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지 않았지만 일터 떠난 ‘비자발적 이직자’ 기록적으로 증가
‘16년 하반기→17년 상반기’에 급증...올해 상반기 다시 늘어나
수요 줄고 영업비용 증가…최저임금 인상·경기불황 등 영향
소매업도 비자발적 이직 6년만에 최다…자영업 위기, 고용에도 악영향

영세 자영업 경영난이 심각한 가운데 식당이나 술집, 소매점 등 소규모 자영업자가 다수 종사하는 분야에서 비자발적으로 이직하는 사람들이 기록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국가통계포털에 공개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음식점 및 주점업의 올해 1∼6월 비자발적 이직자는 4만6천563명이었다.

이 업종의 비자발적 이직자 수는 ‘반기(半期) 통계’를 작성해 공개하기 시작한 2009년 하반기 이후 올해 상반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점 및 주점업의 비자발적 이직자 수는 줄곧 3만 명 미만이었고 2016년 하반기에는 2만8천61명이었는데 작년 상반기에 4만5천729명으로 급증했다. 작년 하반기에 4만3천554명으로 살짝 줄었다가 올해 들어 다시 늘어난 것이다.
 

식당 주방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손님에게 제공할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식당 주방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손님에게 제공할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근로자가 일을 그만두는 것을 원하지 않음에도 일터를 떠나면 비자발적 이직으로 분류된다. 고용계약의 종료, 구조조정, 합병, 해고, 회사의 경영 사정으로 인한 이직 등이 포함된다.

음식점 및 주점업의 비자발적 이직자의 다수는 불안정한 노동을 하다 일터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비자발적 이직자 중 83.6%가 임시직이나 일용직 근로자였다.

자영업자가 많은 음식점 및 주점업에서 비자발적 이직자가 많아진 것은 사업자 수가 사실상 포화상태에 달한 가운데 수요는 줄고 영업비용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지난해 6천470원에서 올해 7천530원으로 16.4% 인상됐으며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0.9% 오른 8천35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도 비자발적 이직자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외식 업계는 최저임금 부담에 따라 키오스크, 로봇 등을 활용한 무인화 바람이 거세다. 또한 각 업체마다 간편한 조리시스템을 보급화하는 등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안 중이다.

올해 4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전자지급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키오스크 도입 초창기인 2006년엔 약 600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2500억원 가량으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자영업자가 많은 업종인 소매업(자동차 제외)에서도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종의 올해 상반기 비자발적 이직자는 1만8천569명으로 2012년 상반기 2만314명을 기록한 후 최근 6년 만에 가장 많았다.

또한 요식업 전반이 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했으며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한 파장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관광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은 작년 2월에는 45만8천952명이었는데 중국 당국이 한국 단체 관광 금지령을 내리면서 같은 해 3월 26만3천788명으로 급격히 줄었고 1년 넘게 월 30만 명 미만에 머물렀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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