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 "(미국이) 아이폰 갖고 있다면 다른 쪽엔 삼성 있다"
IMF 구제금융 신청 않겠다는 터키, 신청해도 받아줄지는 '미지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전자제품을 불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방송 연설을 통해 "우리는 미국 전자제품 구매를 거부(boycott)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경제를 무기로 삼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는데 무엇을 하려 하는가, 무엇을 얻고 싶은가"라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이) 아이폰을 갖고 있다면 다른 쪽에는 삼성이 있다"며 "우리도 우리의 '비너스'와 '베스텔'이 있다"고 말하며 자국 가전업체 브랜드를 언급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동맹국인 미국과 터키지만 최근 이슬람 원리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터키가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장기 구금하고, 미국의 이란 제재에 불참하는 미국과의 불협화음을 유발하고 있다. 또 미국과 터키는 시리아 사태의 해법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압박하며 터키 장관 2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고 지난 10일에는 트위터에 "터키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며 터키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터키에 경제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나서면서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했고 이 영향으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포함한 유럽과 아시아 등의 신흥시장 통화 가치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등 여파가 증폭되고 있다.

한편, 위기에 빠진 터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지 또 IMF는 이를 수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터키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제한적"이라며 "아르헨티나의 경우처럼 결국 IMF가 터키 사태에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IMF 외에는 터키의 금융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IMF 구제금융을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IMF 체제를 "정치적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말하며 IMF 구제금융을 신청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IMF 구제금융 신청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IMF가 요구하는 경제 개혁과 긴축정책에 응하면 집권 15년차인 자신에게 정치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03년 터키 총리에 올라 11년간 재임한 뒤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15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다. 

IMF 이외에는 금융 지원을 얻을 곳이 마땅치 않은 에르도안 대통령이지만 "다른 동맹을 찾겠다"며 엄포를 놓고 중국과 러시아에 손을 내밀 수도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미국과의 경제전쟁에 돌입한 상황이기에 터키를 돌볼 여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IMF는 "터키로부터 금융 지원을 요청받지 않았으며 터키가 이를 검토하고 있다는 어떤 정보도 접하지 못했다"고 지난 10일 말한 바 있다. 만약 터키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고 해도 IMF 최대 출자국이자 이사회 멤버인 미국이 터키 지원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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