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원폭투하→일제패망 8.15 광복을 "결코 밖에서 주어진 것 아냐" 주장
올해 6월 한미연합司 떠난 용산을 "일제 착취서 114년 만에 국민 품으로 돌아와"
독립운동 대표사례로 反일제 "여성해방, 노동해방" 외친 좌익 여성운동가 강조
'건국 70년' 언급 없이 "정부수립 70년" 기념, 집권 명분인 "촛불혁명" 누차 강조
문제 본질인 北 침략 지적 없이 "분단이 자유로운 사고 막고 군부독재 명분 돼"
美와 "위대한 동맹" 이뤘다며 "中과 전략적 동반자관계, 러와 '남북러 3각협력' 준비"
北정권과 "하나의 경제공동체 이루자"…"완전한 비핵화-평화 정착돼야 경협" 단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에 철도·지하자원 개발시 30년간 170兆↑ 효과" 장밋빛 전망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8.15 경축사의 적지 않은 부분을 북한 김정은 정권과의 관계개선에 따른 '장밋빛' 전망을 설파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국민들에게 "(북한과)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고 공언하는 등 친북(親北)성향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독립-건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광복은 결코 밖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선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함께 싸워 이겨낸 결과"라고 미국에 의한 일제(日帝)의 태평양전쟁 패전 과정과 무관한 주장을 폈다. 

이에 뒤따를 반론을 의식한 듯 "친일의 역사는 결코 우리 역사의 주류가 아니었다"고 실체가 불분명한 친일을 '덧씌우는' 식의 언급도 했다. 그런가 하면 독립운동 시기 좌익(左翼) 여성운동가의 업적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제70주년 정부수립 경축식'에 참석해 20여분에 걸쳐 이런 내용의 경축사를 했다. '평화'라는 단어는 21차례나 언급한 반면, '건국'은 "정부수립 70주년"을 강조하면서 언급을 피했다. 

'건국'이라는 단어는 1931년 일제의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반대해 고공 농성을 하면서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외쳤다가 투옥된 좌익 여성운동가 고(故) 강주룡에 대해 "2007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만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경축사 초입에는 "오늘은 광복 73주년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 매우 뜻깊고 기쁜날"이라고 운을 뗀 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께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구한말 의병운동으로부터 시작했다"며 "3.1운동을 거치며 국민주권을 찾는 치열한 항전이 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우리의 나라를 우리의 힘으로 건설하자는 불굴의 투쟁을 벌였다"면서 "친일의 역사는 결코 우리 역사의 주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의 독립투쟁은 세계 어느나라보다 치열했다"며 "광복은 결코 밖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선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함께 싸워 이겨낸 결과였다.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힘을 모아 이룬 광복이었다"고 역사적 사실보다는 수사(修辭)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일제 패망의 결정적 계기는 1945년 8월 6일과 9일 미군이 각각 일본 본토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원폭을 투하한 것이었고, 이에 따라 일제는 10일부터 조선을 비롯한 식민지 장악력을 상실한 데 이어 15일 히로히토 일왕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면서 한반도가 해방됐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장이 최근 한미연합사령부가 경기 평택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위치했던 '용산'이라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114년 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 비로소 온전히 우리의 땅이 된 서울의 심장부 용산"이라며 "일제강점기 용산은 일본의 군사기지였으며 조선을 착취하고 지배했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114년 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표현으로 미루어 용산에 주한미군기지가 자리잡았던 기간까지 피착취·피지배 기간으로 간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광복과 함께 용산에서 한미동맹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말을 이은 뒤 "한국전쟁 이후 용산은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온 기반이었다. 지난 6월 주한미군사령부 평택 이전으로 한미동맹은 더 굳건하게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선포된 국가공원 조성계획"을 "이제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제 용산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생태자연공원으로 조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용산이 오래도록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것처럼 발굴하지 못하고 찾아내지 못한 독립운동의 역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특히 여성의 독립운동은 더 깊숙이 묻혀왔다"고 말했다.

사진=전태일 노동대학(CLU) 자료
사진=전태일 노동대학(CLU) 자료

'독립운동'으로 운을 뗐지만, 대표 사례로는 일제치하의 노동운동을 들었다. "평양 평원고무공장의 여성노동자였던 강주룡은 1931년 일제의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반대해 높이 12미터의 을밀대 지붕에 올라 농성하며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외쳤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조선의 남성노동자 임금은 일본노동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조선 여성노동자는 그 절반도 되지 못했다"며 "죽음을 각오한 저항으로 지사는 출감 두달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지만 2007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1932년 제주 구좌읍에서 5명의 해녀로 시작한 '해녀 항일운동'이 제주 각지 800명으로 확산돼 총 238회 집회시위를 벌인 것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여성과 남성, 역할을 떠나 어떤 차별도 없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해낼 것"이라며 "묻혀진 독립운동사와 독립운동가의 완전한 발굴이야말로 또 하나의 광복의 완성"이라고 했다.

