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기억...남북한 정상들의 부끄럽고도 치사스러운 역사"
"송금을 무조건 하겠으니 6월 13일에는 방북 허락해달라 구걸”
대외적으로는 정상회담 연기 사유에 대해 다르게 포장하며 속여

체코주재 북한무역 대표를 지낸 뒤 한국에 망명한 탈북자 김태산 씨가 2000년 치러진 남북정상회담으로 불거졌던 ‘대북(對北) 비밀 송금’ 논란을 거론하며, 당시 역사적으로 비춰지는 회담이 사실상 ‘북측에 전달한 뇌물’로 가능했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다.

김 씨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8년 전의 일로 이미 멀리 지나간 일이지만 기억을 더듬어 한반도 남북정상회담 역사의 첫 갈피를 들추어 본다"고 운을 띄며, "인간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그 당시의 진실은 사실상 남북한 정상들의 부끄럽고도 치사스러운 역사가 담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애초 정상회담이 2000년 6월 12일 성사되기로 공표되었으나 "김대중은 6월 12일에 평양에 나타나지를 못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원인이 남측이 정상회담의 대가로 지불하기로 했던 5억 달러가 제대로 송금 안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북한 백성들이 굶주린 배를 그러안고 김대중 맞이 청소를 한창 하고 있던 2000년 6월 9일(금요일) 늦은 오후, 김정일의 해외자금을 담당하고 있던 마카오 주재 조광무역상사 총책 박씨로부터 노동당 중앙위원회로 ‘대방으로부터 약속된 양을 아직 다 받지 못하였다’는 내용이 담긴 연락이 날아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남담당 비서로부터 전문의 내용을 전해들은 김정일은 순간에 분노가 폭발하여 탁자에 놓여 있던 수정 재떨이를 확 밀어버리며 ‘대통령이란게 그것두 하나 못하면서 누굴 만나려 오겠다는 거야. 당장 오지 말라구 하라우’라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이후 북측은 ‘약속된 양을 다 보낼 때까지 정상회담은 무기한 연기함’이라는 협박적이면서도 일방적인 내용의 통보를 남쪽에 했다고 한다.

김 씨는 “그 약속된 것이란 바로 김대중이 갖은 아양을 다 떨며 구걸한 남북정상회담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김정일에게 바치기로 약속한 4억5천만 달러의 현금과 5천만 달러 상당의 물자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 씨에 따르면 당시 주말이어서 송금이 불가능했던 남측은 국정원을 동원하여 북한과 다시 조율에 들어갔으며, 그 결과 “12일(월요일)에 송금을 무조건 하겠으니 6월 13일에는 김대중의 방북을 허락해 달라는 구걸 끝에 북측이 마지못해 응하는 척 승낙을 했다”고 한다.

또한 이와같은 정상회담 연기 사유는 대외적으로는 각기 다르게 알려졌다고도 말했다.

그는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하루 늦게 오는 문제에 대해 북한에서는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미국을 방문하고 6월 11일에 귀국하는 김대중 대통령이 노년의 몸으로 매우 피곤할 터인데 다음 날인 12일에 다시 평양을 방문하기는 매우 힘이 들 터이니 하루 편히 쉬고 13일에 오도록 크나큰 배려를 돌려주셨다”라는 식으로 평양 시민들을 속였다고 한다.

이어 “웃기는 것은 남측에서는 정상회담이 연기된 이유를 ‘북측에서 경호문제와 통신문제가 잘 안되어서 정상회담을 미루자고 연락이 왔기 때문’이라고 온 세상에 공포를 했던 모양”이라며 이에 대해 김정일이 김 전 대통령과 만나는 첫 순간에 따지고 들자 김 전 대통령이 사과했다는 풍문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남한 대통령 김대중이 국민들 몰래 막대한 돈으로 김정일 개인에게 뇌물을 퍼주고 구걸하여 찾아갔던 평양방문의 간단한 진실”이라며 “그 결과로 하여 김대중은 노벨상을 거머쥐었으나 2천만 북한국민들의 노예 생활은 지금까지 연장되고 있으며 한반도는 핵전쟁의 불도가니 속에 휘말려들게 되었던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앞서 2002년 국정감사에서 처음 의혹이 불거진 대북 비밀송금 의혹은, 특검 등을 통해 현대그룹이 대북 7대 사업권 구입 및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명목으로 5억 달러를 북한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송금한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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