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끼리 "외세에 대한 맹종맹동은 판문점선언 부정…南 책임 다해라"
메아리 "종전선언 채택 없이 비핵화 실현하겠단 건 망상" 요구사항만 강변
한국당·바른미래당 싸잡아 "아메리카産 앵무새"라며 "반역무리 제거" 운운도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돼,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북한 김정은 정권이 날마다 "이행"을 촉구하는 판문점선언이 '미국 배제'를 염두에 둔 조치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정권은 12일 관영 선전매체들을 동원해 한미동맹을 "외세에 대한 맹종맹동"이라며 "판문점선언 이행의 장애물"이라고 주장하고 나섯다.

북한 정부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리선권)에서 운영하는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논평에서 "남조선당국(문재인 정부 지칭)은 민족 위에 외세를 올려놓고 북남관계보다 '동맹'을 우선시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어려운 국면타개보다는 쉽고 평탄한 길만 골라짚고 분위기 조성으로만 북남관계를 굼때려는 치졸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에 종용했다.

그러면서 "외세에 대한 맹종맹동은 판문점선언에 대한 부정"이라며 "판문점선언에서 천명된대로 민족자주의 입장에 서서 북과 남이 다같이 공동보조를 맞춰나갈 때 겨레가 그토록 바라는 북남관계개선과 평화번영의 대통로가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민족끼리는 "판문점선언은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이행할 수 없다"며 "남조선당국은 판문점선언에 관통돼 있는 근본정신에 맞게 북남관계개선을 위한 책임적이고 성의있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종용했다.

매체는 이처럼 한미동맹 이탈은 물론 대북제재에 대한 불만과 철회 요구도 노골적으로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미국의 대(對)조선제재책동과 그에 편승한 남측의 부당한 처사"를 주장하고 "북남관계를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다루고 있다"며 "이전 보수집권시기 조작된 단독대북제재(5.24 조치 등)와 유엔 제재라는 것들을 부둥켜 안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해도 이쪽 저쪽의 눈치를 보는 민망스러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또한 "남측이 입버릇처럼 되뇌이는 '여건'이란 미국과 유엔의 대조선제재가 해제됐을 경우"라며 "'그 누구'의 비핵화가 이루어졌을 때로서 이를테면 저들은 감나무밑에 가만히 누워 홍시가 저절로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언급된 '그 누구'는 북한 정권 자신들을 가리킨 것이며, 문재인 정부가 동맹·제재 이탈 등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의 요구대로 한국이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진영에서 벗어나 버릴 경우, 위협하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완료까지 필요한 미국이 아닌 '동맹국' 위협에 따른 '북한 비핵화' 명분 자체가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와 동시에 북한 정권은 비핵화 전에 6.25 전쟁 종전(終戰)선언부터 하라는 본말전도 식 요구까지 내놨다.

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북남, 조미사이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대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종전선언부터 채택돼야 한다. 적대관계의 근원인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고 신뢰를 조성하기 위한 종전선언의 채택이 없이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것은 망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종전선언의 채택은 북남, 조미사이에 이미 합의된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를 외면할 이유와 구실이 없다"고 강변하며 "미국이 일방적인 비핵화요구만을 고집하며 종전선언을 외면하고 남조선당국이 미국의 눈치만 보며 그에 추종한다면 세계를 감동시켰던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이나 싱가포르조미공동성명은 언제가도 이행되지 못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밖에 같은날 또 다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겨냥해 "반역무리부터 제거해야 한다​"(제목)고 위협하는 논평을 냈다. 우리민족끼리의 다른 논평도 두 보수야당을 싸잡아 "아메리카산(미국産) 앵무새들"이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북의 비핵화라느니, 북이 언제 돌변할지 모르니 대북제재를 완화하면 안 된다느니, 북은 이른 시일내에 핵신고를 해야 하며 정부는 종전선언 채택을 서둘러서는 안된다느니 하고 줴쳐대고 있다"고 비방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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