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안에 대해 정치집단 기준 작용하는 사법부
사법권 독립 본질로 삼는 헌법에 위배될 요소 보여

황성욱 객원 칼럼니스트
황성욱 객원 칼럼니스트

더불어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1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 예고했다

언론보도에 따른 이 법의 내용을 보면, 수사단계에서 영장발부와 향후 재판을 전담할 재판부를 기존의 사법실무에 따르지 않고 위 특별법에 따라 재판부를 지정해서 관련 사건을 처리하자는 것이 골자다. 국회에서 법만 만들어 통과만 시키면, 이렇게 개별 사건에 관해서 기존의 제도를 무시하고 처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의혹의 대상이 사법부기 때문에 기존 사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논리 하나면 특별재판부를 만들어도 되는 것일까. 청구된 잇따른 영장이 기각되면 바로 믿을 수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나간 특정 이슈에 대해서 잇따른 영장발부에 대해서는 믿을 수 있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법률안 자체가 공정과 불공정에 대해 정치집단의 기준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 법안은 사법부 독립에 더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 위헌성을 피하기 위해 말은 특별‘재판부’라 하지만 특별‘법원’의 성격과 더불어 혁명재판부 구성과 같은 냄새를 지울 수 없다.

먼저 간략히 특별법원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리 헌법상 특수법원은 허용되더라도 특별법원은 군사법원을 제외하고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헌법해석이었다. 머리 아프지만, 관련 헌법을 들어본다.


헌법 제101조 ①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②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
③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
제110조 ①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
② 군사법원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한다.
③ 군사법원의 조직·권한 및 재판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
④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27조 ①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대한민국의 영역안에서는 중대한 군사상 기밀·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군용물에 관한 죄중 법률이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을 보면, 사법권은 대법원을 정점으로 한 법원에 있고, 군사재판의 경우에만 이를 따르지 않는 특별법원을 둘 수 있다고 해서, 일반적인 사법권을 제외하면 군사법원만이 유일한 예외법원이고 이를 특별법원이라고 칭하고 있다.

강학상으로, 특별법원은 일반적인 법관의 자격이 아니라도 재판관을 할 수 있고 대법원의 관할을 벗어나도 되지만 우리 헌법은 특별법원의 최종심마저 대법원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일반적인 법절차가 아닌 예외적인 사법절차는 매우 신중히 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별재판부를 만들자고 했지, 특별법원을 만들자고 한 것이 아닌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다. 특별재판부를 만들자고 했을 뿐, 기존의 법관이 아닌 다른 재판관을 선임하자는 것도 아니고 최종적으로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것인데 무슨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따른 이 법안의 세부내용을 보자.

수사 단계에서의 압수·수색 영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전속 관할로 두고, 이를 심사할 특별영장전담법관이 임명된다. 1·2심 재판부는 판사 3인으로 구성되며, 각각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 설치된다. 특별 법관은 대한변협 3인과 법원 판사회의 3인, 시민사회 3인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형태로 결정된다. 개인이나 법인이 특정 법관을 추천할 수도 있다. 시민참여를 담보하기 위해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특별재판부 판결문에는 합의와 관련된 모든 판사의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 재판기간도 3개월 이내에 끝내야 한다는 내용까지 있다고 한다.

무죄추정의 원리와 재판의 독립, 판사의 독립을 사법권의 본질로 삼는 우리 헌법의 정신상, 당장 보더라도 위헌적인 요소가 보인다.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의 민주성을 위해 고안된 제도이나 그 대상은 정해져 있고 필수적 절차도 아니다. 영미법상의 배심제 전통이 없기에 자칫 여론재판으로 흐를 위험과 더불어, 헌법상 법관으로부터 사실인정을 받는 것이 기본권이어서 이를 고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의무화했다.

기존 법관을 재판부로 구성한다고 하지만, 그 추천은 일반적인 법률에 근거한 사법내부 행정절차가 아니다. 이 사건을 첨부터 유죄로 단정 짓는 외부인사 혹은 집단의 추천을 받을 위험이 있어 오히려 불공정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재판에 관한 모든 판사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했다. 이것도 여론 재판의 독소조항이다. 으름장을 놓는 것 같다. 판결은 법원의 판결이지 판사 개인의 판결이 아님에도 재판부의 판사에게 은근한 압력을 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재판을 무조건 3개월 내에 끝낸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우리는 그동안 몰아치는 재판이 사실상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경험했다. 특정 정치 사안의 경우, 신속한 재판이란 미명하에 피고인의 방어권조자 보장하지 않고 주 몇 회식으로 한 재판의 결과와 논리가 어떠했는가.

특별법원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특별재판부를 살펴보자. 과연 특별재판부가 특별법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말만 바꾸고, 적당히 형식논리만 꿰어 맞춘다고 해서 본질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이쯤에서, 무엇보다 사법부에서 열심히 재판을 해왔던 판사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다수의 판사들이 정말 이 정도의 법안까지 감수할 정도로 그렇게 재판을 거래하고 정치권에 줄을 섰는지, 이 법안이 아니면 재판을 공정하게 할 수 없을 만큼 자신이 없는 지 묻고 싶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오히려 사법부의 신뢰는 국민들에게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모든 사건에 대해서 특별법이 발의될 것이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선정된 재판관의 판결이 아니면 권력자들은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황성욱 객원 칼럼니스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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