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8.15 경축사로 "한반도 주인" "南北관계는 美北관계 부수적 효과 아니다"
'운전자론' 거둔 다음날 北로동신문 "北南관계는 주인은 우리민족…민족자주"
北 '민족자주 원칙'은 "외세 간섭 배격"…"제재압박-관계개선 양립불가" 압박
17일 '우리민족끼리'도 강경화 '비핵화까지 대북제재' 발언에 "親美굴종 망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15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제70주년 정부수립 경축식'에 참석한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15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제70주년 정부수립 경축식'에 참석한 모습.(사진=연합뉴스)

북한 비핵화를 미북간 문제라며 '중재자'로서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펴 오던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8.15 경축사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반도 주인론'으로 일컬으며 북핵문제 주도권 강화 의지를 점치기도 하지만, 오히려 북한 김정은 정권과 '우리민족끼리 코드'를 맞추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제70주년 정부수립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미북)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나아가 "오히려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며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핵 위협이 줄어들고 비핵화 합의에까지 이를 수 있던 역사적 경험이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북한의 기만'으로 실패한 비핵화 협상을 예로 들었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對北)제재 공조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만이 '남북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의지를 굽히지 않고(통일부) ▲남북간 공동연락사무소 개설과 철도 연결사업에 물자와 예산을 투입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며 ▲양대노총이 북한 어용 노동단체와 접선해 "우리민족끼리"와 "대북제재 소동"을 운운하도록 놔두는 현 상황에 당위성을 부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관계 발전은 미북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라는 문 대통령의 언급은 특히 친북(親北)기조의 강화를 짐작하게끔 한다. 불과 1년여 전 한미정상회담 직후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고 공언해놓고, 남북 정권간 우호 다지기에 더욱 부심할 태세다. 이는 문 대통령이 "향후 30년간 남북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최소한 170조원"이라고 홍보한 점에서도 나타난다.

친북으로 기울수록 한미동맹 흔들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되돌릴 수 없는' 조치인 종전(終戰)선언과 북한 비핵화 순서를 둘러싼 입장차 ▲잇단 남북경협 강행과 대북제재 유예요구 불발 ▲미 행정부는 '한국 정부의 행동을 지켜보겠다'고 관망하고 있는 북한 석탄·선철 등 불법반입 논란으로 한미공조는 실종상태에 이른 가운데, 우려대로 전개된다면 한미 양국 정부간 내놓고 파열음이 발생하는 것도 먼 미래가 아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 8.15 경축사가 나온 직후,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기다렸다는 듯 "북남관계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우리 민족"이라고 강조했다.

로동신문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다음날인 16일자 6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근본입장>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이같이 밝히고 "따라서 북과 남은 관계개선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며 "그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에도 명백히 밝혀져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16일자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 6면 일부 논설.
지난 8월16일자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 6면 일부 논설.

신문은 "민족자주의 원칙이 판문점선언에 관통된 기본정신"이라며 "민족자주의 원칙에 철저히 입각해 외세의 간섭을 배격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고 종용했다. "이러한 때에 민족자주의 원칙과 어긋나게 우리에 대한 '제재압박 유지'를 떠드는 미국의 눈치를 살피며 외세의존에 매달린다면 겨레의 지향을 거스르는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 정권은 관영·선전매체들을 동원해 '판문점선언 이행'을 명분으로 내세워 문재인 정부에 대북제재·한미동맹 이탈을 종용해 왔다. 이런 관점에서 로동신문은 지난 7월20일 '중재자'를 자임해 온 문 대통령과 운전자론을 싸잡아 "말로는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떠들고 있지만 미국 상전의 눈치를 살핀다"며 "운전자는커녕 조수노릇도 변변히 하지 못한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논평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직접 비난은 삼가고 "제재압박과 관계개선은 양립될 수 없다"고 압박하는 데 그쳤다. 자신들의 대북제재·한미동맹 이탈 요구를 이행하는지 '두고 보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마침 문 대통령이 '운전자론' 대신 "우리가 주인"이라고 공언한 직후 관측된 것이다.

북한 정권은 이튿날인 17일에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북제재 입막음'에 나섰다.

두차례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수석대표로 나선 리선권이 위원장인 정부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산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은>이라는 제목의 이날자 논평에서 "대북제재의 부당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종용했다.

우리민족끼리는 특히 "얼마 전 남조선의 외교당국자(강경화 외교장관)는 아세안지역 안보연단 상(相)회의(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 기간 여러 회의참가국 외무상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 누구의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까지 대북제재가 유지돼야 한다고 온당치 못한 망발을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미국의 허락 없이는 북남관계를 한발자국도 전진시켜나갈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친미(親美)굴종행위가 아닐 수 없다"면서 "남조선당국이 외세의 눈치를 보아가며 무턱대고 따라외우는 대북제재라는 것은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말살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불순적대세력들이 고안해 낸 불법무법의 계략"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그러면서 "지금은 누구의 눈치를 보면서 정치적리속이나 체면유지를 위해 급급할 때가 아니다"며 "외세에 추종하는 대북제재가 아니라 민족의 밝은 운명과 미래가 담겨진 판문점선언에 대한 충실한 리행"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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