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文대통령은 "韓美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北 핵·미사일" 지목했으나
강령은 당 헌법이자 이념…"한반도비핵화"만 남기고 DMZ 평화지대화·군비통제는 추구
野4당은 '북한 비핵화' '북핵 반대' '핵위협' '핵무장 해결' 밝히는데 與홀로 배제
'토지공개념·공무원 노동3권·사회적경제' 등 포함…"집권당으로서 文 국정철학 담은것"

북핵 위협 당사자인 한국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더 이상 국가안보 위협요소로 명시하지 않도록 하는 당 강령(綱領) 개정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말 방미(訪美)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공동선언'을 채택한 뒤 직접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고까지 했었지만, 여당이 자기부정하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지난 2017년 6월30일(미 현지시간) 오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언론 발표에서 '한미 공동선언'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지난 2017년 6월30일(미 현지시간) 오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언론 발표에서 '한미 공동선언'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당 강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강령은 오는 25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당 강령은 당의 헌법과도 같은 것으로, 민주당은 강령·정강정책을 "당이 추구하는 정치이념"이라고 밝히고 있다.

새 강령은 북핵 등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부분은 모두 삭제되거나 다른 표현으로 대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새 강령엔 또 현 여권 지지층과 북한 정권이 떠받드는 '촛불 시민혁명' 계승, 토지국유화의 포석으로 읽히는 이른바 '토지공개념', 대(對)국민 봉사자인 공무원을 노동계 일원으로 간주하는 '공무원 노동3권 보장' 등이 추가됐다.

현행 민주당 강령은 '김종인 비대위' 시절인 2016년 8월에 만들어졌으며, 북핵에 대해 총 3차례에 걸쳐 언급하고 있다.

전문(前文)엔 '남북 관계 단절과 북한의 핵 개발 등으로 한반도 평화는 위협받고 있으며'라는 부분이 있다. 

민주당은 새 강령에서 이 문구를 삭제하고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으나, 한반도의 평화는 아직 굳건하지 못한 상태"라는 표현을 담기로 했다.

외교·안보 부문에 있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어떠한 형태의 위협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이라는 문구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부분을 삭제하기로 했다. 더 이상 북한 핵과 미사일을 특별한 안보 위협 주체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통일 부문에 있던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 평화 체제 수립을 선순환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문구 역시 삭제됐다. 

대신 "남북 간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하고 비무장지대(DMZ) 평화 지대화 등 군사적 신뢰구축 및 한반도 군비 통제, 동북아 다자 안보 협력 등을 추진해 나간다"는 문구가 담겼다.

새 강령에서 '북핵'이란 문구 자체를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 대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만 몇차례 등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의 현행 강령에서 더 이상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는 문구는 찾아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현행 강령에서 더 이상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는 문구는 찾아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그동안 자유민주진영에서 북한 김일성·김정일 유훈이라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일맥상통한다는 의혹을 제기해 온 용어다. "남한엔 핵이 없는데 무슨 한반도 비핵화냐"는 비판과 함께 북핵 문제를 직시할 수 없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정당의 사례를 보면 자유한국당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가, 바른미래당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보유를 반대한다" "북핵 포기를 달성한다" 등 표현이 강령에 담겨 있다. 

범(汎)여권의 민주평화당은 "남북화해협력으로 전쟁과 핵 위협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든다"고 '핵 위협'을 해결 대상으로 간주했고, 정의당조차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북한의 핵무장과 인권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나간다"고 강령 또는 정강정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4개 야당이 위협 또는 문제로 간주하는 '북핵'을 여당부터가 통째로 들어내 버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해석이다.

이밖에 민주당은 새 강령에 문 대통령이 지난 3월 독자 발의했다가 무산된 헌법개정안에 담았던 내용도 대거 포함시켰다.

민주당은 "토지 재산권의 합리적 사용을 통해 토지와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하고 공공성을 갖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문구를 통해 '토지공개념' 원칙을 강령에 담았다. 

또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도 새로 넣었다. 이에 야권은 "토지 공개념은 사유재산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공무원 노동 3권 보장은 전교조 합법화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한 바 있다.

민주당은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 , 자활 기업 등 다양한 사회적 경제를 육성'이란 문구를 통해 이른바 '사회적경제' 개념 역시 강령에 추가했다. 

이는 사실상 자유시장경제와 배치되는 정부개입주의, 사회주의적 요소를 더욱 많이 도입하는데 당 차원에서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경제 3대 기조인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한 시장경제' 등도 비중있게 담았다.

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을 강령에 포함한 것"이라고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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