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세 부담 완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국세청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해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를 전면 유예하기로 했다.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대통령이 앞장서서 경제적·도덕적 아노미 현상을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우리나라 자영업 종사인구는 전체 경제인구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들 상당수의 소득은 임금근로자 소득에 못 미치는 안타까운 수준”이라며 “자영업의 특수성과 어려움을 감안해 600만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생업에 전념하게 당분간 세무조사 유예 및 면제 등 세금 관련 경제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야 한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16일 밝혔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당일이 아니고 이틀 뒤에 청와대가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한승희 국세청장은 16일 서울지방국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영업자·소상공인 세정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국세청은 전체 자영업자의 89%에 달하는 519만 명에 대해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를 유예하고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신고내용에 대한 확인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들은 또한 내년 세무조사 선정 대상에서도 제외되고 내년까지 소득세, 부가가치세의 신고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도 모두 면제받는다.

또 매출이 120억 원이 넘지 않는 소기업이나 직원이 10명이 안 되는 소상공인 법인 50만 곳에 대해서도 법인세 등 신고내용의 확인 절차를 없애주기로 했다.

국세청은 또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소상공인을 직접 발굴해 납부기한을 연장해주고,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맞춤형 세정지원도 강화한다.

다만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 부동산 임대업, 유흥주점 등 소비성 서비스업,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이번 대책은 국세행정 전 분야에 걸친 종합적인 지원 대책”이라며 “세금 문제에 대한 걱정 없이 본연의 경제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심리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금액이 많이 줄어든 사업자를 국세청이 직접 발굴해 납부기한 연장, 징수 유예 등을 지원하는 안도 마련됐다.

국세청은 직전 3개월간 매출액이 20% 이상 줄어든 업체를 스스로 분석, 선정해 납부기한을 연장하거나 징수를 유예할 수 있다는 사전 안내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또한 폐업한 사업자가 취업할 경우 체납액 3000만원까지 납부의무를 면제해주는 ‘체납액 소멸제도’의 지원 대상도 확대할 방침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재기 지원을 위해 예금, 보험금 등에 대한 압류유예와 해제 등 체납처분 유예도 실시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또 저소득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을 발굴해 근로, 자녀장려금을 신속히 지급하고 영세자영업자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부가세 환급금도 법정기한 10일 전에 조기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민생지원 소통추진단’도 신설된다. 추진단을 세무사, 소상공인단체, 국세청 납세자보호관 등으로 구성되며 자영업자의 세무불편에 대한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국세청은 이번 지원 대책은 소규모 사업자에 한정해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청장은 “소규모 사업자에 한정해 한시적으로 실시하되 탈세 등 명백한 탈루혐의에 대해서는 엄정히 법에 따라 조처할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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