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노총과 민노총이 "우리민족끼리"나 "외세 배격" 등 북한정권발(發) 구호를 '복창'한 것은 물론, 북한과 마찬가지로 대북(對北)제재를 "소동"이라고 비난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와 '노동자'를 구호로 내세우고 있는 이들이 노골적으로 북핵 문제와 연계된 4.27 판문점선언 이행을 주장하고, 미국과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 "북한 대변인을 자처하느냐"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양대 노총은 지난 11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남북 노동자단체 대표자회의'에서 북한 어용 노동단체 조선직업총동맹(직총) 위원장 주영길과 접촉했다.

주영길은 "우리 노동자들은 판문점선언을 지지하는 광범한 각계각층과의 폭넓고 견고한 4.27연대를 실현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6·15 공동선언을 계승하나 판문점 선언을 자주통일의 대강으로 틀어쥐고 선언 이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활동을 적극 벌여나가야 한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는 것"이라고 북한 정권 입장을 강변했다.

특히 "민족 내부 문제에 남들이 간섭하려 들거나 훼방을 놓는 데 대해서도 묵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한국의 6.25 전쟁 자유진영 혈맹국인 미국을 배제하라는 저의를 드러냈다.

이에 김주영 한노총 위원장부터 "남과 북 전체 노동자는 판문점선언을 위해하려는 모든 시도에 견결히 맞서 싸워나가며 판문점선언의 중단 없는 이행을 위해 실천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는 "남북 노동자의 모든 활동은 철저히 '우리민족끼리'의 정신, 민족자주의 원칙 아래 이뤄질 것이며 평화와 통일을 방해하는 모든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단호히 배격하는 데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대표자들의 회합에서 나아가 남과 북의 노동자들이 더 많이, 더욱 통 크게 만나 조국통일의 기운을 만들어내자"며 "나아가 우리 민족의 각계각층이 만나게 될 '통일 대회합'에 남북 노동자들이 마중물이 되자"고 북측에 적극 호응했다.

나아가 "오늘날 남과 북의 정상들이 만나고 북과 미국의 대화가 어렵게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평화의 봄이 실현된 것은 아니다"라며 "외세는 아직도 우리 조국의 통일을 방해하며 북에 대한 제재 소동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남북 3개 노동단체는 이날 대표자회의에 이어 산별, 지역별 모임을 하고 비공개로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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