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앞장서 ‘듣기 싫다’ 침묵시키고, 사회적 낙인찍기 앞장
태극기집회 참여자들을 사회부적응자로 몰아가는 언론사들의 공모
상당수 언론, “태극기, ‘태극기집회 전유물’로 전락...부정적 인식 확산”
태극기집회, “교통정체 극심”, “막말‧무질서”...축소 및 부정적 보도 다수
태극기집회 전체 참여인원 알 수 있는 사진은 없고 부분 사진만 게재
뉴스 공급하는 통신사들, ‘親정부 소규모 집회’ 의미는 충실히 다루고...
언론, 국민목소리 전달하여 사회지향점 가늠키보다는 불편한 시각만
PenN에 "덕분에 집회 소식 접해...훗날 우리나라역사에 소중한 자료 될것"
집회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집회 본질적인 의미까지 퇴색시켜서는 안돼

서울지역의 최고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은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건국 70주년, 8.15 국가해체세력 규탄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또 서울역과 대한문 앞 등에서도 다양한 단체의 '태극기 집회'가 개최됐다. 이날 서울 도심은 펄펄 끓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을 걱정하는 수많은 국민이 '8.15 국민대회' 등에 참여했다. 과거에 비해 젊은층의 참여도 늘었다.

그러나 사회면에 이날 집회를 비교적 비중있고 사실 중심으로 보도한 조선일보를 제외한 대부분 언론은 해당 집회들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태극기가 ‘태극기집회의 전유물’로 전락해 불편하다는 반응과 집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는데 집중했다. 언론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 지향점을 가늠하거나 피드백을 통해 사회를 선순환시키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언론이 앞장서 태극기집회에 대해 ‘불편하다, 듣기 싫다’는 식으로 사회적인 이미지를 매장시키고 침묵시키려는 모습이었다.

이날 대다수 언론의 보도 방향은 부정적인 뉘앙스로 일관됐다. 언론에는 <보수 ‘전유물’로 변색… 광복절에도 태극기 꺼리는 시민들(서울신문)>, <‘태극기 집회’의 역설...좌도 우도 “태극기 싫어졌다”(동아닷컴 및 뉴스1)>, <특정 정치세력 오도‧SNS에 국기 게양...위기의 태극기(뉴스1)>, <도심 광장 점령한 ‘태극기 부대’…이들의 막말과 무질서에 씁쓸한 시민들(서울신문)>, <[밀착취재] '태극기 집회'서 만난 보수·워마드… "文 정권 규탄" 어색한 합창(세계일보)>, <‘광복 73주년’ 서울 곳곳 기념행사...보수단체 집회로 차량정체(연합뉴스)> 등의 제목이 노출됐다. 이외에도 여타 좌파매체측은 해당 주제에 대해서 악의적으로만 다루거나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등에서는 16일 오전 현재 보도도 하지 않았다.
 

서울신문 '태극기집회 관련 보도' 갈무리
서울신문 '태극기집회 관련 보도' 갈무리

서울신문은 <보수 ‘전유물’로 변색… 광복절에도 태극기 꺼리는 시민들>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국경일을 기념하며 집집마다 내걸던 태극기의 상징성이 최근 급격히 변색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의 상징이 돼 버린 까닭이다. 현관이나 창문에 태극기를 내걸면 ‘태극기 부대’로 오해받을까 봐 아예 국기 게양을 꺼리는 일반인도 속출하고 있다”고 기사 첫머리에 적었다. 이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348차 수요시위’, ‘한일합의 무효 요구 대학생 평화선언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에 대한 부정적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을 추가했다. 또한 “태극기 부대가 대한민국의 국기를 오염시켰다”, “태극기만 봐도 태극기집회만 떠올라 피하게 된다”며 안타까워하는 두 명의 반응을 마지막에 인용하며 글의 의도를 명확히 했다.

동아일보의 인터넷판 동아닷컴 또한 이날 <태극기집회의 역설...左도 右도 "태극기 싫어졌다">는 보도를 헤드라인에 배치하기도 했다. 이는 뉴스를 공급하는 통신사 '뉴스1'의 기사를 받은 것이지만, 집회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보도를 헤드라인에 그것도 톱기사로 배치한 것은 동아일보 및 동아닷컴의 책임이었다. 동아닷컴의 이 보도에 대해 박성현 자유시민연대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아의 악랄한 기사...태극기 집회가 그렇게도 꼴보기 싫었나?"라고 질타했다.
 

앞서 ‘뉴스1’은 <'태극기집회'의 역설…좌도 우도 "태극기 싫어졌다"> 및 <특정 정치세력 오도·SNS에 국기 게양…위기의 태극기>라는 제목을 앞세우며, 태극기집회로 인해 태극기의 상징성과 가치가 위협받는다는 늬앙스를 전했다.
 

뉴스1 '광복절 및 태극기집회 관련 보도' 갈무리
뉴스1 '광복절 및 태극기집회 관련 보도' 갈무리

뉴스1은 “태극기가 예전만 못한 대접을 받게 된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에 있었던 '태극기 집회' 탓도 적지 않다. 태극기의 상징성과 이미지를 실추시킨 탓에 태극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무관심을 넘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얘기”라며 광복절에 태극기를 걸지 않겠다고 응답한 사람의 68%가 태극기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응답 결과를 제시했다.

해당 보도는 8일부터 14일까지 253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그중 ‘태극기를 집 혹은 회사 등에 비치하거나 가지고 있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만 160명이었다. 이같은 응답결과는 기존에 태극기 게양을 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다. 원래 걸던 사람이 계속 거는 상황일 수도 있는데, 태극기집회에 연계하여 부정적인식 탓으로 연결지어 설명하고 있다. 또한 태극기집회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마저 모두 특정 정치세력으로 매도하는 한계를 지닌다.

