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가족들의 사회환원활동 이어 "역시 軍유가족은 다르다"
네티즌들 "성숙한 국민의식존경합니다"...文정부 대처와 비교하는 목소리 나오기도

지난달 17일 발생한 해병대 소속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사고로 숨진 장병들의 유족들이 시민 조의금 5000만 원 전액을 해병대에 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해병대사령부에 따르면 유족들이 기부한 조의금은 지난달 23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열린 합동 영결식에서 조문객들이 모아 유족 측에 전달했다.
 

지난 7월 23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마린온 헬기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해병대장으로 열렸다. 군 관계자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순직한 해병(사진=연합뉴스) 해병대 헬기 마린온 순직 장병. 왼쪽부터 고 김정일 대령, 고 노동환 중령, 고 김진화 상사, 고 김세영 중사, 고 박재우 병장. 2018.7.23 [해병대 1사단 제공]
순직한 해병(사진=연합뉴스) 해병대 헬기 마린온 순직 장병. 왼쪽부터 고 김정일 대령, 고 노동환 중령, 고 김진화 상사, 고 김세영 중사, 고 박재우 병장. 2018.7.23 [해병대 1사단 제공]

유족들은 사고 장병들과 직접 인연이 없는 일반 시민들도 낸 조의금의 사용 방식을 논의한 끝에 해병대에 전액 기부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지난달 30일 공동 조의금을 해병대에 전달했다고 해병대사령부는 밝혔다.

특히 이번 사고로 숨진 고(故) 노동환 중령의 부친 노승헌 씨는 별도의 서신을 통해 "고인들의 희생이 더 안전한 해병대 항공기 확보와 항공단 창설에 초석이 되길 바란다"며 "진상이 규명되고 고인들의 희생이 값진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는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입장을 해병대에 전했다.

노승헌 씨는 "해병대 사령관과 1사단장 등 해병대 장병들이 유가족과 매일 밤낮을 함께 하며 장례절차를 직접 챙기고 유가족들을 살피는 모습을 보며 해병대의 가족 같은 단결력을 느낄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고 박재우 병장의 작은아버지인 박영진 변호사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두 아들을 해병대에 보내기로 했다"며 "전우를 절대 잊지 않는 해병대 정신을 통해 우리 아들이 인생을 항상 바르고 당당하게 살아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례하는 유가족(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마린온 헬기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해병대장으로 열렸다. 박모(20) 상병(병장 추서) 유가족이 사진을 보며 경례하고 있다.

해병대는 유족들이 전달한 기부금을 사고 부대인 해병대 1사단 항공대 장병들을 위한 복지기금으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해병대측은 해군과 해병대 장병들이 순직 장병들의 희생을 기리며 자발적으로 모금한 위로금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또 유족 지원 태스크포스(TF)를 편성해 유족 급여 및 사망 보상금 신청 등 행정 절차를 비롯한 유가족 지원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해병대사령부는 “순직 장병의 희생을 기리는 차원에서 해병대 1사단 내에 위령탑 건립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순직 장병은 고 김정일 대령, 고 노동환 중령, 고 김진화 상사, 고 김세영 중사, 고 박재우 병장이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 사고의 원인을 규명할 '민·관·군 합동 조사위원회'는 지난 8일 공식 출범했다. 총 37명의 민·관·군 전문가로 구성된 사고조사위는 산하에 민(民) 위원회, 관(官) 위원회, 군(軍) 위원회를 뒀다. 유족측은 애통함을 전하면서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한편 ‘마리온’ 헬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문재인 정권 청와대의 대처와 비교되는 행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은 지난달 23일 열린 순직장병에 대한 합동 영결식에 찾았으나 유가족들로부터 외면을 당한 바 있다. 유가족들은 김 비서관의 방문에 대해 "공식적인 조문 일정은 전날로 끝났다"며 뒤늦게 방문한 청와대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이어 “조문기간이 지나 뒤늦게 영결식장을 방문한 것은 조문이 아니라 모욕”이라며 입구에서 김 비서관을 돌려 보냈다.
 

오열하는 유가족

또한 한 유족은 "문재인 대통령은 낚싯배 사고 났을 때는 긴급 성명을 내더니 군 장병이 순직했는데에도 참으로 일찍도 조문객을 보낸다"고 따졌고 다른 유족은 "자유한국당에선 조문하러 왔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 한 명도 안 와보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을 상기하며 현 정부의 대처와 비교된다며 날카롭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한 “마린온사고 유족분들께 감사드린다. 정말 충성스럽고 대단하시다. 이번참사를 계기로 더 발전하고 더강한 해병대항공단이 되길 간절히 기도드린다”,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비교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앞서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의 유가족들 역시 보상금 등을 사회에 환원하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당시 '천안함 46용사'에 쏟아졌던 국민성금을 재원으로 2010년 12월 출범한 천안함재단은 생존 장병 돕기 등에 활용되었으며, 정부보상금 등도 고인들의 이름을 딴 장학금이나 발전기금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고 정범구 병장의 어머니 심복섭(49) 씨는 “범구도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라며 정부 보상금 전액을 정 병장의 모교인 강원대에 기부했고, 심씨의 자랑스러운 아들은 ‘정범구호국장학사업’으로 재탄생했었다. 고 차균석 중사는 제주 서귀포시 남주고에서 ‘차균석 중사 장학금’으로 되살아났으며, 유가족이 눈물로 받았던 고 임재엽 중사의 마지막 월급은 대전 충남기계공고에 성금과 함께 기탁됐고, 고 손수민 중사의 유가족은 아들의 체취가 살아있는 고인의 유품을 판매해 모은 성금 등을 울산 무룡고에 장학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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