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좌파 성향 문화인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배제한 혐의로 구치소에서 복역하다 지난 6일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9)이 석방 사흘 만에 또 다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김 전 실장에게 9일 오전 9시 30분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행정처가 해외파견 법관을 늘리기 위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판결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는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상대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와 교감이 있었는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 메모리에서 확보한 A4용지 1장 분량의 ‘재외공간 파견판사 추진일정’ 문건에 “해외파견 법관을 늘리기 위해 청와대 인사위원회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징용 피해자 소송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을 정부 입장에 맞춰 늦추는 대가로 법관 해외파견지를 늘리는 등 외교부와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13년 10월 청와대를 방문해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과 징용 소송에 대해 논의하고, 법관 해외공관 파견에 협조를 부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앞서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박준우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난 6일 극비리에 소환 조사했다.

한편 김 전 실장은 세월호 보고 조작 사건과 보수단체 불법지원 사건으로도 각각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올해 한국 나이로 80세의 고령이다. 일각에서는 오랜 복역 끝에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80 노인'을 사흘만에 또 소환조사하겠다는 검찰의 이번 조치에 대해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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