 베트남과는 반대의 길을 택했다. 정권의 안전이 최우선 목표였다. 이미 1974년 4월 김정일의 후계공식화에 맞추어 발표한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 10대 원칙’에 따라 김일성 일가의 절대 권위를 옹호하는 것이다. 강제수용소에 10만 명 이상의 정치범을 마음대로 감금, 처벌하는 독재 체제를 강화하였다. 어느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공포분위기를 강화한 것이다. 또한 외부정보의 유입을 철저하게 차단하였다. 동 유럽공산권이 순식간에 도미노처럼 무너진 것이 외부정보의 전파였다고 분석한 때문이다.

북한정권이 중국·베트남과 같은 개혁개방을 거부하고서도 정권을 유지한 것은 기적과 같다. 그러나 경제번영까지 이룰 수는 없었다. 강력한 압제와 공포로 역사의 대세를 막아낸 만큼 주민 들이 겪은 고난과 공포의 행군은 오히려 더 가혹할 수밖에 없었다. 정권은 폐쇄된 체제 속에서 북한이 지상 최고의 천국이라고 주민들을 세뇌하였다.

여기서 확인하고자 하는 점은 한국정부의 대응이 얼마나 적절 하였는가 이다. 답은 부정적이다. 성공한 대한민국 주도로 평화적인 통일의 기반을 마련할 기회를 잃은 셈이다.

노태우 정부는 북방정책을 적시에 추진하여 대 공산권 외교에 성공하였다. 88서울 올림픽을 활용하여 89년 2월 헝가리와 수교를 시작으로 90년 9월 한소수교, 92년 8월 한중수교, 92년 12월 한·베트남 수교를 마무리하였다. 그 결과 동북아의 정치·경제 지형을 바꾸고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위상을 높였다. 옆 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1인당 소득이 거의 근접해졌다. 2017년 해외여행자가 2600만 명이나 되어 일본보다 8백만 명이나 많다.

북방외교의 성공에 비교하면, 북한의 첫 번째 위기상황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응은 너무나 미흡하였다.

공산권 몰락의 역사적 필연성에 대한 한국정부의 적극 인식이 부족하거나 한 발짝 늦었다. 큰 홍수가 지난 다음에야 뒷북치듯 하는 수동적 자세가 대북 정책에 나타난다. 북한 정보수집과 정세파악, 종합분석에 취약점이 크다.

폐쇄된 북한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보를 담당하는 조직들이 제대로 경험과 능력을 구비하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미 상당기간 김정일이 실권을 장악해서 김일성과 공동정권을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였다. 북한 정권의 위기의 실상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결국 능동적으로 대북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끌려 다닌 셈이다.

1991년 12월 13일 남북 기본합의서 최종 교섭에서 북한 총리 연형묵은 김일성의 훈령에 따라 대폭 양보를 하여 합의문을 타결하였다. 고 황장엽 선생의 증언에 의하면, 김일성은 서울에서 서명을 마친 북한 대표단을 헬리콥터로 평양으로 귀환시켜, 그날 저녁 목란관에서 성대한 환영만찬을 베풀었다. 김일성은 북측 교섭대표들이 조국을 구해냈다고 크게 치하하였다. 김일성은 남북 기본합의서와 비핵화선언으로 한국의 공세를 일단 묶는데 성공한 것이다. 남북간 합의를 지킬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정권의 생존을 위해 뒤에서는 핵개발을 비롯한 비상수단을 추구하였다.

김일성·김정은 정권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유화책을 쓰는 것을 정확히 분별하지 못하고 한국 대표단은 자신들의 교섭능력이 출중하여 북한 측이 승복한 것으로 치부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올 것으로 착각하였다. 순진하다고 하기 에는 정보력 부족으로 바보짓을 한 것이다. 북한 정권이 개혁개방을 하거나 망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도록 적극공세를 폈어야 했다.

이렇게 한국정부의 정보력 부족으로 북한 정권은 개혁·개방 하지 않고도 거짓 평화공세로 위기를 모면하였다. 1998년 이후에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묻지마 식 대북지원으로 정권수명은 더 크게 연장되었다. 고 황장엽이 1997년 4월 한국에 도착한 당시 북한 정권이 5년 정도 연명할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으로 빈사상태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한국의 대북지원은 군이나 당에서 우선적으로 사용하여 정권이 빈사상태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이제 북한정권에 두 번째 위기가 왔다. 핵·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거듭된 제재에 중국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한국은행은 7월 21일 북한경제가 2017년 –3.5% 성장하였다고 발표하였다. 20년래의 심각한 경제침체다. 연평균 30억 달러에 상당하던 북한의 수출이 2017년도 16.5억 달러로 감소하였다. 중국해관 통계에 의하면 2017년 12월과 2018년 1월 대 중국수출이 8할 이상 감소하였다.

김정은은 1990년의 1차 위기 시와 마찬가지로 평화공세로 나올 수밖에 없었고, 2018년 신년사에서 시작하였다.

김정은 정권에게 운이라고 할까, 문재인 정부가 평화라는 이름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과연 북한의 근본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 북한정권이 개혁·개방하지 않고도 이번 두 번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북한 인프라 건설 지원을 염두에 둔 듯,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모델로 삼아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하였다. 유럽의 경제통합의 시작이 독·불·이와 베네룩스3국과 같이 이념과 체제를 같이하는 국가 간에 가능하였다는 역사성을 알고 내놓은 구상인가? 유럽연합으로 확장된 후에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무시하는 국가를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북한산 석탄의 반입 의혹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무엇을 겨냥하는지 냉정하게 보아야 한다.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前 통일원 차관·現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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