또한 이와같이 뉴스를 공급하는 통신사들부터 ‘태극기집회’에 대한 불균형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 집회와 마찬가지로 정부기조와 일치하는 성격으로 열린 소규모 집회들에 비해서도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적어도 수만명이 공감하는 운집한 집회에 대한 보도비중이나 논조도 최근 수차례 있었던 ‘몰카 규탄 여성집회’와도 확연하게 차이난다.
 

연합뉴스 주요뉴스에 배치된 '집회' 관련 보도 및 연관 기사목록(캡처)
8월 15일, 연합뉴스 주요뉴스에 배치된 '집회' 관련 보도 및 연관 기사목록(캡처)

연합뉴스는 이날 <‘광복 73주년’ 서울 곳곳 기념행사...보수단체 집회로 차량정체>라는 제목을 통해 여타 행사는 기념행사로 전하는 반면 보수집회에 대해서는 차량정체와 연결시켜 보도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제목만 소비하는 경우도 많은만큼, 보수단체 집회는 ‘차량정체’라는 키워드로만 직결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실상 이날 집회는 상당히 질서정연하게 치러졌다.

또한 연합뉴스는 해당 보도에서 정의기억연대의 ‘위안부 관련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한 700여명의 활동가와 시민들의 주장에 대해 상세히 전했으며, 대표 사진으로는 ‘일제강점기 피해자 전국유족연합회 회원들이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정당한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는 집회’ 사진을 가장 앞세웠다. 연합뉴스 보도에 실린 3개의 사진 중에는 가장 많은 시민이 참여한 ‘태극기집회’와 관련된 사진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대신 <보수단체 집회 합류한 워마드 "안희정 유죄"…대통령에 극단구호>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극단’이라는 부류로 묶어서 보도했다.

통신사 뉴시스 또한 <"日사죄", "평화 촉구", "朴석방"…73번째 광복절 집회 잇따라>를 통해 여러 집회에 대해서는 관계자 발언을 인용하는 등 집회소식을 종합해 올렸지만, 수만명이 운집한 태극기집회에 대해서는 기사 말미에 “보수 세력도 광복절에 대거 결집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태극기집회'도 도심 곳곳에서 열렸다”로 간단히 매듭지었다. 활용된 사진도 여타집회에 대해서는 최대한 사람이 많은 구도의 사진을 게시했지만, 태극기집회와 관련해서는 소규모 인원이 모여있는 구도를 택했을뿐더러 몇 명이 모였는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뉴시스
뉴시스 <"日사죄", "평화 촉구", "朴석방"…73번째 광복절 집회 잇따라> 보도에서 활용된 사진 갈무리

이에 일부 시민들은 이와 같은 축소보도와 불균형적인 보도양태에 대해 지적하기도 지친다는 반응이다. 적어도 해당 언론들에서는 "국민의 목소리를 준엄하게 들어야한다"는 표현은 앞으로 자제해야한다는 분노섞인 반응도 적지 않다.

언론의 불편한 시선은 태극기집회 참여 인원들의 의견에 대해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하거나 피드백하여 사회를 선순환시키기보다는 언론이 앞장서 그들의 의견을 ‘듣기 싫다고’ 침묵시키고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는 것에 가까운 비정상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집회가 아쉬운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아무런 조건도 없이 공휴일에 나와 그 무더운 뙤약볕에 각기 버텨내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하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대학교수 등 고학력자들도 많았다.

그렇게 나온 경위에 대한 이해조차 없이 불편한 감정만 드러내는 대다수 언론사들의 보도행태는 이러한 시민들을 통째로 사회부적응자로 만드는 양상이다. 언론에서 거론한 태극기집회에 대한 이미지는 오히려 언론에서 만든 측면도 적지 않다. 부정적인 측면만 제기하며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조차 없어보인다. 언론이 앞장서 집회를 축소하고 차단하며 본질적인 의미까지 퇴색시키는 모습은 국민 상당수를 배신하는 악의적인 보도행태였다.
 

‘8.15 국가해체세력 규탄 범국민대회’(사진=PenN)
‘8.15 국가해체세력 규탄 범국민대회’(사진=PenN)

한편 펜앤드마이크(PenN)는 이날 기자와 PD 등 6명의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집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취재하며 집회의 목적과 규모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상세하게 실시간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지상중계 보도했다. 또 유튜브채널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를 통해 생방송중계도 병행했다. 유튜브방송으로 중계한 곳은 있지만 기자들이 현장을 직접 취재해 실시간 지상중계를 한 언론사는 펜앤드마이크가 유일했다. PenN의 관련 기사에는 “펜앤드마이크가 있어서 8.15애국우파 규탄대회 기사를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훗날 우리나라 역사에 소중한 자료가 될것이다", ”38°C의 폭염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정권의 국가해체규탄' 집회의 함성을 생생히 전달한 펜엔의 '6인조 특별취재팀' 수고 많이 했다“, "기사 제대로 써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겠지요. 펜앤드마이크는 진실과 팩트를, 저같은 일반시민은 태극기를 들겠다. 자유대한민국을 위해서 전진합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태극기집회의 발전적 변화를 모색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이런 목소리에 대해 결집시키고 이만큼 지속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함이 전제가 되어야하지만, 대외적인 세대차이를 줄이고, 반감을 줄여 확장성을 갖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태극기집회에 참여한 한 청년은 집회에 전부 동의는 못하더라도 현 정부의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공감대를 이루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참석했지만, 답답함만을 갖고 극단적으로 상대에 대해서 무시하는 듯한 모습이나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중요해, 알아야해’라고 알리는 시간 뿐만 아니라 문화 요소 등 즐길거리도 상존하는 집회로 발전할 경우 보다 대외적인 호소력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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