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협상 이렇게 더딘데 남북 경제공동체, 이익 얘기…그게 누구 이익 되겠나"
靑 5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 앞둔 김성태도 "일자리상황판 인테리어 소품 아냐" 날세워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남북경협으로 30년간 170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편 데 대해 "희망고문보다는 현실을 직시할 때"라고 냉소를 보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원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아주 희망찬 메시지를 내놨다. '평화가 곧 경제'라는 말씀을 하셨고, 30년간 170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면서도 "저는 들으면서 사실 마음이 착잡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발언의 근거로 우선 "비핵화 협상이 이렇게 더딘 마당에 남북 경제공동체와 170조원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먼저 이야기하는 게 맞는가. 일에도 완급이 있고 선후가 있고 경중이 있는데 순서가 잘못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적인 이익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것이 누구의 이익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북한의 싼 노동력을 찾아서 우리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북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며 "자칫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고문을 할 수 있다. 그것도 심각한 수준의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상황을 한번 보시라. 경제는 망가져가고 소상공인들은 지금 광화문에서 그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170조원 남북 경제공동체라는 희망고문을 시작할 때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할 때"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주변에 참모나 기득권 노조들의 반대를 뚫고서라도 어떻게 하든지 경제의 새 프레임을 짜서 제 궤도에 올려야 된다"면서 "탈(脫)국가주의 관점에서 시장과 시민사회를 자유롭게 자율로 통제되게 하면서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그 성장열매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 당은 적극적으로 협력할 자세가 돼 있다"고 충고했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청와대 여야 5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 참석할 예정인 김성태 원내대표도 비대위원회의에 참석해 같은 의제로 문 대통령을 성토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평화와 경제 다 좋은데, 국민들이 느끼는 올해 상반기 체감 실업률이 11.8%로 역대 최고치"라며 "대통령께서 아직 걸어두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청와대 집무실의 일자리상황판은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두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용과 성장의 지표가 되는 제조업 분야 일자리는 이미 감소세로 접어든지 오래됐고, 경기둔화가 장기화 되면서 경제지표 곳곳에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상기시켰다.

아울러 "김정은 만나러 판문점에만 갈 것이 아니라 거제, 통영 조선소와 군산 자동차공장에도 가 보시길 바란다. 소득주도성장을 하신다더니 소득은 고사하고 변변한 일자리 없는 마당에 성장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 만들겠다고 했지만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가 판치는 이 사회에서, 대를 이은 고용세습 등 잘못된 제도에 문 대통령은 전혀 개선 의지가 없다"며 "뿐만 아니라 탈원전, 국민연금제도 개혁,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 BMW 수입차 안전대책, 부동산시장 양극화 같은 시급한 정책현안을 비롯해서 북한산 석탄, 드루킹 특검, 그리고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같은 정국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고 조목조목 짚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런 가운데 오늘 청와대 오찬은 아무래도 할 이야기들이 넘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통령께서 일방적으로 독주할 것이 아니라 진즉부터 헤쳐 나갔다면 이렇게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몰아서 하느라고 개학식 하루전날 밤새 듯 할 일도 없을 텐데"라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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