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체 등 3개사 대표만 검찰송치...남동발전도 불기소
'꼬리자르기式 은폐-축소' 비판 봇물..."수입업자 일탈? 무슨 수사 이따위로 했나"
北석탄 국내 밀수 사건의 몸통은 누구?...증폭되는 의혹
남동발전, 북한산 석탄인 줄 미리 알고 위장했나?
관세청, 원산지 확인 안 해...늑장 발표에 정치적 이유 있나?
文정부의 관여 여부는? 무반응ㆍ무대책으로 일관한 이유는 무엇?
석탄뿐인가? 선철, 조개탄, 희토류, 수산물 등 북한산 자원 밀수 범위 및 규모에 대한 의혹은 여전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관세청에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관세청에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관세청은 10일 북한산 석탄 총 3만 5000톤이 2017년 4월부터 10월까지 총 7회 국내에 불법 반입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은 남동발전에 북한산 석탄을 판매한 관련 수입업체 3개사 대표 3명을 검찰에 관세법 위반,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사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관세청은 이들 3개 업체에 대해 “2곳은 중국, 러시아로부터 석탄을 수입하던 업체이고, 1곳은 화물 운송 위탁업체”라고 밝혔으나 법인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관세청이 발표한 수사 결과는 '꼬리자르기식(式) 축소'로 일관해 의혹을 규명하기는커녕 더 증폭시키고 있다. 관세청은 남동발전에 대해서도 불기소 의견을 냈다.

관세청은 이날 오후 2시 정부대전청사에서 수십억원 상당의 북한산 석탄·선철이 원산지증명서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국내에 불법 반입됐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수사대상 9건 가운데 7건이 실제 북한산 석탄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폼목은 무연탄 4건, 무연성형탄(조개탄) 2건, 선철 1건 등이다. 관세청이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이 러시아 등을 거쳐 국내에 밀수입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선지 10개월만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3개 수입법인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7회에 걸쳐 3만 5000톤, 총 66억원 상당의 북한산 석탄과 선철을 러시아 소재 항구에서 다른 배로 환적한 뒤 원산지를 러시아로 속이는 수법으로 국내 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 3곳은 북한 송립항, 원산항, 청진항, 대안항 등에서 출발한 석탄 등이 러시아 나후트카항, 블라디보스톡항, 홈스크항 등에서 환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러시아산으로 위장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3개 법인 중 2개 법인은 북한산 무연성형탄을 한국으로 들여오면서 원산지 증명서 제출이 필요없는 세미코스로 신고해 단속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청은 조만간 법 위반 혐의가 확인된 업체를 기소 의견으로 대구지검에 송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관세청의 조치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수입업체를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통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에서 국내로 들여온 선박은 진아호, 리치비거, 싱광5, 스카이엔젤, 리치글로리, 샤이닝리치, 진룽호다.

2017년 4월 진아호가 북한산 무연성형탄 4100톤을 당진항에 싣고 왔다. 5월에는 리치버거호가 북한산 무연탄 1만 100톤을 들여왔다. 10월에는 리치글로리호가 무연탄 5000톤을 포항항에 싣고 왔다. 같은 달 샤이닝리치호가 북한산 무연탄 5100톤, 진롱호가 무연탄 4600톤을 각각 반입했다. 스카이엔젤호는 인천항을 통해 무연성형탄 4200톤을 들여왔다. 8월에는 심광5호가 선철 2000톤을 싣고왔다. 특히 북한산 선철은 피의자들이 러시아산 원료탄을 구입해 북한으로 수출한 뒤 물물교환하는 방식으로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스카이엔젤, 리치글로리, 샤이닝리치, 진룽호에 대해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 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나머지 3척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등 국내 법률에 의해 제재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서 북한산 석탄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점을 노린 개인 수입업자의 일탈 행위만 무게를 뒀다. 그러나 정부가 일부 업체에만 책임을 떠넘기면서 너무 쉽게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산 석탄을 구매한 남동발전이나 한전, 은행 등의 책임소재와 정부의 미숙한 대응, 관여 여부 및 범위에 대한 책임 추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산 석탄 국내 밀수에 대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남동발전이 해당 석탄이 북한산임을 미리 인지하고 이를 위장했다는 의혹이다.  

남동발전은 작년 10월 국내 석탄 중개업체인 H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9703톤의 무연탄을 수입했다. 이중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무연탄 5119톤을 싣고 온 샤이닝리치호가 남동발전에 해당 석탄을 납품하며 제출한 원산지 증명서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샤이닝리치호가 들여온 원산지 증명서 위조 의혹이 있는 무연탄 5119톤의 발열량은 1kg당 5907kcal로 러시아산 무연탄의 발열량 6400~8000kcal/kg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북한산 무연탄의 발열량 4000~7000kcal/kg의 범위 안에 속해 해당 무연탄이 북한산일 가능성이 높다. 즉 남동발전은 H사와 계약하면서 정한 조건인 '발열량 최소 6300kcal/kg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수입된 것이다. 당초 계약서상에는 순발열량을 기준으로 해당 조건을 충족하도록 했다. 그러나 남동발전은 석탄 인수 후 순발열량보다 수치가 높게 나오는 총발열량(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의 잠열을 포함한 발열량)으로 검수했다. 남동발전이 해당 석탄이 북한산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같이 검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둘째, 관세청의 늑장 발표와 조사결과 축소 발표에 대한 의혹이다.

관세청은 이번 기소 의견 송치 대상에서 북한산 석탄을 수입해 사용한 남동발전을 제외했다. 관세청은 북한산 무연탄 및 선철을 들여온 업체들도 "선의의 피해자로 보고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관세청은 북한산 석탄 밀수입 문제에 대해 무려 10개월이나 조사했다. 서울세관은 작년 11월 8일 남동발전이 H사를 통해 러시아에서 반입한 석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간 관련 업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리고 이날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수입 업자의 일탈'이라고 선긋기에 나섰다.

관세청은 또한 샤이닝리치호가 들여온 석탄의 kg당 발열량은 5907Cal로 이 석탄을 납품받은 남동발전이 입찰 공고 때 내건 최소 기준인 6300Cal에 크게 미치지 못했지만 별다른 원산지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셋째, 정부 및 정치권의 관여 여부다.

해외 거주 자원 무역상의 말에 따르면 북한과의 자원 밀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인맥이 필수적이다. 북한산 석탄 밀수에 정치권 및 정부 인사들이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혹은 남는다. 청와대는 지난 9일에서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산 석탄 밀반입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작년 3월 북한산 석탄을 수입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에 대한 신고를 받았다. 청와대가 대북 제재 위반이라는 국제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반응, 무대책으로 대응해왔던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넷째, 북한산 석탄 외 다른 자원의 밀수 여부다. 

관세청의 이번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 유입된 북한산 자원은 석탄 외에도 선철과 조개탄이 포함돼 있었다. 해외 자원 무역상 A씨는 지난 2월 한 친북 성향 해외 자원상으로부터 북한산 희토류 밀수입 제안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사실들로 유추해볼 때 국내에 불법 유입된 북한산 자원의 종류와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료=관세청]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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