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보도한 익명 관계자 언급 들어 "美국무부 '韓 신뢰' 논평 발표" 주장
정작 北석탄 의혹보도 주도, 국무부 '대북제재 주의보 韓번역본' 공개는 외면
靑, 볼튼-정의용 통화 인정하면서도 "통상적인 한미NSC간 조율" 의미 축소
볼튼은 "北 약속 이행케 하려면 제재와 추후 군사적 위험 지속해야" 강경노선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 문재인 정부 묵인 하에 국내에 밀반입됐다는 의혹이 확산일로이지만 청와대는 8일 "대북제재의 주체인 미국이 우리 정부에 대해 클레임(항의)을 건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오히려 석탄 밀반입 정황을 알리는 언론 보도를 문제삼고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미국이 클레임을 걸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문제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한국 정부를 깊이 신뢰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문제를 삼는다면 가장 문제를 삼아야할 미국이 신뢰를 표하는 데 우리 언론이 계속 부정적 보도를 내보내는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언론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이럴 땐 익명 관계자 '구두 답변 보도'를 "국무부 논평 발표" 취급하는 靑

김의겸 대변인이 "국무부 논평"이라고 거론한 건 지난달 3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에게 "북한산 석탄 반입 혐의가 있는 한국 수입업체를 조사 중이라는 한국 정부(외교부) 관리의 설명에 대해 논평해달라"고 요청하자 나온 구두(口頭) 답변의 일부다.

VOA는 당시 이 익명의 관계자가 "한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해상(海上)에서 이행하는데 충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라고 동맹으로서 원론적인 언급을 남긴 사실을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 대목만을 들어 미 국무부가 한국 정부를 깊이 신뢰한다는 '공식 논평을 발표'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관계자는 추가로 "한국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이자 친구이며, 두 나라의 협력 관계는 민주주의와 인권·법치라는 공통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양국은) 북한에 대한 일치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언급해 한미간 '일치된 대응'을 에둘러 촉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이 관계자가 VOA로부터 '해당 한국업체가 북한산 석탄인 사실을 인지한 채 수입했을 경우 미국의 대북제재 적용 대상이 되느냐'는 질문을 받자 답변을 꺼린 점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후 일주일 넘게 지날 동안,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뤄진 북한 석탄 밀반입 의혹 관여 선박 숫자와 석탄 반입량은 '폭증'했고 미국 측에서 '경고음'이 들려오는데도 청와대는 이를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이 직접 거론한 VOA부터가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 관련 보도를 주도해온 매체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 논평 요청보다 사흘 앞선 보도에서는 "한국의 대북제재에 구멍이 뚫렸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대북제재 주의보 한국어 번역본.

지난 2일 미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중국·러시아·프랑스·스페인에 이어 6.25 혈맹국인 한국까지 포함한 5개국을 대상으로만 7월23일자 대북제재 주의보 번역문을 발표했고, VOA가 이를 가장 먼저 보도했다.

또한 지난 7일(한국시간) 제재위반 혐의를 받는 선박 중 하나인 '진룽'호가 4일부터 포항신항에 정박해 있는 상황을 VOA가 가장 먼저 알렸다.

VOA는 지난 4일자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미국 보수주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 소속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이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언제나 유엔과 미국의 제재에 반대해왔다"며 "한국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 점차 이들 진영에 합류하는 것 같다"고 발언한 대목을 선정해 방송으로 내보냈다.

이밖에 종전선언과 북한 비핵화 진척 문제, 남북경협과 대북제재 상충 문제는 물론 볼튼 보좌관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측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1년 내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미 언론에 폭로한 사건 등에서 이미 한미간 파열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靑 "美 클레임 없었다" 주장 전날 볼튼-정의용 '北석탄 수사상황' 통화

VOA는 8일자 보도에서는 '매파'로 유명한 존 볼튼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이 7일(미 현지시간)'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산 석탄의 한국 밀반입 문제를 놓고 오전에 전화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인터뷰에서 볼튼 보좌관은 "정 실장이 석탄 밀반입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수사 상황을 설명했으며, (검찰) 기소를 포함한 한국 법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고 VOA는 전했다.

볼튼 보좌관은 나아가 "미국 역시 기존 제재에 대한 이행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면서 "이는 제재 회피를 확실히 막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북한이 대화에 나선 건 제재와 추후 군사적 위험 때문이었다"며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약속한 것들을 실행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이런 요소들을 계속 북한 앞에 둬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볼튼 보좌관이 스스로 정의용 안보실장과 통화했다고 수 시간만에 밝힌 것은 국제외교에 있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볼튼 보좌관이 정 실장과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 수사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고 통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그 부분은 통상적인 한미 NSC간 조율과정에서 오고 간 것"이라고 애써 선을 그었다.

윤 수석은 "정 실장은 지난주와 이번주 지속적으로 볼튼 보좌관과 한반도 평화정착과 비핵화를 주제로 다양한 협의를 상시적으로 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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