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전 육군대장 "불법구금중 적군 포로로 잡힌 굴욕감 느꼈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 "불법구금중 적군 포로로 잡힌 굴욕감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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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민간재판 출석해 공소 기각 주장…혐의 전면부인
"軍檢 자동전역 알고도 공소제기 증거 없다"는 법원
"현역대장 포박 공개 상징적 의도…전례없이 전역 방해"
박찬주 전 육군 대장(사진=연합뉴스)
박찬주 전 육군 대장(사진=연합뉴스)

결국 무혐의 처분된 '공관병 갑질 의혹'을 빌미로 군 검찰 수사를 받고, 별건인 뇌물수수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박찬주(60) 전 육군 대장이 민간법정에 처음 출석했다. 재판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한편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송경호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10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장과 변호인은 군 검찰의 공소 제기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청구한 보석 허가를 재차 요청하기도 했다.

앞서 군 검찰은 박 전 대장이 2014년 고철업자 A씨에게 2억2000만원을 빌려주고 7개월 동안 이자로 5000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받고, 군 관련 사업의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항공료·호텔비·식사비 등 760여만원 상당의 향응·접대를 받았다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형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장이 제2작전사령관 재직 당시(2016년 9월~2017년 8월) 모 중령의 인사 청탁을 받고 부하직원을 시켜 보직심의 결과를 변경했다며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포함시켰다.

이에 박 전 대장은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을 민간법원에서 받게 해달라"고 '재판권 쟁의에 대한 재정신청'을 대법원에 냈고, 대법원은 지난달 "군사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재판권이 없다"고 결정하면서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맡게 됐다. 

대법원은 군 인사법에 따라 박 전 대장이 제2작전사령관 보직에서 물러난 지난해 8월9일 전역한 것으로 봐야 하며, 이후 재판권은 민간법원에 있다고 판단했다. 장성급 장교를 법이나 대통령령이 정한 직위에 보임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자동 전역 된다고 군 인사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날 박 전 대장은 짙은 회색 양복 차림에 수용자 번호가 적힌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달고 법정에 출석했다. 박 전 대장 변호인은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당시 보직 해임에 따른 자동 전역으로 민간인 신분이었지만 군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하고 재판권이 없는 군사법원에 공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원도 더 이상의 심리 없이 소송을 종결시키는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 검찰이 자신이 민간인 신분임을 무시하고 민간과 철저히 차단된 군 재판을 강행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그러나 "자동 전역 조항을 알고도 공소를 제기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국방부에서 의도적으로 전역을 늦췄다는 주장과 군 검찰의 기소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속행을 결정했다. 군 검찰이 자동 전역 조항을 알지 못한 채 공소 제기를 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전 대장은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그는 A씨와 2011년부터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밝힌 뒤, 이자 5000만원 수수에 대해 "친분이 있던 A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는 과정에서 A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스스로 '이자를 더 주겠다'고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향응·접대 협의에 관해서도 "향응 부분도 인간적인 관계로 (A씨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여행을 다니면서 쓴 돈"이라며 그 비용을 정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군 관련 고철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뒤늦게 알았고 도움을 준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모 중령 보직 청탁 의혹에 관해서는 "상관으로서 부하직원의 고충을 살펴보라고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전 대장은 앞서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검찰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기각을 요청했지만, 박 전 대장의 변호인들은 "민간인을 군 검찰이 수사하면서 4개월간 불법구금됐다"며 보석을 거듭 요청했다.

박 전 대장은 재판부에 "군이 비리 의혹을 받는 현역 대장을 포승줄로 묶어 대중 앞에 세운 것은 상징적 의미를 위해서였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면서 "상징성을 활용하고자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정책연수라는 직위를 줘서 전역을 막았다"며 "그로 인해 헌병대대 지하 영창에 수감된 몇 달간 적군 포로로 잡힌 것 같은 혼란스러움과 극심한 굴욕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장과 군 검찰 의견을 토대로 조만간 보석 허가 또는 불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장에 대한 다음 재판은 이달 26일 열리며, A씨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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