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호의에 기대어 안보 유지하려는 현 정부 실험 성공하면 역사상 이변-기적"
"軍을 6.25 직전 상태로 만드는듯…접경지 주민들이 맨손으로 북한군 막아야 하나"
한미동맹에 "출범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美와 핵공유협정(NSA) 추진해야"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사진=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사진=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예비역 육군 중장)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對北)유화적 안보정책에 대해 "한순간의 실수나 한치의 공백도 허용할 여유가 없는 안보의 특성을 감안할 때 현 정부의 시도는 모험을 넘어 도박에 가깝다"고 혹평했다. 2016년 예편한 그는 육군사관학교 37기로, 수도방위사령관까지 각급 일선 지휘관은 물론 국방부 정책기획관, 합참 작전본부장·차장을 역임한 전형적인 무장(武將)이다.

신원식 전 차장은 14일 보도된 민영통신사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원식 전 차장은 '나라의 안보가 흔들린다는 걱정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군사전문가로서 어떤가'라는 질문에 "실체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호의에 기대서 국가안보를 유지하는 현 정부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인류 역사상 이변(異變)이요 기적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소득주도성장에 이어 국가안보를 놓고도 역사상 검증되지 않은 실험이 진행 중이라는 말인가'라는 물음에도 그는 "그렇다"고 단언한 뒤 "국가안보는 우리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상대의 '의지'가 아닌 '능력'에 기초해 대비해야 유지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어 "상대방의 마음은 정확히 알 수도 없지만 설사 알았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반면 (군사적인) 능력은 잘 살펴보면 알 수 있고 변화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려 대응할 수가 있다. 우리에게 실제 위해를 가하는 것은 (적의) 의지(마음)가 아니라 물리적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신 전 차장은 "현 정부는 북한이 핵무력이나 재래식 군사력을 전혀 줄이지 않은 상태인데도 우리의 군사 대비태세를 먼저 약화시키는 조치들을 연속적으로 내놓고 있다"며 "우리가 선제적으로 안보태세를 낮추면 북한도 여기에 호응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역사상 국가안보를 이렇게 불확실한 실험대에 올려서 재앙을 맞지 않은 적이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그렇게 보는 것은 오직 상대의 선의(善意)만을 믿는 확증편향의 낙관적 기대 때문"이라며 "북한의 재래식 전력만 해도 우리에게 부담이 됐는데 지난해를 기점으로 핵무장까지 완성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우리도 핵무기를 가지지 않는 한 남북 군사력 균형은 일거에 무너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설사 정부의 기대처럼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되더라도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최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아가야 하는 게 우리의 숙명"이라며 "안보역량보다 주변국의 호의와 절묘한 외교술로 헤쳐나가겠다는 생각은 5000년 민족사의 수난을 반복할 뿐"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신 전 차장은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서글픈 역설이지만 현재 한미공조가 가장 잘 되는 분야는 한미동맹에 대한 저(低)평가인 것 같다. 한미동맹이 출범한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폭탄선언을 했다. 한미 연합훈련이 돈도 많이 들고 북한에게 도발적이어서 중단하고, 주한 미군도 언젠가 철수 하겠다고 했다"며 "지난해만 해도 이 정도 일이면 엄청난 파장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우리 국민과 정부 모두 놀라울 정도로 무덤덤하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종전선언이 있거나 북한이 1년 정도 평화공세를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반미세력이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대규모 시위를 벌이거나 실제 철수가 이뤄져도 우리 국민 대다수가 그냥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미국 분위기도 많이 변했다. 한국-월남전 참전 장군들은 모두 은퇴했다. 함께 생사를 넘나든 군인이 이제 한국에도 미국에도 없다"며 "지금은 미국 군인들이 공식적인 표현과 달리 과거처럼 한미동맹을 절실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연합훈련이 장기간 중단되면 사태는 더 악화된다"고 말했다.

신 전 차장은 '한미동맹 약화를 막을 방안'에 대해서는 "이승만 (초대)대통령은 탁월한 전략과 용기로 기적에 가까운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냈다"며 "양국이 외부 침략을 받을 때 서로 도와준다고 돼 있지만 미국은 멕시코나 케나다로부터 침공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거니와, 그런 상황이 와도 한국에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래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약소국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특이한 불평등조약이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대 한미동맹의 위기에 맞서 과감한 전략적 승부수를 던졌다. 박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과 지미 카터 대통령의 철수 계획에 핵개발로 맞섰다. 이를 지렛대로 삼아 결국 1978년 한미 연합사령부를 창설했다. 결정적 위기의 순간에 한미동맹을 한 차원 격상시키는 위대한 반전을 이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과거 경험에서 교훈을 얻기는 고사하고, 어렵게 만든 귀중한 자산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 연합훈련은 중단되고, 연합사는 2022년 해체될 운명"이라며, "연합사 해체는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안보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연기해야 한다.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한미 핵공유협정(Nuclear Sharing Agreement)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는 미국에 "오늘날 가장 중요한 지역은 동북아이고 북핵은 국제사회가 당면한 심각한 위협이다. 한국이야말로 핵 공유가 가장 필요한 지역이 됐다"는 점을 주지시켜, 미국이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일하게 맺고 있는 핵공유협정을 한국도 맺자는 구상이다.

정권발(發) '국방개혁'에 대해서는 "사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약소지향의 국방정책만 남발하고 있다"며 "왜 하필 이 시점에 군복무 기간 단축이 발표되고 기무사 문건 등으로 군 내부를 뒤흔들어 놓는가. 위수지역을 없애고 평일 병사들의 외출을 30%까지 확대해야 선진병영문화가 조성되는가. 우리 군을 6.25 전쟁 직전 상태로 만들려고 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정부 정책의 전환을 촉구했다.

특히 정부에서 비무장지대(DMZ) 내 GP 철거설이 거론된 데 대해 "우리만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단언, "판문점에서 평양까지는 210km이나, 서울까지는 62km다. 우리의 전략적인 완충공간이 북한에 비해 3.5배 정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혹자들은 첨단 감시 수단으로 북한군 남침을 사전에 알 수 있고 즉각 배치하면 된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탁상공론이다. 북한이 평화공세를 강화하면서 훈련을 가장해 야간에 기습 공격하면 제때에 부대를 전방으로 이동시킬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신 전 차장은 "정말 일산·파주·김포 신도시 주민들이 맨주먹 붉은 피로 북한군의 선봉을 막아야 할지 모른다"며 "현 정부가 공백을 메울 수단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 서둘러 최전방 사단을 감축해 우리 국방태세 근간을 허무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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