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이 원치 않았던 일...중국에겐 주도권 없어"
"달러 시스템의 우위로 중국은 미국 화폐 안정에 힘쓰는 처지"
"무역전쟁 목표는 중국 금융시장 개방...중국 팽창주의 좌절할지도"

중국 길림대 리샤오 교수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길림대 리샤오 교수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의 대학 교수가 졸업생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가 가장 원치 않았던 일이자 가장 피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주도권은 우리 손에 없다”고 말해 중국 인터넷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공산당 당원이자 길림대 경제대학원 원장인 리샤오(李曉) 교수가 지난달 30일 졸업 연설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깊은 우려 및 위기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중국의 대미 무역 수입액을 언급하며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에 어떠한 위협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입은 13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이 반격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시 2000억 달러 상당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다. 미국은 중국이 다시 반격하면 추가로 2000억 달러어치 관세를 부과할 전망이다.

즉 앞서 500억 달러에 2000억 달러가 두 차례 더해져 관세가 부과되면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 약 50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 정도만 남게 된다.

리 교수는 “우리는 지난해 대미 수입액 13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 상당에 관세를 매겼음으로, 800억 정도만 (반격할 여유가)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추가로 2000억 달러를 부과하면 우리는 따라갈 수 없다”며 “이는 미국이 중국에 가할 수 있는 가장 치욕적인 행위지만, 미국 시장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가 너무 커서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리 교수는 달러 시스템으로 인한 미국의 우위성도 거론했다.

그는 “달러는 세계 결제화폐, 결산화폐이자 주요 자본시장의 교역화폐로 만약 미국이 달러를 빌리지 않고 자신들이 발행한 달러만으로 만족하여 적게 발행한다면 달러는 평가절하된다”며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달러 보유고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며, 또 다른 한편으론 위안화 평가절상이 일어나 수출에 불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중국은 수출 상품의 가격 안정을 위해 달러의 평가절하를 막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중국은 미국의 세계 최대 채권국이지만 채무국의 화폐 안정에 힘을 쓰는 처지에 있다는 뜻이다.

리 교수는 미국이 무역전쟁을 일으킨 이유로 중국의 화폐·금융분야 개방을 지목했다.

그는 “표면적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무역전쟁은 자신의 대선공약을 이행하고 러스트벨트(낙후된 북부·중서부 제조업 지대) 블루 컬러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기 위함”이라며 “그러나 미국 경제구조 변화, 즉 점점 더 고도화된 금융화로 인해 월스트리트 금융 자본 이익을 반드시 문제의 주요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미국의 이러한 무역전쟁 도발과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은 중국의 팽창주의 정책인 중국굴기를 좌절시킬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리 교수는 졸업생들에게 “방금 여러분들이 부른 중국의 국가(國歌)에 ‘중화민족이 가장 위험한 때에 이르렀다’라는 구절이 있었다”며 “가장 위험한 때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지만, 중화민족이 새로운 위험의 때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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