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싱가포르·호주 적극대응 '보란듯이' 소개하고 볼튼-정의용 통화 상기
"韓도 대북제재 위반자 법정 세웠다" 2016년 朴정부 사례와 공개 대조도

문재인 정부의 묵인 하에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밀반입됐다는 의혹 보도를 주도해 온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9일 대북제재 위반 혐의 포착 시 신속·철저히 대응하는 세계 각국 사례를 소개하며 "북한산 석탄을 한국에 반입한 수입업자 등에 대한 조사를 '10개월째' 하고 있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대조했다.

VOA는 이날 <세계 여러 나라들, 대북제재 위반자에 신속 대응…자산 동결과 검찰 기소> 보도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타 국가들의 '발빠른 대응' 사례로는 대만 검찰이 지난달 자국 사업가인 첸시센씨를 북한에 유류제품을 판매했다는 혐의로 기소한 점을 들었다.

대만 정부에 따르면 첸씨는 자신이 구입한 석유가 북한에 판매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홍콩과 거래를 한다'며 4차례 거래 내용을 거짓 신고했다. 첸씨 소유 회사가 임대한 선박은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과 만나 선박 대 선박 환적(옮겨싣기) 방식을 통해 유엔 대북제재 품목인 석유를 건넸다.

VOA는 "타이완(대만) 정부의 대응은 신속했다. 첸씨의 금융계좌부터 동결하고 곧바로 조사를 시작한 것"이라며 "앞서 타이완 검찰은 올해 1월에도 북한산 무연탄을 밀거래한 전직 법관 등 2명을 테러지원방지법 위반과 문서 위조 혐의로 체포하면서 대북제재 위반자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였다"고 전했다.

마치 '문재인 정부는 보라'는 듯, 모범사례를 일일이 소개해주는 뉘앙스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8월7일 경북 포항신항 7부두에서 북한산 석탄을 실어나른 의혹을 받는 '진룽'(Jin Long)호가 정박해 작업자들이 석탄을 하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7일 경북 포항신항 7부두에서 북한산 석탄을 실어나른 의혹을 받는 '진룽'(Jin Long)호가 정박해 작업자들이 석탄을 하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VOA는 "싱가포르 정부도 지난달 북한에 사치품을 공급한 기업체 임원을 기소하며 대북제재 이행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미북(美北)간 중립에 서서 6.12 미북정상회담 자리를 주선해 준 국가이지만, 국제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이행에 예외 없이 적극 나서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싱가포르 언론 등에 따르면 현지 상품 도매업체의 임원 응켕와씨는 북한에 와인과 악기, 향수 등을 공급했다. 이는 사치품 금수를 결정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VOA는 지적했다.

특히 이 매체는 지난 6월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제출한 전문가패널 보고서에도 응씨가 대북제재를 위반한 사실이 명시됐다며, "전문가패널 보고서 내용이 공개된 지후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기소까지 이어지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VOA는 호주의 사례도 들어 "지난해 말 미사일 부품과 석탄 등의 불법 수출을 중개하려 했던 한국계 호주인 브로커를 전격 체포했다"며 "경찰이 밝힌 체포 사유는 유엔 안보리 결의와 함께 호주 당국의 독자제재에 대한 위반이었다"고 전했다.

붙잡힌 브로커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유도 소프트웨어를 해외에 판매하려 했고, '북한산 석탄'도 인도네시아나 베트남에 수출하려 시도했다고 한다. 현지 언론 등은 그가 최대 10년의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건에 대해 말콤 턴불 호주 총리도 나서 "북한을 도우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연방경찰이 찾아낼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한 사례 역시 소개됐다.

매체는 미국의 유력 동맹국인 일본에 대해서도 "2016년 북한에 뜨개옷 원단을 불법 수출한 중국 국적 여성을 체포한 바 있고, 싱가포르를 통해 북한에 과자 등을 불법 수출한 한국 국적자를 기소하기도 했다"고 알렸다.

나아가 한국의 전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군용으로 쓰일 수 있는 타이어 260개를 북한으로 밀반출하려던 일당이 검찰에 적발돼 기소된 사례까지 들었다. 

이를 두고 VOA는 "더디게 진행되는 북한산 석탄 수입업자에 대한 조사와 달리, 한국 정부도 대북제재 위반 용의자를 법정에 세운 사례가 있다"고 문재인 정부의 행태와 대조했다.

VOA는 일련의 사례 소개를 마친 뒤 지난 7일(미국 현지시간)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NSC)보좌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산 석탄의 한국 밀반입 문제를 놓고 전화통화를 한 지 수시간 만에 폭스뉴스에 밝힌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어 볼튼 보좌관이 "정의용 안보실장은 석탄 밀반입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수사 상황을 설명했으며, (검찰) 기소를 포함한 한국 법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백악관은 물론 VOA도 정 실장이 석탄 밀반입 혐의자들을 '법에 따라 적절히 처리'하겠다고 밝혀둔 대로 이행하는지 주시하겠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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