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출범후 '좌파 폭주'에 北관련 美진심 읽으려는 사람 늘어나
美정부·의원·오피니언리더 등의 목소리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장점
이승만 대통령의 노력으로 1942년 한국어 방송 시작 이래 지금까지 계속돼

미국의소리(VOA) 방송 한국어판(화면 캡처)
미국의소리(VOA) 방송 한국어판(화면 캡처)

미국 정부의 대북(對北)방송으로 흔히 여겨지던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요즘 한국에서 다시 뜨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내 언론은 믿지 못하겠다며 VOA 한국어판을 직접 챙겨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지난달 17일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밀입국 의혹이 미국의 한 언론에 의해 국내에 처음 보도됐다. 바로 미국의소리(VOA)방송이었다.

VOA는 이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작성한 연례보고서 수정본에 근거해 러시아에서 실린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10월 두 차례 인천과 포항에서 환적 됐다고 전했다(이후 북한산 석탄은 한국에서 ‘환적’된 것이 아니라 한국의 남동발전과 동서발전 등에 최종적으로 ‘판매’된 것으로 국내 언론에 의해 보도됐다).

또한 VOA는 선박의 위치 추적 장치인 마린 트래픽스를 이용해 북한산 석탄을 국내에 들여온 후에도 선박들이 수십 차례 한국을 제집 드나들 듯했다고 전했다. 해당 선박들이 한국항에 정박 중임도 가장 먼저 알렸다. VOA가 지속적으로 한국정부 및 기업들을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 대북제재 전선에서 이탈하려는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못마땅한’ 시선을 짐작케하기 때문이다.

VOA는 미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제방송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설립됐다. 당시 미 국무부 소속 국제협력국에서 나치 치하의 독일 국민들을 대상으로 독일어 뉴스 방송을 시작했다. 같은 해 이승만의 노력으로 한국어 방송도 시작됐다. 이때 경성방송국 직원들이 이 방송을 듣다가 일제에 발각돼 탄압을 받은 항일단파방송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소 냉전시절에는 공산권 국가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자유세계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1970년대 이후 일본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방송이 중단됐다. 냉전 붕괴 후 2000년대에는 폴란드어, 체코어 방송도 중단됐다.

하지만 한국어 방송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의해 공영방송 등 상당수 국내언론이 친북성향으로 변질됐고 전통적으로 우파 성향 국민을 대변하던 이른바 '주류(主流) 신문' 및 계열 종편사들조차 '탄핵 정변'  당시의 심각한 왜곡보도 행태와 문재인 정권 출범 후의 '권력 눈치보기'로 불신받게 된 현실에서 VOA는 우리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북한문제에 대한 미 정부의 의중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8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북한산 석탄 밀수 의혹에 대해 “대북제재의 주체이자 이 문제를 이끄는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우리정부에 클레임을 건 적이 없다”며 “미 국무부는 ‘한국정부를 깊이 신뢰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당시 VOA의 한 기사를 인용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진실일까? 미국은 과연 한국정부를 ‘깊이 신뢰’하는 것일까?

VOA가 지난달 30일 익명의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은 해상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에 충실하고 믿을 수 있는 동반자”이며 “한국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이자 친구이며 두 나라의 협력 관계는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라는 공통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해당 한국 업체가 북한산 석탄인 사실을 인지한 채 수입했을 경우 미국의 대북 제재 적용 대상이 되느냐’는 질문엔 답을 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의 답변은 원칙적이고 외교적인 답변에 불과했다. 김 대변인은 이 같은 ‘진실’은 잘라먹은 채 자신에게 유리한 발언만 발췌한 것이다.

또한 9일 VOA 한국어판을 살펴보면 ‘미 국무부가 종전선언보다는 비핵화가 먼저’라며 ‘연일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는 내용이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싱가포르회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김정은에 불편한 심정을 나타내며 북한이 비핵화하기 전까지 대북제재는 계속될 것이라는 밝힌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폭스뉴스 인터뷰에 대한 기사도 있었다.

9일에는 첫머리 기사에서 테드 포 미 하원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 의회가 휴회기가 끝나면 추가 대북제재 법안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언론이 접촉하기 어려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있다는 것은 VOA의 또다른 장점이기도 하다.

또한 이날 VOA에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대북제재 위반자에 시속 대응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VOA는 “북한산 석탄을 한국에 반입한 수입업자 등에 대한 조사를 10개월째 하고 있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 아래 기사는 '미 국무부가 북한 정권을 돕는 행위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분명히 했다'는 내용이었다. 즉 진실은 미국이 한국을 향해 ‘대북제재 전선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김의겸 대변인이 주장하듯 '한국정부를 깊이 신뢰한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1942년 나치 치하 독일인들에게 자유의 복음을 전했던 VOA는 단파 라디오 방송에서 출발해 현재 인터넷 방송과 위성방송도 겸하고 있다. 전 세계에 40개가 넘는 언어로 TV, 라디오 콘텐츠 등을 방송한다. 2016년 VOA방송은 매주 약 1800시간 분량의 라디오와 TV프로그램을 전 세계 약 2억 3660만 사람들에게 제공했다. 직원은 약 1000명이며 1년 예산은 2억 1850억 달러에 이른다.

곧 대한민국 건국 70주년이다. 2018년 자유대한에서 제대로 된 뉴스를 보기 위해 국내 언론이 아니라 VOA를 찾아야만 한다는 현실이 좀 씁쓸하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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