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경제통계 '그래프 조작' 파문에 "한땀한땀 작업했더니…" 자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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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호 정치사회부 기자(경력직)

  • 최초승인 2018.08.10 11:30:14
  • 최종수정 2018.08.12 15:09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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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손으로 그렸냐" 파문 속…靑뉴미디어비서관 "프로그램 돌렸어야 하는데"
지금껏 KBS "그래프 오류 3장 더있다" 보도까지…디자이너들 "도저히 이해 안가"
靑 지난달 27일부터 올린 '숫자로 읽는 우리 경제' 그래프 전부 삭제후 다시 올려

청와대가 페이스북 공식계정에 배포한 경제통계 그래프 일부가 '현 정부의 2.1을 전임 정부의 2.8보다 높게' 그리는 등 노골적인 왜곡으로 유권자들의 공분을 샀다는 8월5일자 펜앤드마이크(PenN) 보도 이후 파문이 계속 커지고 있다. 첫 보도 이후 조선일보 등 주요 일간지를 여러 인터넷 매체, 뉴스전문 방송채널 YTN, 공영방송 KBS까지 청와대가 제공한 시각자료의 '잘못'을 잇달아 지적했다.

논란을 직접 촉발한 '분기별 전년동기대비 가계소득증가율 변화'(7월31일 최초 게재) 그래프를 비롯해 현 정부에만 유리하게 그려진 시각자료를 추가 발굴한 보도가 잇따르며 "엉망진창 청와대 통계 그래프"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래프 조작 논란을 직접 촉발한 청와대의 '분기별 전년동기대비 가계소득증가율 변화' 그래프의 변천사.(자료사진=KBS)
그래프 조작 논란을 직접 촉발한 청와대의 '분기별 전년동기대비 가계소득증가율 변화' 그래프의 변천사.(자료사진=KBS)

청와대는 PenN의 최초 보도 다음날인 6일 한 관계자가 YTN기자와의 통화에서 "콘텐츠  제작과정 중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류로 발견 직후 제작자가 즉시 수정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같은날 청와대 페이스북 계정 관리자 역시 '2.1을 2.8보다 높게 그린' 그래프의 수정본을 배포하면서 "관심을 갖고 오류를 지적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수습을 시도했다.

이처럼 청와대는 현 정부에 유리하게 그려진 통계 그래프를 '단순 오류'로 치부했지만, 일반 유권자들뿐만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직접 해 본 사람들로부터 "이해할 수 없다" "청와대는 그래프를 손으로 그렸느냐"는 비판이 가중되기도 했다.

이에 7일 저녁 청와대는 페이스북에 "결과적으로 사실 왜곡은 없으나, 오해의 여지가 있는 카드가 추가로 발견돼 이를 수정해 전체 재공개한다"며, '한국경제의 다양한 얼굴–숫자로 읽는 우리 경제'라는 제목으로 올렸던 그래프를 전부 삭제하고 다시 게재했다.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페이스북 개인 계정을 통해 "한 장 수정 후 디자이너의 수작업이었던 만큼 문제가 더 없는지 모두 살펴봤고, 전체 재공개했습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KBS는 7일 "고쳐야 할 그래프가 또 있다"며 "오류 3장 더 있었다"고 후속 반론보도를 내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자료사진=KBS
자료사진=KBS
자료사진=KBS
자료사진=KBS

'오류 3장'으로 지목된 것은 ▲2003년 이후 2018년까지 '연도별 경제성장률(GDP)' ▲한·일·중 3국의 CDS프리미엄 비교 ▲연도별 전기대비 2분기 경제성장률을 각각 시각화한 그래프였다. 그림으로 눈에 띈 등락폭이 실제 수치 변화와 일치하지 않는 정황이 다수 제기됐다.

특히 KBS는 자사 디지털뉴스부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일련의 그래프 오류를 접한 뒤 "어떻게 이렇게 그렸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고 지적했다. "수치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그래프의 간격이 잘못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전했다.

현직 국회의원 비서로 일하는 K씨도 '자료 정리' 등 실무를 맡은 경험을 토대로 "(청와대가) 너무 무식하다. 디자이너도 실무 준비가 안 된 듯하다"며 "통계 디자인은 엑셀 표를 만들어서 입력값을 다 넣어보고, 도표를 참고해서 만드는 게 기본인 데 통계 디자인을 자기 머리에서 꺼내 그렸다는 것에 경악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어떤 그래프가 어떻게 얼마나 잘못됐는지 개별적인 설명도 제공하지 않았다. 

수정 내용이 완벽하지도 않아, 논란을 가장 먼저 촉발한 '분기별 전년동기대비 가계소득증가율 변화' 그래프는 '전년동기대비'를 '전기대비'로 잘못 고쳤다가 8일까지 총 3번의 정정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엉망진창 그래프"가 들통난 것뿐 아니라 청와대 반응이 '가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논란된 4건 외에도, 청와대가 "외국에서 받을 돈이 갚을 돈보다 많다"며 게재한 '분기별 순대외채권 현황' 지표 그래프 역시 "2017년 3분기→4분기 증가폭 120과 2017년 4분기→2018년 1분기 증가폭 40이 왜 그래프 상에서 같은 기울기로 상승했느냐"는 의문이 제기(현재 수정자료 배포됨)됐었다.

9일 제보된 페이스북 캡처 자료.
9일 제보된 페이스북 캡처 자료.

9일 제보에 따르면 한 네티즌은 지난 7일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의 개인 페이스북상으로 추정되는 게시물에서 "참 안타깝다. 페이스북 친구와 팔로워들을 통해 널리 퍼질까봐 제 담벼락에 쓰지 못하고, 아무도 안 볼 것같은 여기 '대댓글'(원 게시물 댓글에 추가로 다는 댓글)로 남기는 심정도 좀 헤아려 달라"며 이런 정황을 지적했다. 

정권 지지자로서 최대한 조용히 남기는 고언(苦言)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 비서관은 "고맙습니다"라며 "디자이너가 한땀 한땀 작업한 게 오히려 문제가 됐군요"라고 반응했다.

그래프 왜곡·조작 논란 중에 이처럼 '한땀 한땀 작업'을 강조한 그는, "프로그램 돌려서 (그래프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라고 덧붙여 추가 논란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프로그램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저러겠지"라며 "(통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문구와 그래프가 매칭이 안 되니까"라고 청와대의 태도를 꼬집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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