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내정 끼어들며 파렴치하게 놀아" 비방하면서 "신뢰구축 원칙 불변" 주장
6.12회담 이후 北매체들 '핵포기' '핵폐기' 거론 반발 늘어…비핵화 가능성 의문

북한 정권이 6.12 싱가포르회담 이후 두 달이 지나고도 미국에 '신뢰조성'이 되지 않았다면서, 비핵화 검증과 대북제재를 일절 "걷어치우라"고 무리한 요구사항만 늘어놓고 있다.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는 14일 '신뢰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조미(북-미)대화가 지지부진한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 취하고 있는 일방적 요구, 적대적 태도때문"이라고 강변했다.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역대 첫 미북정상회담 이후 두달이 넘게 지났지만, 북한 정권은 핵·탄도미사일 개발로 인해 떠안고 있는 대북제재와 비핵화 검증작업 모두를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담 이전까지 조성된 이른바 '평화무드'는 실속없는 이벤트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역대 첫 미북정상회담 이후 두달이 넘게 지났지만, 북한 정권은 핵·탄도미사일 개발로 인해 떠안고 있는 대북제재와 비핵화 검증작업 모두를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담 이전까지 조성된 이른바 '평화무드'는 실속없는 이벤트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매체는 "호상(상호)신뢰가 아닌 불신과 적대 상태에서 조미 사이에 평화를 위한 새로운 관계수립을 기대한다는 건 닦은 콩에서 새싹이 움트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허황된 망상"이라며 "미 국무성을 비롯한 미국 정계의 고위인물들이 (비핵화) '검증'이니 '신고'니 하면서 대북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쉼없이 떠들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미국은 그 무슨 주의보(7월23일자 미 국무부가 발표한 대북제재 주의보)라는 것까지 내리면서 국제사회에 대북제재를 유지하라고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남조선 내정에까지 끼어들어 시시콜콜 참견질을 하며 파렴치하게 놀아대고 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메아리는 "미국은 '최대의 압박'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반(反공화국)적대시정책에 아직까지 미련을 품고 아둔하게 행동하고 있다"며 "시대착오적인 제재압박 책동을 걷어치우고 서로의 신뢰에 기초한 실천적 행동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종용했다.

이어 실질적 비핵화 진전을 위한 조치는 한가지도 거론하지 않은 채 "신뢰구축으로 조미 사이에 관계개선의 새 역사를 써나가려는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메아리 논평은 북한 정부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리선권)가 운영하는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하루 전(13일) '손벽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제목으로 올린 논평과 내용 및 표현 대부분이 일치한다.

조선노동당 일당독재체제 하에서 '자유언론'이 없는 북한 정권 산하 매체들이 같은 내용의 논평을 잇달아 냈다는 점에서 정권의 의중을 그대로 대변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6.12 회담 이후 북한 정권의 비핵화 시간끌기 의도가 갈수록 노골화하는 가운데, 그 산하 매체에서 '핵 폐기' 또는 '핵 포기'를 거론하며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선전매체 '류경'은 지난 10일 한국 내 친북단체 '국민주권연대'가 지난달 4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평화협정체결, 주한미군철수운동기간 선포문>을 소개했다.

선포문 내용에 따르면 국민주권연대는 "미국은 아직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즉 CVID라는 난폭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거두지 않고 대북제재에 매달리고 있다"고 미국의 대북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또한 "주한미군은 한반도 전쟁위기를 유지하고 냉전을 지탱하는 실체"라며 "주한미군을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사라진다"고 궤변을 폈다. 특히 "미국은 자국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주한미군 철수를 결단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통일의 시대, 새로운 북미관계의 시대에 주한미군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이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한반도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북한 정권과 친·종북세력들 사이에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확산되는 게 다음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보다 앞서서는 지난 7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대일(對日) 비난 논평을 내면서 "일본반동들이 그 무슨 핵포기와 납치문제 해결을 운운한다"고 핵 폐기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시간을 한층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선전매체 '려명'은 지난 6월2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개인 필명의 글을 올려 "2009년 6월 상전(미국 지칭)을 또 다시 찾아간 역도(이 전 대통령)는 21세기 전략동맹이니, 포괄적 전략동맹 구축이니 하고 떠들다 못해 '한미외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떠벌렸다"며 "그런가 하면 '북의 핵포기'를 떠들면서 제재니, 확장억제력이니 하고 줴쳐댔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미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고작 16일이 경과했을 때도 선전매체 일각을 동원해 '핵 포기 반발'을 시사했던 셈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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