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우울증 있다고 해도 사물 변별 및 판단 능력 있어"

새로 산 침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자신의 아버지와 누나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성호 부장판사)는 17일 존속살해 및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모(23) 씨에게 무기징역, 2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질이 지극히 패륜적이고 잔인하며 이 범행으로 인해 피고인을 비롯한 가족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막중한 결과가 벌어졌다"며 "가족과의 감정이 좋지 않았더라도 아버지와 누나를 잔혹하게 살해한 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수사와 재판에서 자신의 행동 때문에 아버지와 누나가 숨졌는데도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거나 '아무 감정이 들지 않는다'는 자세를 취했다"며 "피고인의 행동과 그 행동의 결과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3월 9일 오후 7시께 서울 강북구 집에서 아버지(54)와 누나(25)를 둔기로 여러 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외부와 격리된 은둔 생활을 해온 김씨는 자신의 방에 아버지가 침대를 설치하자 이를 부수며 난동을 부렸고, 누나가 자신을 나무라자 둔기로 내리치고 이를 말리는 아버지까지 둔기로 때려 두 사람을 모두 살해했다.

김씨는 수사와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김씨가 외부와 고립된 이른바 '히키코모리'이며 우울증 증세를 보여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했다"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해도 범행 과정이나 내용에 비춰볼 때 사물을 변별하거나 판단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상실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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