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파키스탄, 라오스 등 일대일로 대상국가 부채 문제 심각한 수준"
"중국 국영기업들의 부채 문제도 잠재적인 위협 요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따른 부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반국들의 국가부채가 심각한 상태인데다 중국 국영기업들의 부채도 올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중국의 부채 문제를 해외로 확산하는 전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스리랑카, 라오스, 말레이시아, 몬테네그로 등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따른 부채 문제가 위험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또 중국이 자금을 대는 프로젝트의 사업비가 과연 적정 수준에서 책정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자문회사인 RWP 자문그룹의 앤드루 대븐포트 수석 오퍼레이팅 오피서는 "프로젝트 대상국가의 신용도는 낮지만, 중국이 빌려준 돈은 매우 많다는 불일치 때문에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정치적 불안 요인이 발생하고, 비리 의혹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OECD, 무디스 등 리스크를 평가하는 기관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나온다.

OECD에서 지난 3월 발간한 NRA 보고서를 토대로 FT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일대일로 프로젝트 대상국가 78곳의 국가 리스크 평균치는 5.2로 나타났다. 국가 리스크는 0~7까지 나타내며 5.2는 신흥시장 국가의 평균치 3.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FT는 일대일로에 관련된 국가들 상당수가 NRA에서 최하위 수준으로 분류된다고 지적했다.

NRA은 경제 상황은 물론, 자연재해, 노동파업, 사이버공격, 조직적인 범죄, 관리체계 실패 등의 분야를 포괄해 국가의 전반적인 리스크를 평가한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또한 일대일로 프로젝트 대상국가 78곳의 평균 신용 등급을 'Ba2'로 평가했다. Ba2는 투자 부적격 또는 채무불이행 위험이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특히 파키스탄은 중국이 해외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인 총 620억 달러(약 69조 원)의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파키스탄은 최근 외화 부족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것을 고려 중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주요 대상국 가운데 한 곳인 캄보디아도 일대일로 추진에 필요한 자본재 수입이 급증하면서 무역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까지 확대됐다.

스리랑카 정부는 남부 함반토타 항을 중국으로부터 돈을 빌려 조성했지만 빚을 갚지 못하자 작년 중국에 임차형식으로 항구 운영권을 99년간 넘겨 주었다.

말레이시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지난 5월 출범한 마하티르 모하맛 정부가 '불평등 계약'이라는 이유로 약 230억 달러 규모의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함에 따라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RWA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착수된 총 1814개 일대일로 프로젝트 가운데 270개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전체 일대일로 프로젝트 가운데 사업비 기준 약 32%를 차지한다.

중국 국영기업들의 부채 문제도 잠재적인 위협 요소다.

FT에 따르면 중국교통건설(CCCC)을 비롯한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 중국 기업들은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비중국 기업보다 부채 비율이 거의 4배가량 높다.

최근 중국 당국이 국유 기업의 부채 축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는 있지만 오히려 이같은 부채 감축 노력이 해외에서 추진 중인 일대일로 사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은 국유자산감독위원회(SASAC)의 관리를 받는 국유 기업에 오는 2020년까지 부채 비율을 대폭 낮출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일각에선 중국 기업들이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회사채를 통한 부채 탕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중국 내부에선 중국 당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점검해 위험도가 높은 사업의 경우 손을 빼거나 신규 투자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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