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무회의서 기무사 폐지령-안보지원사 제정령 통과시키며 기무사 비난
7월27일 '이례적 靑 개최'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는 "불법" 단언했다 논리 바꿔
국방부 기무사 특별수사단은 8월2일 중간발표서 문건 진상 못밝혀…기간만 연장
수사추이 무관하게 안보지원사 창설 돌입, 현직검사 감찰실장 내정 위법논란

정권발(發) '친위쿠데타설'까지 제기된 지난해 3월 국군기무사령부 위수령·계엄령 절차 검토 문건의 진상규명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간첩 잡는' 기무사 폐지와 그 후신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창설을 기정사실화했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는 기무사 폐지령과 이를 대체할 안보지원사 제정령(대통령령) 안건이 각각 의결됐다. 제정령은 내달 1일 안보지원사 창설과 함께 시행된다. 동시에 기무사는 폐지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계엄 문건은) 범죄 성립 여부를 떠나 기무사가 결코 해선 안 될 국민 배신 행위였다"고 기무사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아도 기무사는 그동안 민간인 사찰, 정치 개입, 선거 개입, 군내 갑질 등 초법적 권한 행사로 질타를 받아왔다"며 "기무사를 해체하고 안보지원사를 창설하는 근본 취지는 과거 역사와 철저히 단절하고,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 등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장성들을 불러 모아 '군 출신 대통령 집권 이래 이례적으로' 청와대에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었고, 거듭 '이례적으로' 장성들을 20여분간 연습시킨 뒤 "충성" 구호와 함께 거수경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한껏 군기를 잡은 문 대통령은 "기무사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단언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14일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14일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5일부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전으로 시작된 기무사 계엄 검토 논란에 대해, 같은달 10일 문 대통령은 몸소 특별지시를 내려 육군과 기무사 출신을 배제한 국방부 특별수사단을 출범시켜 수사하도록 했었다.

특수단 수사는 지난 2일 결과 중간발표가 있기 까지 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동안 정부·여당은 꾸준히 친(親)정부 민간단체 '군인권센터'와 사실상 연계해 북한 정권의 숙원이기도 한 '기무사 해체' 여론몰이를 이어갔다. 

지난달 2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총 67페이지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건 중 일부만 발췌해 자체 해석을 브리핑한 것이 대표적이다. ▲단계별 대응계획 ▲위수령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가지 큰 제목 아래 21개 항목으로 이뤄진 문건 중에서, 계엄 선포 관련 방침만 화두로 삼아 국민들의 막연한 '공포심'을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송영무 국방장관이 지난 3월 계엄 검토 문건을 기무사로부터 보고받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약 넉달을 묻혀 있었고, 7월5일 이철희 의원이 최초 문건을 폭로하기 전 이미 청와대와 그 내용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됐지만 여권이 대응을 꺼리면서 유야무야됐다.

특수단은 2일 중간발표 당시 기무사 문건에 대해 그 제목이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 아니라 원래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었다고 파악했다고 알렸다.

또한 기무사가 문건 작성을 위해 '미래 방첩업무 발전방안 TF'란 이름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문건이 들어있던 USB 내 복구된 파일에서 계엄 시행 준비에 관한 내용이 확인됐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단이 정작 문건 작성의 경위와 의도를 완전히 파악해 발표하지 못한 것이다. 특수단은 이달 6일 수사기간 한달 연장(내달 18일까지)을 송 장관에게 요청했고 14일 받아들여졌다. 

특수단은 수사기간 총 3회 연장으로 최장 130일이나 수사를 벌일 수 있어, 청와대의 "문건 작성은 불법" 주장을 입증할 만한 성과는 여태 내놓지 않았다. 67페이지짜리 문건을 해석하거나 작성 경위를 정권발 '친위쿠데타설' 등과 연결지을 정황을 못 찾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통해 드러난 국군기무사령부의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전 상황 인식.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통해 드러난 국군기무사령부의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전 상황 인식.

수사는 그다지 진척되지 않는데 문 대통령은 이석구 기무사령관을 해임하고 남영신 사령관을 임명, 기무사 해체와 안보지원사 창설을 위한 실질적 조치는 거침이 없다.

1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안보지원사 제정령엔 '사령부 소속 군인 및 군무원은 직무 수행 때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관련 법령 및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조항(제3조 기본원칙)이 적시됐다. 

▲정치단체 가입 및 정치활동 관여 ▲직무범위 벗어난 민간인 정보 수집, 기관 출입 ▲군인·군무원 등에 대한 권한 오남용 ▲국민 기본권 부당 침해 등 구체적 금지행위도 명문화했다. 이에 반하는 상관의 지시·요구 시 이의 제기 및 거부 조항도 포함됐다.

제정령에 따라 안보지원사의 민간인 비중은 30%까지 확대되고, 2020년 9월1일부터 사령부의 군인(병사 제외) 비율은 7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민간인을 대거 편입시켜 군 기밀조직다운 특성을 제거해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보 수집 범위도 기존의 '군인·군무원 관련 모든 첩보'에서 '불법·비리 정보'로 국한시키는 한편 '군 방첩 업무'의 범위도 '외국·북한의 정보활동 대응 및 군사기밀 유출 방지, 군 방첩 대책 수립'으로 구체화했다. 

한편 내부 감독과 견제를 위한 사령부의 감찰실장엔 2급 이상 군무원, 검사 또는 고위 감사 공무원을 임명토록 했다. 이 중 현직 검사를 감찰실장에 임명할 수 있게 해 둔 내용을 두고 대통령령이 법령을 대거 위반하는 사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14일 석간 문화일보는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 법무팀장으로 임명된 이용일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이 안보지원사 초대 감찰실장에 사실상 내정된 상태라며, 국방부·법조계 견해를 토대로 "검사 신분을 유지한 채 군무원이 되는 것은 공무원이 두가지 신분을 가질 수 없도록 명시한 국가공무원법, 검사정원법, 군무원인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현 국군조직법 제16조(군무원) 1항은 '국군에 군인 외에 군무원을 둔다'고 규정했다"며 "퇴직 후 군무원으로 특별채용해서 보직할 수는 있어도 현직 검사의 감찰실장 보직은 국군조직법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안보지원사령부 창선준비단 법무팀장으로 임명된 이용일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 현직 검사 신분임에도 정부조직법, 국군조직법 위반 논란을 안고 안보지원사 초대 감찰실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지원사령부 창선준비단 법무팀장으로 임명된 전남 장흥 출신 이용일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 현직 검사 신분임에도 정부조직법, 국군조직법 위반 논란을 안고 안보지원사 초대 감찰실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차관 출신이자 국방위 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도 같은날 "문재인 정부의 기무사 폐지와 함께 이를 대체할 안보지원사 창설이 막무가내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국방부 재임 당시) 국방부 일반직 공무원들의 각 군 본부 순환근무를 추진했지만 당시 국방부 공무원들은 국군조직법 제16조 1항을 위배한다는 해석을 내려 결국 포기했다"고 밝혔다.

백승주 의원은 "당시 그 공무원들이 안보지원사 감찰실장에 현직 검사를 임용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전혀 정반대의 궤변으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국방부 고위공무원들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가 아닌 특정 정권에 충성하는 영혼없는 직무수행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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