화제를 돌려 문 대통령은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 오늘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함께 성공한 나라는 없다"고 밝혔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을 언급하면서도, 현 정권 출범 당위성으로 삼아 온 "촛불혁명"을 더욱 강조하며 "민주주의를 되살려 전 세계를 경탄시킨 나라, 그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위상과 역량을 스스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외국에 나가보면 누구나 느끼듯이, 한국은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성공한 나라이고 배우고자 하는 나라이다. 그 사실에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그 자부심으로 우리는
새로운 70년의 발전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다가 분단과 북핵 문제를 본론(本論)으로 꺼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책임지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향해가고 있다.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길"이라며 "분단은 전쟁 이후 국민들의 삶 속에서 전쟁의 공포를 일상화했다. 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막대한 경제적 비용과 역량 소모를 가져왔다"고 했다.

이어 "경기도와 강원도의 북부지역은 개발이 제한됐다", "서해5도의 주민들은 풍요의 바다를 눈앞에 두고도 조업할 수 없었다", "분단은 대한민국을 대륙으로부터 단절된 섬으로 만들었다", "분단은 우리의 사고까지 분단시켰다", "많은 금기들이 자유로운 사고를 막았다", "분단은 안보를 내세운 군부독재의 명분이 됐다", "국민을 편가르는 이념갈등과 색깔론 정치, 지역주의 정치의 빌미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 공산주의의 6.25 남침'과 자유진영-공산진영 체제경쟁이 문제의 본질임을 외면하고 '분단'의 폐해만 강조를 거듭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분단을 극복해야 한다"며 "정치적 통일은 멀었더라도 남북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11개 나라 17개 도시의 세계인들은,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와 정의를 되살리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가는 우리 국민들에게 깊은 경의의 마음을 보냈다"거나,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한미동맹을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킬 것을 합의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최근 한미동맹간 이상기류를 모른 체 한 듯한 주장에 이어,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했고 지금 중국은 한반도 평화에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남·북·러 3각 협력'을 함께 준비하기로 했다"고 북한과 같은 진영인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한층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는 "우리가 사는 땅, 하늘, 바다 어디에서도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군사당국간 상시 연락채널을 복원해 일일단위로 연락하고 있다", "'분쟁의 바다' 서해는 군사적 위협이 사라진 '평화의 바다'로 바뀌고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는 한편 최근 선(先)무장해제 논란을 촉발하는 군(軍) 최전방 조치에 대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과, 비무장지대(DMZ)의 시범적 감시초소(GP) 철수도 원칙적으로 합의를 이뤘다"고 '성과'로 자부하기도 했다. 덧붙여 100쌍의 이산가족 상봉 재개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를 "대단히 뜻깊은 일"이라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미북)정상회담 또한 함께 평화와 번영으로 가겠다는 북미(미북) 양국의 의지로 성사됐다"면서, 선후(先後)관계 언급 없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포괄적 조치가 신속하게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다음달 저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며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정상간에 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딛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간 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겠다"면서 "한반도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북한 정권과 친·종북세력이 강조하는 '우리민족끼리' '외세 배격'과 그 의미가 맞닿은 언급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미북)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며 "오히려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도 했다. 

그 근거로는 '북측의 약속 파기로 실패한 비핵화 협상' 시절을 들었다.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핵 위협이 줄어들고 비핵화 합의에까지 이를 수 있던 역사적 경험이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야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고, 최근 미 국무부가 강조했듯 남북 경협이 북한 비핵화에 앞서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그는 "평화경제, 경제공동체의 꿈을 실현시킬 때 우리 경제는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 우리 민족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날도 앞당겨질 것"이라며 "국책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향후 30년 간 남북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최소한 1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주장했다.

통일전망대 너머로 보이는 불꺼진 개성공단.

주장의 근거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철도연결과 일부 지하자원 개발사업을 더한 효과"라면서 "이미 금강산 관광으로 89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강원도 고성의 경제를 비약시켰던 경험이 있다. 개성공단은 협력업체를 포함해 10만명의 이르는 일자리의 보고였다"고 부연했다. 

집권 이후 심해진 국내 일자리 급감과 경기침체보다는, 그동안 '대북 퍼주기'라는 지적을 받아 온 북한과의 경협에 따른 일자리 창출 전망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 파주 일대의 상전벽해와 같은 눈부신 발전도 남북이 평화로웠을 때 이뤄졌다"면서 "평화가 경제"라고 구태여 강조했다.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전제로 ▲경기·강원 접경지역 '통일경제특구' 설치 ▲연내 남북 철도·도로연결 착공 ▲동북아 6개국-미국 참여 '동아시아철도공동체' 형성 등 구상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식민지로부터 광복, 전쟁을 이겨내고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뤄내기까지 우리 국민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국민들이 기적을 만들었고, 대한민국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가고 있다"고 '나라다운 나라'에 이은 정권발 구호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 살리기라는 순탄하지 않은 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낙관의 힘을 저는 믿는다. 광복을 만든 용기와 의지가 우리에게 분단을 넘어선, 평화와 번영이라는 진정한 광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8.15 경축사를 마무리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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